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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용구 숙명여대 경영대학원장은 지난달 31일 서울 중구 KG타워에서 ‘코로나 시대 유통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입법적 과제’를 주제로 열린 이데일리-법무법인 대륙아주 입법전략센터 라운드테이블(원탁회의)에서 “이제 유통업계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대결 구도다. 오프라인 유통업계는 공동 운명체다”며 현 유통산업을 진단했다.
서 원장은 국내 유통업계가 세 번의 전환점을 거쳤다고 분석했다.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대형마트의 급부상, 2016년 인구구조 감소에 따른 소비패턴 변화, 그리고 2020년 코로나19가 촉발한 이커머스의 급속성장이다. 이를 바탕으로 그는 “유통산업은 이제 IT서비스업이다”고 정의했다.
서 원장은 오프라인 유통시장에서 대기업 대 소상공인의 구도는 깨졌다고 단언했다. 오히려 유통대기업과 소상공인의 결속력이 커졌다고 했다. 조춘한 경기과학기술대 교수가 국내 한 신용카드사 구매 데이터를 기반으로 복합쇼핑몰과 지역 상권의 영향을 분석한 결과를 근거로 들었다. 이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16년 스타필드 하남이 출점한 이후 반경 10km 이내 점포의 매출이 2017년 8.04%, 2018년 7.59%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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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온라인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해법을 두고는 전문가들 간 시각차가 분명했다. 서 원장과 최 회장, 구상모 대륙아주 공정거래부문 대표 변호사는 유통대기업의 규제를 강화한 유통산업발전법의 완화를 주장했다. 서 원장은 “이커머스가 성장하면서 오프라인 유통 시장 전체가 쇠퇴하고 있다”며 규제 확대에 반대입장을 보였다. 이동주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저격한 것이다. 이 의원은 복합쇼핑몰과 면세점, 백화점 등도 의무휴일을 도입하자는 개정안을 지난 6월 발의했다.
반면 노 실장은 “대규모 점포 규제 목적은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하고 자생력이 미약한 소상공인에게 경쟁력과 자생력을 제고할 수 있는 시간을 주자는 의미”라며 맞섰다. 그는 “유통대기업이 시장을 독점하면 거기에 따른 부작용이 나올 것”이라며 규제 완화에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홍천표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이사는 물가 안정 측면에서 유통대기업에 대한 규제는 지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이사는 “시설 위주로 법을 제정해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이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 결과 많은 사람들이 비싼 가격에 (상품을)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P기업의 유정란을 6200원에 납품받아 7300원에 판매하는 데 반해 본인이 직접 강원도에서 공수해온 유정란은 4000원에 납품받아 6000원에 판매한다고 밝혔다.
이승철 대륙아주 고문은 시대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이 고문은 “2007년에 나온 아이폰을 보면 지도, 카메라, 시계, 계산기 등 지금은 망한 서비스가 부지기수다. 이 산업을 사수하려고 했으면 엄청난 사회적 비용이 들었을 것”이라며 “산업 경쟁력을 논의하는 것도 좋지만 새로운 탈출구를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