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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치부터 BTS 슈가까지…국악의 ‘무한변신’
관심의 중심에는 밴드 이날치가 있다. 민요 록 밴드 씽씽을 이끌었던 장영규(베이스), 이철희(드럼)와 장기하와 얼굴들 출신 정중엽(베이스)이 네 명의 소리꾼 권송희, 신유진, 이나래, 안이호와 함께 지난해 결성한 밴드다. 최근 첫 정규앨범 ‘수궁가’를 발표하고 본격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세련된 의상과 독특한 공연 영상으로 젊은 음악 마니아들 사이에서 큰 인기다. 국립극장 ‘2020 여우락(樂) 페스티벌’을 통해 지난달 11일 진행한 온라인 공연은 네이버TV 2145회, 유튜브 1927회 등 총 4072회의 조회수로 국악 공연 중에서는 비교적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다. LP로만 발매한 ‘수궁가’는 품절 사태 속에 최근 국내 유일의 인디음악 전문차트 ‘K-인디차트’ 1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룹 방탄소년단(BTS) 멤버 슈가도 국악 열풍에 힘을 보태고 있다. ‘어거스트 디’라는 이름으로 발표한 솔로 싱글 ‘대취타’는 국가무형문화재 제46호 피리정악 및 대취타 보유자 정재국 명인의 연주를 샘플링했다. 조선시대 관리들의 공식적인 행진음악인 대취타를 모티브로 삼은 곡으로 국내는 물론 해외서도 국악에 관심을 갖게 하는 발판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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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 없는 젊은 국악인들의 다양한 시도
이러한 국악의 변신은 하루아침에 일어난 일은 아니다. 잠비나이, 블랙스트링, 씽씽, 박지하 등이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주관하는 서울아트마켓(PAMS)을 통해 해외 월드뮤직 시장에 소개돼 주목을 받았다. 이후 소울소스 밋츠(meets) 김율희, 고래야, 악단광칠, 추다혜차지스 등 국악과 다른 음악 장르를 접목하려는 시도가 왕성하게 이어지고 있다.
현경채 국악평론가는 “정규 교과 과정에 국악이 들어가면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국악이 옛날 음악이라는 편견이 사라지게 된 것 같다”며 “젊은 국악인들이 선배 세대에 비해 다른 음악 장르를 보다 열린 자세로 받아들이고 있는 점도 최근 국악 유행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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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도 큰 역할…대중과 공감대 유지해야
최근 국악 열풍에서 주목할 부분 중 하나는 바로 소셜 미디어다. 그동안 대중매체의 주목을 받지 못했던 국악은 SNS와 유튜브를 통해 대중과의 새로운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씽씽의 경우 유튜브에 올라온 미국 공영방송 NPR의 ‘타이니 데스크 콘서트’ 영상으로 화제가 됐다. 이날치 또한 현대무용 단체 앰비규어스 댄스 컴퍼니와 함께 한 네이버 온스테이지 영상으로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새로운 문화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젊은 세대들의 취향과도 맞아떨어진 부분이 있다. 소리꾼 이희문을 비롯해 이날치, 추다혜차지스 등은 인디 클럽에서 주로 공연하며 젊은 관객과 만나고 있다. 이들이 공연 정보를 공유하는 통로 또한 SNS다. 허 교수는 “지금 국악이 이렇게 새로운 실험들을 열심히 하는 것은 그만큼 현재와 공감하고 싶은 마음이 절실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유행에는 유효기간이 있기 마련이다. 국악에 대한 대중적 관심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깊은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 국악 전문 기획사 프로덕션 고금의 조종훈 대표는 “전통을 고수하면서도 많은 이들이 공감할 가사를 고민하고 음악적 노하우가 있는 아티스트와 협업을 계속하려는 노력이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