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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서는 설 연휴가 끝난 직후부터 야권의 보수통합 움직임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한다. 총선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보수통합에만 매달리긴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보수통합의 핵심인물 중 하나인 유승민 새보수당 의원은 보수통합의 시한을 다음 달 초로 잡기도 했다. 혁신통합추진위(혁통위) 역시 통합 신당 출범 예정일을 다음 달 15일로 설정했다. 다음 달 중순께가 보수통합 논의의 ‘마지노선’이 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보수통합은 박형준 동아대 교수가 위원장을 맡은 혁통위, 한국당과 새보수당이 당대당 통합을 위해 만든 양당 협의체 등 두 개의 축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최초 범보수 통합이 목적인 혁통위를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됐으나, 새보수당이 한국당과 자신들만 참여하는 양당 협의체를 강력하게 요구하면서 ‘투트랙’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한국당·새보수당의 양당 협의체가 출연한 데는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큰 영향을 미쳤다. 범보수 연대를 형성해 지지층을 최대한 넓히길 바라는 한국당은 ‘중도보수’ 안 전 대표가 보수통합에 함께하길 기대했으나 안 전 대표는 귀국 직후 “관심없다”며 확실히 선을 그었다. 새보수당은 안 전 대표의 선 긋기 후 한국당에 ‘양당 협의체’를 수용할 것으로 최후통첩했고, 통합논의 자체가 무산될 위기에 놓인 한국당이 수용했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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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통합 논의의 가장 큰 걸림돌은 여전히 우리공화당 등 태극기 세력의 합류 여부다. ‘탄핵 인정’을 보수통합 조건 중 하나로 내건 새보수당은 태극기 세력과의 통합은 절대 인정할 수 없단 강경한 입장이다. 하지만 당내 여전히 친박(친박근혜) 세력이 존재하는 데다 보수통합 범위를 최대한 확장하고 싶은 한국당으로서는 쉽게 태극기 세력을 놓기 어렵다.
하지만 황 대표는 확답을 피하는 모양새다. 황 대표는 지난 22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통합범위에 대해 “헌법 가치와 자유민주주의를 통해 이 땅을 지키고 무너져가는 경제를 살리는 데 모두 같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우리공화당에 대한 정확한 입장을 요구하는 질문이 계속 이어지자 황 대표는 “자유 우파가 합치기 위해 하는 노력을 존중하시고 도와주셨으면 좋겠다. 자꾸 나누어지게 보도가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노골적으로 불쾌함을 표현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한국당이 여러 보수세력과 통합 여지를 열어두는 것은 통합 주도권을 새보수당 등 외부에 넘기지 않으려는 전략이라는 해석도 있다. 또 한국당이 총선 막바지까지 통합을 위해 노력했다는 모습을 보여줄 경우 실제 보수통합에 실패해도 보수층의 전폭적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기도 한다. 다만 이 경우 한국당은 영남지역을 중심으로 한 공천개혁을 통해 내부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한편 안 전 대표를 대신할만한 파급력을 지닌 중도보수 인물이 보수통합에 대거 참여할 경우 통합 모양새가 달라질 수도 있다. 최근 혁통위 합류 의사를 밝힌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중도보수로의 외연 확장과 세대교체의 메시지를 던졌다. 정치권 관계자는 “중도보수의 상징적인 인물들이 추가로 함께한다면 가장 큰 보수통합인 ‘반문연대’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