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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은 현저히 줄었습니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대한민국과 세계는 엄청난 정신적·물질적 변화를 맛보게 될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만물의 영장답게 서로 이해하고 사랑하는 일만 남았습니다. 함께 행복해지는 일만 남았습니다.”(4월 29일 ‘이외수 트위터’)
한국문단의 대표적인 밀리언셀러 작가 이외수(72)는 최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남북정상회담 이후의 벅찬 감동을 전했다. 그는 분단과 냉전의 상징이던 판문점이 화합과 평화의 상징으로 변했다며 “건국이념이자 교육이념인 홍익인간의 정신을 널리 펼쳐 아름답고 평화로운 대한민국, 평화로운 지구를 만들어갑시다. 통일도 이룩합시다”라고 적었다.
이 작가는 1972년 등단한 이후 ‘벽오금학도’ ‘괴물’ ‘황금비늘’ 등 베스트셀러 소설을 여러 권 집필했다. ‘트위터 대통령’이란 별칭이 있을 만큼 SNS를 통한 소통도 활발하게 하고 있다. 현재 카카오스토리·트위터·페이스북 등에서 그를 따르는 팔로어는 280만명에 이른다. 가감 없이 말을 내뱉는 스타일이다 보니 그의 언행은 종종 ‘민감하게’ 화제가 된다. 특히 북한에 대해선 “체제 유지를 위해 예술을 이용하는 북한을 가장 싫어한다”며 공개적으로 비난해왔다. 하지만 지난 5일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만난 그는 “평창동계올림픽 성공 기원을 위한 ‘삼지연관현악단’의 방남공연을 보며 완전히 달라진 북한을 봤다”며 인식에 변화가 있었음을 시사했다.
4·27 남북정상회담의 성과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우리에게 이제 희망이 보이는구나 싶었다. 어린 시절부터 귀에 딱지가 붙도록 반공사상을 듣고 살았다. 하지만 정상회담 이후 그야말로 얼어붙은 동토가 녹아버리고 봄기운이 만연하는 듯한 느낌에 사로잡히게 됐다.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민주적인 방식으로 오랜 정치암흑기를 해소했다는 게 대단하다.” 아울러 정상회담을 계기로 촛불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고 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뿐만 아니라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까지 함께 촛불을 든 것 같다. 세계가 평화의 길로 들어선 듯하다. 남북관계가 희망적인 분위기로 전환되면서 개성공단 재가동이나 금강산 관광 재개, 이산가족 상봉 등도 기대해볼 수 있게 됐다.”
최근 젊은 층에서 유행하는 ‘김정은 모에화’ 등에 대해서도 유연한 태도를 취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정상회담에서 상당히 ‘쿨’했다. 지금의 변화를 본다면 장족의 발전이다. ‘김정은 모에화’가 인터넷에 떠도는 것만 봐도 경직된 분위기가 얼마나 많이 풀렸는가를 말해주는 것 같다.”
남북정상회담 이후 이 작가가 집필활동을 하는 강원 화천군 감성마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북한에서 미사일을 쏠 때마다 군사접경지역인 화천군은 초비상상태였는데 요즘 분위기가 많이 부드러워졌다. 군인들 표정부터 다르다. 하하. 일각에선 나를 두고 ‘종북좌파’라고 하지만 사실 누구보다 대한민국의 현실과 장래를 걱정하는 사람 중 하나다. 최근의 좋은 분위기에 훼방을 놓기보다 이를 계기로 어떻게 화합하고 부흥할지 함께 고민했으면 한다.”
몇 년 전 위암수술을 받고 회복 중이지만 그는 쉬지 않고 소설을 집필한다. “다음 작품은 영생시대에 관한 이야기를 써볼까 한다. 종교·철학·예술관 등 잘못된 가치관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여전히 세계에서는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 수없는 모순과 오류 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100세시대에 인간은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야 할 것인가를 함께 생각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