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무연 기자]정부가 폐플라스틱 배출량 줄이기에 나섰다. 코로나19에 따른 배달음식 수요 증가로 일회용기 사용이 급증한 탓이다. 이러한 정부 방침이 ‘홈술’ 트렌드를 타고 급성장하고 있는 페트 소주 시장에 제동을 걸지 주목된다.
| 진로 페트(사진=하이트진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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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페트 소주 판매량은 급격하게 늘었다. 주요 편의점 집계 결과 전년 대비 25~32%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로 회식이 어려워진 탓에 집에서 술을 즐기는 ‘홈술족’이 늘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홈술족은 무겁고 깨질 위험이 있는 병 소주보다 처리가 비교적 용이한 페트 소주를 선호하는 특징이 있다.
주류 업체들은 늘어난 홈술족을 잡기 위해 페트 소주를 앞세우고 있다. 이미 하이트진로, 롯데칠성음료 등 주류 업체는 지난 2015년부터 400㎖ 용량의 가정용 페트 소주를 출시하기 시작했다. 다만 출시 당시에는 ‘홈술’과 ‘혼술’이 트렌드로 자리 잡기 이전으로 대세는 여전히 ‘병 소주’였다.
가정용 페트 소주가 제대로 존재감을 보이기 시작한 건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하기 시작한 지난해부터다.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으로 집에서 술을 즐기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고, 더불어 편의점, 마트 등에서 판매되는 가정용 소주도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았다. 실제로 일부 편의점에서는 소주 수요 급증으로 ‘참이슬’과 ‘진로’ 공급 물량이 달리는 사태마저 벌어졌다. 홈술족 증가로 페트 소주 수요도 급격한 신장세를 나타냈다.
이에 따라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말 가정용 제품으로 진로 페트 소주 400㎖, 640㎖ 2종을 새롭게 선보였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코로나 이슈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변화하는 음주 트렌드에 맞춰 소비자들이 언제 어디서든 손쉽게 술을 접할 수 있도록 핵심 라인업을 구축했다”라고 설명했다.
| 지난해 10월 5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시자원순환센터에서 관계자들이 추석 연휴가 끝나고 쏟아져 나온 플라스틱 등 재활용 쓰레기를 정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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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페트 소주 시장의 확대가 정부가 추진 중인 폐플라스틱 감소 정책과 어긋난다는 사실이다. 지난달 24일 환경부는 ‘플라스틱 생산·사용 감축 대책’을 발표했다. 코로나19 사태와 맞물려 플라스틱 폐기물이 급증한 탓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폐플라스틱은 전년 대비 14.6% 증가했다.
환경부는 전체 용기류 중 플라스틱 용기의 비율을 현재 47% 수준에서 2025년 38%까지 줄이는 것을 목표로 정했다. 이를 위해 일정 규모 이상의 용기류 생산업체를 대상으로 생산 용기류 중 플라스틱 용기류의 생산 비율을 설정해 권고하기로 했다. 향후 편의점 등에서 판매하는 생수병도 페트에서 유리병으로 점차 바뀔 전망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기존 페트병을 유리병으로 전환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도입해 폐플라스틱 배출량을 줄여나갈 것”이라면서 “아직 구체적인 방안을 수립한 것은 아니지만 주류 업체 또한 페트 생산율을 점검해 평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주류업계는 이에 대해 환경부 지침을 준수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놨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페트 소주는 병 파손에 따른 안전사고 예방과 취급의 편의성 등을 고려한 것”이라면서 “무색투명 페트를 사용하고 분리배출 표시를 기입하는 등 환경부의 페트 사용 규칙을 준수하고 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