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C씨는 지난해 7월 서울 용산구의 아파트를 11억5000만원에 매매하며 매도인에게 계약금을 입금했다. C씨가 산 아파트는 지난해 초 14억8000만원 정도에 거래된 아파트였다. 6개월 전 시세보다 3억3000만원 정도 저렴하게 매입을 한 셈이다. C씨가 시세보다 싸게 아파트를 매입할 수 있었던 이유는 C씨에게 집을 판 사람이 C씨의 친언니였기 때문이다. C씨는 친언니로부터 매입한 아파트 거래 신고를 5개월 뒤인 12월에 했다.
C씨는 최근 국토부 부동산시장불법행위대응반(이하 국토부 대응반)으로부터 ‘특수관계인 간 저가거래를 통한 양도세와 증여세 탈세 의혹’ 사례로 적발돼 국세청에 조사를 받게 됐다. 계약일 허위신고도 지자체에 신고가 돼 과태료를 물게 될 상황에 놓였다.
세법상 특수관계계자인 가족 간의 부동산거래애서 시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팔거나 또는 시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팔 경우 매매가와 시가의 차액이 기준금액 이상인 경우 증여로 보고 있다. 다만 차액이 3억원 미만이면서 시가의 30% 기준에 미달할 경우에는 증여세가 과세되지 않는다.
C씨는 친언니로부터 시세 14억8000만원의 아파트를 3억원 정도 저렴한 11억8000만원에 샀더라면 증여세 추정에서 벗어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차액 기준이 3억원을 넘는 바람에 증여세 탈세 의혹을 받게 된 것이다.
| 가족간 저가거래를 통한 양도세 및 증여세 탈루 혐의 사례(그래픽=국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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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씨는 지난 겨울 서울 송파구의 아파트를 13억5000만원에 매매하면서 부동산 거래신고서에 자금 출처를 배당소득을 활용했다고 적었다. B씨가 받은 배당소득은 7억5000만원으로 집값의 절반이 넘었다. 문제는 B씨가 배당을 받은 법인의 대표가 B씨의 아버지라는 사실이었다. B씨는 아버지가 대표로 있는 법인의 보유지분이 0.03%에 불과했지만 7억5000만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국토부 대응반은 이를 ‘편법증여 의심 사례’로 보고 국세청에 통보했다.
B씨가 산 송파구는 투기과열지구로 3억원 이상 부동산 매매 시 자금조달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자금조달 계획서는 편법 증여나 대출 규제 위반 등 부동산 실거래법 위법행위 발생 가능성이 높은 항목에 대해 자금 제공자의 관계 등 구체적인 사항과 조달자금의 지급 수단을 명시해야 한다. B씨는 배당소득 7억5000만원을 매매자금으로 쓴다고 신고하며 안심 했지만 부동산 대응반은 배당소득 7억5000만원의 출처가 아버지가 대표로 있는 법인이라는 사실을 놓치지 않았다.
9억원이 넘는 고가주택 매매 과정에서 부동산 실거래법을 위반한 사례 등이 대거 적발됐다. 지난 2월 출범한 국토부 대응반은 편법증여와 법인자금 유용 등 탈세혐의가 있는 555건의 부동산 거래를 국세청에 통보했다고 26일 밝혔다.
국토부 대응반은 지난해 12월부터 올 2월까지 신고된 전국 9억원 이상 주택 거래(총 2만2000여건)가운데 이상 거래로 의심되는 1705건을 선별해 금융거래확인서, 자금출처ㆍ조달 증빙자료 등을 제출받아 조사를 벌였다. 조사 결과 법 위반이 의심되는 사례는 811건이었으며 이 중 555건(약 70%)은 세금 절감을 위한 편법증여와 법인자금 유용 등 탈세혐의가 드러나 국세청에 통보했다.
| 김흥진 국토교통부 주택토지실장(가운데)이 26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부동산 실거래 조사 및 불법행위 수사결과 등 정부합동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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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은 탈세 의심 사례로 통보받은 건별로 자금출처와 변제능력이 불분명한 세금 탈루 혐의자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금융당국은 대출 규정 미준수 의심사례에 대해 대출규정 위반 여부를 확인하고, 대출금이 사용 목적과 다르게 유용된 것으로 드러나면 대출 회수 조치 등을 할 계획이다.
국토부 대응반은 9억원 고가주택 실거래 조사 외에 부동산시장 범죄행위 수사를 통해 총 30건, 34명을 형사입건하고 수사가 마무리된 15건이 검찰에 송치했다. 고시원에 위장전입을 해 부정 쳥약을 한 사례를 비롯해 장애인과 국가유공자의 명의를 빌려 특별공급 청약에 당첨된 후 전매거래를 통해 차익을 남긴 사례 등이 적발됐다. 아울러 인터넷 카페 등에서 집값 담합을 유도한 경우도 입건됐다.
국토부 대응반은 현재 지난 6월부터 8월까지 서울 송파구와 강남구 및 용산구를 비롯해 경기도 광명과 구리 등 수도권 과열지역 내 부동산 거래를 들여다보고 있다. 이 가운데 △토지거래허가 회피 의심 거래△자금출처 불분명 거래 △법인 내부 거래 등 이상거래로 의심되는 사례에 대해 연말까지 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국토부 대응반장인 김수상 국토부 토지정책관은 “부동산시장 거래질서 교란행위에 대한 엄정한 단속은 투명하고 공정한 거래질서를 확립하고 국민들의 주거 안정을 보장하기 위한 정부 의지의 표현이다”며 “앞으로도 실수요자를 보호하고 부동산 투기를 근절하기 위해 강도 높은 실거래 조사와 부동산 범죄수사를 계속해나갈 계획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