수도권에서 써브웨이 가맹점을 운영하는 점주 A씨는 “미국계 써브웨이를 운영하던 중 최고 매출을 올리는 시점에 본사(가맹본부)로부터 폐점 압박을 받고 있다”며 말문을 열었다. A씨는 “써브웨이 한국가맹본부는 매장 운용 관련 벌점이부과됐다고 해 이를 개선했는데, 작년 10월 급작스럽게 폐점 절차를 통보받았다”며 “더 분통이 터지는 것은 이의제기를 미국 뉴욕에 있는 국제분쟁해결센터 또는 미국 분쟁해결센터에서 영어로 해야 한다는 규정을 뒤늦게 알게 됐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가맹점업계는 “본사가 영업이 잘 되는 지역에 대형 매장을 신규로 내주기 위해 무리한 폐점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것같다”며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A씨의 매장은 현재 특별한 전기가 마련되지 않으면 폐점의 길로 갈 수 밖에 없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써브웨이는 다른 외국계 프랜차이즈와 달리 국내 공정거래 관련법을 적용받지 않고 있다.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것이다. 문제가 생기면 점주는 뉴욕에서 소명(중재)에 응해야 하고, 가맹점을 한 상권에 몇 개씩 늘려도 공정거래 관련법 적용을 받지 않고 있다. 복잡한 계약 체계가 만들어 낸 ‘블랙홀’ 탓이다.
이 같은 구조적인 ‘족쇄법’과 불공정 계약을 모른 채 사업을 하던 가맹점주들은 ‘준거법, 뉴욕 소명’으로 꼼짝 없이 당하고 있다. A씨는 “한국의 약관법 14조 재판관할에 관한 규정을 적용해 국내 점주들에만 불리한 재판관할 합의(뉴욕 중재) 조항을 무효화 해 달라”고 공정거래위원회 측에 요청했으나 공정위는 국제사법 제25조(당사자 자치)를 들어 “가맹계약서 상 준거법을 네덜란드 법으로 명시해 국내 약관법을 적용할 수 없다”고 결론냈다.
그러나 똑같은 국제사법 제16조(법인 및 단체)는 ‘준거법에 따르는 외국 법인이라 하더라도 대한민국에 주된 사무소가 있거나 사업을 하는 경우에는 대한민국 법에 의한다’고 예외 규정을 두고 있다. 이 조항의 취지는 국내에서 주요 사업을 영위하는 외국 법인이 국내법 규정을 회피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써브웨이는 국내에 지사를 두고, 340여개 가맹점을 운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가맹점주와는 무관한 네덜란드 법을 준거법으로 지정하는 계약서를 채택하고 있다. 국내 약관규제법과 가맹거래법 등을 피하기 위한 조치라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공정위가 국내에서 영업하는 써브웨이에 대해서만 국내법을 적용하지 못한다는 것은 ‘재판 관할’(재판권 및 심사권)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 그 결과 경제적 약자인 점주들은 일방적 페점 통보에 막대한 손해를 입고 눈물을 흘리며 오랜 기간 일궈 온 매장의 문을 닫고 있다.
공정위는 이 같은 판례를 참고해 국내 영세 가맹점주들을 보호해 줄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하는데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모양새다. 공정위는 약관법이 아니라 가맹거래법으로 써브웨이의 위반 사실을 조사 중인데, 써브웨이 측이 자료 제출 등에 미온적이어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누가 가맹점주의 눈물을 닦아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