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조리돌림]⑤"온라인 마녀사냥, 우리의 문제"

전문가가 바라본 '인터넷 조리돌림'
성동규 교수 "SNS 등장 이후 더욱 심화돼"
단순한 불만 표출 아닌 사회에 만연한 현상
"언론이 나서서 공론장 만들 책임이 있어"
  • 등록 2017-12-01 오전 6:00:00

    수정 2017-12-01 오전 6:00:00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과거의 온라인 마녀사냥(인터넷 조리돌림)이 언론에 보도된 공인을 대상으로 했다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등장 이후에는 그 대상이 일반인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제는 누구나 온라인 마녀사냥의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성동규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최근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는 ‘온라인 마녀사냥’을 “인터넷 기술의 발전 속에서 사실을 확인할 수 없는 정보가 범람하고 개인의 불만을 온라인 댓글로 해소하는 경향이 늘어난 결과”라고 분석했다.

성 교수는 2013년 일반인 대상의 ‘온라인 마녀사냥’으로 화제가 됐던 ‘채선당 사건’과 ‘국물녀 사건’ 등을 중심으로 온라인 마녀사냥 현상의 원인을 분석한 논문 ‘온라인 마녀사냥에 관한 근거이론적 방법론 분석’을 발표했다. 당시 성 교수는 온라인에서 악성 댓글로 손해를 입은 일반인 15명을 대상으로 면대면 인터뷰와 서면 인터뷰를 진행해 ‘온라인 마녀사냥’이 공인에서 일반인으로 확대돼 가는 현상에 주목했다.

논문 발표 이후 4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성 교수는 ‘온라인 마녀사냥’이 현재 더 심각해졌으며 앞으로도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스마트폰과 SNS의 등장으로 사람들의 인터넷 접속 시간이 늘어나면서 온라인을 통한 불만을 없애는 일이 늘어나면 늘어났지 줄어들지는 않고 있다는 것이 성 교수의 설명이다.

성 교수는 “사람들이 정보를 접하고 여론을 표출하는 방식은 인터넷의 등장 이전과 이후로 달라졌다. 인터넷 등장 이전에는 정보가 검증된 채널을 통해 유통됐다면 인터넷 등장 이후에는 ‘익명성’의 이름 뒤에 책임이 전제되지 않은 의견이 마구 쏟아지는 환경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대중의 관심을 끌 이슈가 생기면 관련된 뉴스가 동시다발적으로 쏟아진다. 이에 대한 의견을 익명성에 숨어 마구 쏟아내는 현상이 ‘온라인 마녀사냥’으로 번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논문에서 성 교수는 피해자의 입장을 중심으로 ‘온라인 마녀사냥’이 일상 생활에까지 피해를 끼칠 수 있다며 위험성을 경고했다. 악성 댓글로 시작하는 온라인 마녀사냥에 처음에는 적극적으로 대응하던 사람들도 결국에는 일상 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피해를 입은 나머지 온라인 정보를 차단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온라인 마녀사냥’의 메커니즘이 특별한 상황에서만 벌어지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성 교수는 “‘온라인 마녀사냥’의 가해자는 흔히 생각하는 소외계층이나 사회 불만을 느낀 사람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2005년 임수경 전 국회의원의 아들이 익사 사고를 당했을 당시 벌어진 악성 댓글 사건에서도 가해자는 고학력 전문직 종사자가 다수였다.

성 교수는 “이제는 ‘온라인 마녀사냥’을 단순한 불만 표출 방법이 아닌 사회 전반에 만연해가고 있는 문화라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언론의 책임도 강조했다. 그는 “온라인에 특정 이슈가 생겼을 때 언론이 이를 단순하게 뉴스로 보도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사회적인 이슈가 있을 때 이를 개선할 대안을 제시하고 공론장을 만들 책임이 언론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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