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 이야기]걸음걸이가 이상하고, 젓가락질이 어렵다면?

강경중 경희대병원 정형외과 교수
  • 등록 2021-03-06 오전 8:44:44

    수정 2021-03-06 오전 8:44:44

[강경중 경희대병원 정형외과 교수] 똑바로 걷는데도 술 마신 사람처럼 걸음걸이가 비틀거리거나, 최근 들어 자꾸 넘어진다든지, 구름 위를 걷는 느낌, 평지를 걷는데도 자갈밭을 걷고 있는 듯한 느낌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면, 경추척수증을 의심해봐야 한다. 경추척수증은 목에 위치하고 있는 척수(중추)신경이 눌려 전신 감각과 운동 신경, 반사의 이상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뇌졸중이나 뇌출혈로 인해 발생하는 중풍과 증상이 유사해 목중풍으로도 불리고 있다.

강경중 경희대병원 정형외과 교수
가장 흔한 증상은 손과 발의 이상이다. 젓가락질이 어려워지거나 글씨 쓰기가 힘들어지고 단추를 채우는 등의 손의 세밀한 운동을 하는데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 발쪽의 문제로는 하체 근육 각각의 힘은 떨어지지 않지만, 걸을 때 균형을 잡기 힘들어 걸음이 휘청거려 보행장애가 나타나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발병원인은 다양하나 경추의 추간판탈출증이 가장 흔하다.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목 디스크로 돌출된 디스크가 척수를 압박해 발생하는 것이다. 이외에도 인대가 뼈로 바뀌는 후종인대골화증, 퇴행으로 인한 뼈가 자라는 골극, 드물게는 척수의 종양 등이 있다.

경추척수증(목중풍)은 진행성 장애로 약물이나 주사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으며, 자연 소실은 거의 없다.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의 증상이 이미 나타나는 경우라면 조기 수술이 최선의 치료 방법이다. 안타깝지만, 약물치료나 주사치료 등의 보존적 치료만으로는 경추 척수신경의 압박이 해결되지 않는다. 진단은 자기공명영상(MRI) 등의 정밀 검사를 통해 진행된다.

경추척수증(목중풍)은 단계별로 다양한 증상이 나타나다 보니 다른 신경 질환과 구별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발병 초기에는 목 통증, 어깨(승모근 부위-목과 어깨관절사이) 통증, 팔이 저리는 증상 등이 나타나 단순 목디스크로 오인하기 쉽다. 진행 단계에서는 팔의 감각 저하 및 운동 기능 저하, 마비감 등으로 뇌에 문제가 생겨 나타나는 중풍으로 오해할 수 있다. 오인할 수 있는 질환은 대표적으로 뇌경색, 파킨슨병, 근위축성 외측 경화증(루게릭병), 다발성 경화증 등이 있다.

그럼 어떻게 감별할 수 있을까. 경추척수증(목중풍)은 신경이 압박되는 목 아래 부분에서만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은 반면, 목 이상의 증상과 전신증상이 나타난다면 뇌와 연관된 신경질환의 가능성이 크다. 즉, 목 아래 부분에서 전신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라면 경추척수증(목중풍)을 의심해봐야 하는 것이다. 물론, 의료인이 아닌 입장에서 정확하게 구별하기 매우 어렵다. 이상 증상이 나타났을 때 최대한 빨리 병원에 방문하여 필요한 검사를 진행하고 정확한 진단을 토대로 빠르게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경추척수증(목중풍) 뿐만 아니라 위에 열거된 다른 신경질환들의 치료에도 상당히 중요하다.

경추척수증(목중풍)을 자가 진단할 수 있는 첫 번째 방법은 발잇기 일자 보행이다. 앞꿈치와 뒤꿈치를 이어 붙이면서 일직선으로 걷는데, 보통 열 걸음을 정상적으로 걷지 못하면 보행장애가 있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주먹을 최대한 빠른 속도로 쥐었다 폈다를 반복해보는 것이다. 양손을 10초에 20회 이상 시행할 수 없으며, 점점 손가락을 펴는 속도가 느려지거나 아예 펴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된다면 경추척수증(목중풍)을 의심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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