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문연대냐 도로 새누리당이냐”…기로에선 보수통합

보수통합 논의…설 연휴 이후 더 치열해질 듯
난제는 ‘태극기 세력’ 포함…黃 ‘신중’, 劉 ‘강경’
한국당, 여러 보수세력과 통합 논의하며 주도권 ‘유지’
큰 중도보수 인물 가세해야 효과적 외연 확장 가능
  • 등록 2020-01-24 오전 8:05:00

    수정 2020-01-24 오전 8:05:00

[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4·15 총선을 80여일 남겨둔 야권이 보수통합을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분주한 움직임과 달리 보수통합의 결과물이 ‘반문(반문재인)연대’로 부를 수 있을 만큼 넓을지 혹은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만 결합하는 이른바 ‘도로 새누리당’에 그칠 것인지는 여전히 가늠하기 쉽지 않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오른쪽)와 유승민 새로운보수당 의원의 2015년 모습. 당시 황 대표는 국무총리, 유 의원은 새누리당(한국당 전신) 원내대표였다.(사진 = 뉴시스)
◇ 보수통합 논의…설 연휴 이후 더 치열해질 듯


정치권에서는 설 연휴가 끝난 직후부터 야권의 보수통합 움직임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한다. 총선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보수통합에만 매달리긴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보수통합의 핵심인물 중 하나인 유승민 새보수당 의원은 보수통합의 시한을 다음 달 초로 잡기도 했다. 혁신통합추진위(혁통위) 역시 통합 신당 출범 예정일을 다음 달 15일로 설정했다. 다음 달 중순께가 보수통합 논의의 ‘마지노선’이 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보수통합은 박형준 동아대 교수가 위원장을 맡은 혁통위, 한국당과 새보수당이 당대당 통합을 위해 만든 양당 협의체 등 두 개의 축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최초 범보수 통합이 목적인 혁통위를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됐으나, 새보수당이 한국당과 자신들만 참여하는 양당 협의체를 강력하게 요구하면서 ‘투트랙’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한국당·새보수당의 양당 협의체가 출연한 데는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큰 영향을 미쳤다. 범보수 연대를 형성해 지지층을 최대한 넓히길 바라는 한국당은 ‘중도보수’ 안 전 대표가 보수통합에 함께하길 기대했으나 안 전 대표는 귀국 직후 “관심없다”며 확실히 선을 그었다. 새보수당은 안 전 대표의 선 긋기 후 한국당에 ‘양당 협의체’를 수용할 것으로 최후통첩했고, 통합논의 자체가 무산될 위기에 놓인 한국당이 수용했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양당 협의체에 대해서는 정치권 내에서도 해석이 다르다. 우선 새보수당이 통합과정에서 최대한 많은 지분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시각이 있다. 반면 이미 정당 형태를 갖춘 한국당과 새보수당이 먼저 실무적으로 통합논의를 진행하고, 혁통위에서는 중도보수 성향의 인사를 영입하는 등 보수통합 범위를 넓히는 작업을 각각 진행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시각도 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2일 오전 국회에서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난제는 ‘태극기 세력’ 합류…黃 ‘신중’, 劉 ‘강경’

보수통합 논의의 가장 큰 걸림돌은 여전히 우리공화당 등 태극기 세력의 합류 여부다. ‘탄핵 인정’을 보수통합 조건 중 하나로 내건 새보수당은 태극기 세력과의 통합은 절대 인정할 수 없단 강경한 입장이다. 하지만 당내 여전히 친박(친박근혜) 세력이 존재하는 데다 보수통합 범위를 최대한 확장하고 싶은 한국당으로서는 쉽게 태극기 세력을 놓기 어렵다.

유승민 새보수당 의원은 지난 22일 자유한국당을 겨냥 “다시 말하지만 ‘우리공화당도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은 저희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탄핵의 강을 건너자’고 말한 건 탄핵을 역사로 인정하고 앞으로 미래로 나아갈 세력들이 뭉쳐야 한다는 의미다. 그렇지 않으면 뭉쳐도 계속 분열의 목소리가 안에서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황 대표는 확답을 피하는 모양새다. 황 대표는 지난 22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통합범위에 대해 “헌법 가치와 자유민주주의를 통해 이 땅을 지키고 무너져가는 경제를 살리는 데 모두 같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우리공화당에 대한 정확한 입장을 요구하는 질문이 계속 이어지자 황 대표는 “자유 우파가 합치기 위해 하는 노력을 존중하시고 도와주셨으면 좋겠다. 자꾸 나누어지게 보도가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노골적으로 불쾌함을 표현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한국당이 여러 보수세력과 통합 여지를 열어두는 것은 통합 주도권을 새보수당 등 외부에 넘기지 않으려는 전략이라는 해석도 있다. 또 한국당이 총선 막바지까지 통합을 위해 노력했다는 모습을 보여줄 경우 실제 보수통합에 실패해도 보수층의 전폭적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기도 한다. 다만 이 경우 한국당은 영남지역을 중심으로 한 공천개혁을 통해 내부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한편 안 전 대표를 대신할만한 파급력을 지닌 중도보수 인물이 보수통합에 대거 참여할 경우 통합 모양새가 달라질 수도 있다. 최근 혁통위 합류 의사를 밝힌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중도보수로의 외연 확장과 세대교체의 메시지를 던졌다. 정치권 관계자는 “중도보수의 상징적인 인물들이 추가로 함께한다면 가장 큰 보수통합인 ‘반문연대’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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