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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주류의 전자상거래의 벽은 여전히 높다. 주류가 다른 식음료 또는 생활용품처럼 이커머스 등을 통한 편리한 온라인 거래가 이뤄지려면 관련 법령 개정이 필수적인데, 이를 두고 정부 관계부처뿐 아니라 관련 업계 안에서도 목소리가 엇갈리고 있어 좀처럼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 주류의 온라인 판매가 업계 안팎에서 마냥 환영을 받는 게 아닌 업종과 규모·형태 등에 따라 각자의 입장이 제각각인 ‘동상이몽’(同牀異夢) 상황인 것이다.
우선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 오비맥주 등 전통적 대형 주류 기업들은 대체로 주류 전자상거래 허용을 바라는 입장이다. 최근 전반적으로 소비자들의 온라인 상거래가 급증한데다 홈술(집에서 술마시기)과 혼술(혼자 술마시기) 트렌드 확산에 가정용 주류시장이 발달하면서다. 실제 주류 업계에 따르면 10조원 규모의 국내 주류시장에서 업소용(유흥용) 대 가정용 주류 판매 비중은 코로나 시대 이전 약 55대 45에서 최근 35대 65로 크게 뒤집어졌다.
하지만 대형 주류 제조사 내부에서도 주류의 온라인 판매에 대한 시선은 엇갈린다. 기업은 이미 갖추고 있는 충분한 생산 설비 가동을 통해 바뀐 주류 소비 트렌드에 대응하고 매출 확대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마트 등 도·소매상인을 상대하는 영업조직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주류의 온라인 판매가 가능해지면 오프라인 거래가 줄면서 그만큼 영업직원들의 역할이 줄어드는 고용의 문제와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매출이 줄어들게 될 유통 업체 역시 물론 반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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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유관부처에서도 입장이 엇갈린다. 국내 전자상거래 등 IT 산업 발달을 주무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중소기업 및 스타트업의 육성을 담당하는 중소벤처기업부 등은 영세 주류업체를 중심으로 한 온라인 판매를 위한 제도 개선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이 밖에도 주류 전자상거래를 허용하면 국내 주류뿐 아니라 해외 주류업체들의 온라인 직접 판매와 배송도 허용할 수밖에 없다는 문제도 따른다. 만약 이를 제한할 경우 전 세계적 흐름인 세계무역기구(WTO) 협약에 위배되기 때문에 외교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에서도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주류 전자상거래는 앞서 맥주 과세 체계를 종가세(가격 기준)에서 종량세(판매량 기준)로 전환 등 사례와는 차원이 다른 영역”이라며 “술 판매마저 온라인으로 넘어간다면 동네 마트와 점포와 같은 지역 소상공인들의 생존권 문제와도 직결되는 등 직·간접적 이해관계가 매우 복잡해 논의가 더딜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편의점과 마트 등 소매점에서 온라인 주문을 받고 라스트 마일(last mile·소비자와 만나는 최종 구간) 딜리버리를 통해 인증된 성인 소비자에게 배달·판매하는 방식 등을 상생안으로 고려해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