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문화재청 유튜브에서 생중계된 신라시대 고분 유물 발굴 현장 영상은 이 같은 댓글이 쏟아지며 폭발적 반응을 얻었다. 일반인은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유물 발굴 현장을 실시간 영상으로 볼 수 있다는 소식에 시청자들의 관심이 몰린 것이다.
신라왕경핵심유적복원·정비사업추진단과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문화재청 공식 유튜브 채널 생중계를 통해 경북 경주 황남동에 위치한 120호분 발굴조사 관련 설명회를 열었다. 코로나19로 모든 오프라인 모임이 취소되면서 취재진과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한 현장 간담회를 진행할 수 없었기 때문에 찾은 방법이 문화재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하나의 사건이 됐다.
생중계를 시작하고 하나 둘 모이기 시작한 시청자는 15분 후 본격적으로 유물을 소개하면서 급격히 늘어났다. 금동관부터 피장자가 착용했던 각종 장신구들을 소개하자 “블루베리 같은 건 뭐예요”, “태풍이 오는데 유물 괜찮나요” 등의 질문이 이어졌다.
시청자 댓글을 꼼꼼히 챙기던 연구소 직원이 “블루베리처럼 보이는 것은 코발트 색의 유리구슬입니다”라며 실시간으로 질문에 응답했다. 실시간 소통이 가능하자 신이 난 사람들은 더욱 질문을 쏟아냈다. “일반인도 발굴에 참여할 수 있나요” 등 평소에 궁금했지만 마땅히 물어볼 곳을 찾지 못했던 질문이 대부분이었다.
방송은 폭발적 반응을 얻으며 실시간 최다 시청자는 4000명에 달했다. 12일 오전까지 영상의 누적 조회수는 7만회다. 흔히 문화재 영상은 조회 수 500회만 넘겨도 ‘대박’이라고 하는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성공이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시대가 열리면서 문화재에 대한 대중의 시선이 바뀌고 있다. 문화재에 대해 존재했던 ‘옛것’이라는 선입견을 비롯해 지루하고 딱딱하다는 편견들이 깨지고 있다. 박물관이나 유적지에 가야만 볼 수 있던 문화재를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영상으로 볼 수 있게 되면서 단순히 거리감이 좁혀진 것을 넘어 우리 전통의 멋을 좀 더 세밀하게 들여다보게 됐기 때문이다. 또 문화재와 문화예술 콘텐츠의 컬래버레이션은 신선한 매력으로 대중에게 접근하면서 폭발적인 반응까지 이끌어내고 있다.
문화재의 변신은 올해 초 유튜브에서 큰 인기를 끈 ‘K-ASMR 국가무형문화재 제87호 명주짜기’ 영상에서부터 시작했다. ‘두둑두둑’ 빗소리 같은 누에가 뽕잎을 갉아먹는 소리부터 거칠고 뭉툭한 시골 할머니가 길쌈하는 소리까지.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명주짜기 전 과정을 담은 25분짜리 영상이 문화유산채널에 올라왔다.
여느 문화재 영상과 다를 바 없어 보이는 영상은 올린 지 열흘 만에 조회수 100만회를 돌파했다. 댓글에는 ‘유튜브의 순기능이다’ ‘마음이 편안해진다’는 칭찬이 이어졌다. 또 명주짜기의 과정이 마치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하다며 시청자들은 감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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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온라인 전용 프로그램을 크게 늘린 궁중문화축전도 큰 인기를 끌었다. 매년 봄 4대 궁과 종묘에서 펼쳐졌던 축전이 올해는 비대면, 온라인 전용 프로그램을 늘려 지난 10일부터 문을 열었다.
본격적으로 온라인으로 열린 축전도 주목을 받았다. 특히 매주 토요일 궁궐을 무대로 삼아 각기 다른 장소에서 아티스트 5인의 삶과 예술을 담아낸 ‘아티스트가 사랑한 궁’ 영상은 “궁궐과 아티스트의 이색적 조합이 재미있다”는 등의 호평을 받기도 했다. 지난 10일 안숙선 명창의 영상부터 유튜브에 차례로 공개된 8분 길이의 영상은 매번 단숨에 조회수 6000회를 넘겼다. 댓글에는 “너무 감동적이다. 감사하다” 등의 반응이 올라왔다.
용어설명
ASMR: 자율감각 쾌락반응(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의 줄임말. 청각으로 뇌를 자극해 심리적인 안정을 유도하는 영상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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