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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올 한해 문화계에서 뚜렷하게 활약한 인물을 선정하는 ‘2016 최고의 문화리더’는 지난 5월 ‘채식주의자’로 번역가 데버러 스미스와 함께 맨부커상 인터내셔널부문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46)이 차지했다.
‘맨부커상’은 영문학의 본산인 영국에서 1968년 제정한 상으로 노벨문학상에 이어 세계적인 권위를 인정받는 상이다. 유독 문학분야에서 세계적인 평가를 받지 못했던 한국은 한강의 맨부커상 수상으로 비로소 세계문학에서 우월한 자리에 진입하게 됐다. 수상 당시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앞으로도 우리 문화예술의 장을 세계로 펼쳐 문화융성의 시대를 열어가는 데 큰 역할을 해줄 것을 기대한다”는 축전을 보내 한강의 맨부커상 수상을 ‘국가의 경사’로 받아들였다.
문화계 파워 100인은 한강에 대해 “한국문화의 위상을 높임과 동시에 꽁꽁 얼어붙었던 문학·출판계에 희망과 활력을 불어넣었다”고 평가했다. 또한 “대중이 문학계에 이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보인 때가 또 있었나 싶을 정도로 엄청난 취재열기와 판매열기를 불러온 주인공”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특히 ‘채식주의자’는 맨부커상 수상 이후 약 50만부가 팔려나가면서 외국필자가 점령했던 문학부문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한국작가의 위상을 오랜만에 끌어올렸다.
한강이 본격적으로 주목을 받은 계기는 2005년 ‘채식주의자’에 수록한 중편 ‘몽고반점’이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제29회 이상문학상을 수상하면서부터다. 1970년대 출생한 작가로서는 첫 이상문학상 수상이었다. 이후 2010년 ‘바람이 분다, 가라’로 제13회 동리문학상을 수상했고 2014년 5·18 광주민주화항쟁을 소재로 한 ‘소년이 온다’로 만해문학상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눈 한송이가 녹는 동안’으로 황순원문학상을 수상하며 작가로서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한강은 지난 5월 맨부커상 수상 기자간담회에서 “‘채식주의자’는 ‘우리에게 이토록 폭력과 아름다움이 뒤섞인 세계를 견딜 수 있는가, 껴안을 수 있는가’란 질문을 던지는 소설”이라며 “이제 최대한 빨리 내방에 숨어 글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 말처럼 한강은 서울예대 문예창작학부 교수직의 안식년에 들어가 언론과의 인터뷰를 일절 사절하고 새로운 작품 구상에 몰입하고 있다.
▲[표] 문화계 파워 100인 선정 ‘올해의 문화리더’ (총 134표·복수응답)
1위 한강 (25표·18.7%)/ 2위 송중기 (20표·14.9%)/ 3위 조성진 (16표·11.9%)/ 4위 김은숙·김우택 (10표·7.5%)/ 6위 나영석·이세돌 (7표·5.2%)/ (이하 20위권 내) 김동호, 이수만, 연상호, 나홍진, 강수진, 안호상, 손석희, 송강호, 이미경, 정명훈, 이병헌, 박진영, 김성수, 유재석, 설민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