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는 오로지 ‘사람들의 즐거움’을 위해 목숨을 건 싸움을 해야 하는 초식동물들이 있습니다. ‘싸움소’입니다.
◇싸움소의 일생 “송아지 훈련부터 도축 되기까지”
소 주인들은 태어나고 수개월이 지난 송아지들 중 ‘떡잎부터’ 싸움소 기질이 보이는 송아지들을 골라냅니다.
목 주변 근육이 단단하고, 다리가 짧으면서도 앞다리 사이는 넓으며 뿔 사이가 좁은 송아지들은 싸움소로 길러 내기 제격인 조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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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600kg~1t 정도의 무게로 자라난 싸움소는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농장과 그 주변을 떠나 처음으로 수송차에 실려 긴 여정을 떠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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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지에 도착해 수송차에서 내리더라도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시간은 없습니다. 다음날이 바로 경기입니다. 경기 전날 도착한 소들은 몸무게를 측정해 대진표를 작성합니다.
그리고 생전 처음 보는 소들과 낯선 환경에서 밤을 보냅니다. 날이 밝으면 소들은 경기장에 입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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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결국 실랑이 끝에 경기장으로 입장해 난생 처음 보는 소와 싸움을 하게 됩니다. 싸우거나 죽거나, 선택지는 단순합니다.
결국 싸움소는 살기 위해 상대 소를 들이받습니다. 경기장 마다 규칙은 다소 차이가 있지만 ‘청도소싸움’에선 승패가 갈려야만 경기가 끝납니다.
판돈이 걸려 있기 때문입니다. 경기 시간에 제한이 없습니다. 한 마리 소가 패배를 인정해 도망치거나 어디가 부러져 무릎을 꿇거나 죽어야 경기는 끝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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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이 좋아 관절염만으로 은퇴하는 소들은 도축됩니다. 운동을 많이 한 싸움소들은 근육이 많고 지방이 적어 맛이 없기때문에 값싼 가격에 팔려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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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들은 힘겨루기를 위해 스스로 싸움을 하는 경우가 없습니다.
사람들이 보고 즐기는 ‘소싸움’은 오로지 사람에서 시작돼 사람이 허락해줘야 끝이 나는 ‘사람이 시켜서 하는 소싸움’인 것입니다.
이혜원 경복대 수의학과 교수는 “소들이 자연에서 싸움을 하는 경우는 무리 내 서열이 불안정할 때나 암컷을 차지하기 위해 등 간헐적으로 드물게 발생하는 행동이다. 단순 힘겨루기를 위한 것으로 상대에게 크게 상해를 입힐려는 목적으로 소들이 싸우는 사례는 보고된 바 없다”며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 것이 소의 뿔이 상대를 찌르기 위함이라고 생각하지만 뿔이 없을 때에는 머리끼리 직접적으로 부딪혀서 뇌에 충격이 가해져 더 큰 손상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뿔이 이를 예방하기 위한 것으로 진화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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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싸움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소싸움에 반기를 드는 목소리도 여전합니다. 논리는 간결합니다. 도축해서 먹기까지 하는 동물인데 싸움 좀 시키고 도축 하는 게 다른지, 사람도 비슷한 환경에서 씨름을 하며 다른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지 않느냐고요.
하지만 도축해서 먹기까지 하는 동물을 굳이 살아 있는 동안까지 원하지 않는 싸움을 시켜며 착취해야 할까요. 더군다나 착취의 목적이 단순한 유희라면 더 의문이 듭니다. 싸움을 하며 발생한 온갖 스트레스와 그로인한 질병을 얻은 소를 먹는 인간은 건강할 순 있을까요.
이 교수는 “싸움이 시작되고 싸움이 끝나는 것이 인간에 의해 결정이 되기 때문에 소들에게 선택권이 없다. 단순히 사람들이 이를 구경하고 즐겁기 위해서 소들에게 엄청난 스트레스를 주는 것이 옳은 것인지, 타당한 것인지 이 사회가 분명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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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사고는 실전 전 적응 훈련을 하는 상태에서 발생했습니다. 사고를 당한 조련사 상태를 살피는 동안에도 다른 소들을 적응 시키는 훈련인 ‘스파링’은 계속 됐습니다.
◇우민화 정책 일환으로 부활한 ‘소싸움’이 국가무형유산?
동물학대 논란과 잊을 만 하면 들리는 소싸움으로 인한 인명피해 소식에도 일각에선 소싸움을 전통 유산이라는 이유로 보존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소싸움은 과거 일제시대에 사라져 유신독재시대에 부활합니다. 독재정권이 국민의 관심사를 돌리기 위한 방책 중 하나로 활용한 것입니다.
소싸움은 1969년 박정희 대통령의 남강댐 준공식 방문을 기념으로 처음으로 관이 주체가 되어 재개됩니다. 이는 이후 대놓고 우민화 정책을 펼친 1980년대 전두환 정권 시절의 ‘3S(스포츠(Sports)·섹스(Sex)·스크린(Screen) 정책’과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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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녹색당, 녹색당 동물권위원회, 동물권행동 카라, 동물자유연대, 동물해방물결, 채식평화연대 등 5개 동물보호단체와 정당이 국가유산청에 소싸움 국가무형유산 지정을 반대하는 시민 서명 5500여 건을 전달했지만 이를 과연 받아들일지는 미지수입니다.
올해 1월 국가유산청은 국가무형문화재 조사 계획에 소싸움을 포함시켰습니다. 이를 두고 시민사회와 일부 정치권에서의 비판이 지속 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국가유산청은 4월부터 기초 학술조사를 시행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날 서명을 전달한 동물단체와 녹색당 등은 “동물보호법은 도박, 광고, 오락, 유흥 등의 목적으로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음에도 이 모든 요건에 해당하는 소싸움만은 예외로 두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면서 “민속 경기라는 이유로 법이 정한 동물학대 금지 조항에서 예외를 두기에는 당위성이 없고, 인간의 즐거움을 위해 동물에게 고통을 주는 행위는 전통으로 볼 수 없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이들은 “동물의 본성에 반해 인위적으로 싸움을 붙이고, 이를 인간의 오락으로 즐기는 소싸움에서 일말의 역사적·예술적·학술적 가치는 찾을 수 없다“며, “국가유산청은 시대의 변화와 시민들의 반대 여론을 수용하여 소싸움 국가무형유산 지정 절차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전통’과 ‘인습’을 구분하는 것은 결국 현시대를 살고있는 우리가 어느 곳에 가치를 더 두고 있느냐에 달린 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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