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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직장인 박모(37)씨는 최근 간편 송금 서비스 제공 앱인 ‘토스’에서 보험 상담을 받았다. 토스에서는 신용정보원 인증만 거치면 자신이 가입한 보험의 보장 내용을 상세하게 비교·조회할 수 있다. 이를 계기로 그간 두껍고 복잡한 약관 때문에 방치했던 보험을 맞춤형으로 리모델링하자는 생각을 해서다.
변화의 속도가 느리고 보수적인 국내 금융권에 ‘빅블러(Big-Blur)’의 바람이 불고 있다. 블러는 ‘흐릿하고 모호해진다’는 의미로, 빅블러란 정보통신기술(ICT) 발달로 금융이 빅테크(초대형 IT기업)·유통·통신업 등과 결합하며 기존 금융업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현상을 가리킨다.
간편 송금 서비스인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도 인터넷 은행을 거느리는 금융 지주회사로 탈바꿈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16일 카카오뱅크 등에 이은 제3의 인터넷 전문은행 신규 인가 방안을 발표하며 “ICT 기업뿐 아니라 인터넷과 디지털 특화 영업을 잘 할 수 있는 기업이라면 어디든 인터넷 은행의 경영 주체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비금융 회사에 은행 면허를 추가로 내줘 금융권 빅블러 현상에 불을 붙이겠다는 것이다.
금융사의 전문 영역으로 여겨졌던 결제와 예금·대출·보험 상품 판매 시장은 이미 신생 핀테크(디지털 기술을 결합한 금융 서비스) 기업과 통신·유통 기업 등이 함께 경쟁하는 장으로 바뀌고 있다. 국내 간편 결제 서비스는 50개, 시중에 선보였거나 선보일 예정인 대출 상품 비교 서비스 10종에 이른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빅블러 현상은 기술 발전에 따라 글로벌 금융권에서 전반적으로 나타나는 추세”라며 “새로운 기술을 기존 제도가 쫓아가지 못해 규제의 공백이 생기거나 소비자 정보 유출 등의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