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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이태원에서 9년간 펍을 운영하던 자영업자 A씨는 최근 폐업을 결정했다. 2011년부터 A씨가 운영하던 가게는 고정 직원 6명과 아르바이트 6명을 고용하며 월평균 매출 5000만원을 낼 정도로 건실한 가게였다.
그러나 올해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서서히 매출이 줄기 시작했다. 이태원 클럽 발(發)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가 터진 이후에는 3주 동안 단 한 명도 가게를 찾지 않았다고 한다. 6월부터는 아르바이트생을 쓰지 않고 그나마 손님이 찾는 주말만 영업하며 고정비 줄이기에 나섰지만, 한 번 위축된 상권은 쉽게 회복되지 않았다. 그 사이 주변 가게들은 하나둘씩 문을 닫기 시작했다. A씨는 “직원 월급을 주기 위해 마이너스 통장 대출만 두 차례 받았지만, 언제 상권이 살아날지 몰라 결국 가게를 닫기로 했다”며 “월세와 인건비, 세금 등 각종 부대 비용을 합치면 고정비만 매달 3000만원 가까이 나가는데 버틸 재간이 있느냐”고 한숨을 내쉬었다.
코로나19 사태 7개월, 자영업자들이 폐업으로 내몰리고 있다. 내수 침체와 최저임금 인상으로 이중고를 겪던 자영업자들에게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는 결정타를 날렸다. 연중 가장 손님이 많아야 할 여름 휴가철임에도 서울 이태원과 명동, 강남 등 주요 상권에는 ‘임대’ 팻말을 내건 점포가 눈에 띄게 늘었다. 역대 최장 기간 이어진 장마로 여름휴가철 특수마저 사라졌다. 여기에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4개월 만에 다시 세자릿수를 기록하며 하반기 자영업 경기를 어둡게 하고 있다.
19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기준 국내 자영업자는 총 554만8000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7월(567만5000명)보다 12만7000명(2.2%)이 줄어든 수치다. 이 중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134만5000명)는 지난해 7월(152만명)보다 17만5000명(-11.5%) 줄어들며 감소 폭이 더욱 커졌다. 지난해에는 월평균 11만4000명 감소(전년 대비)했지만, 올 들어서는 감소 폭이 17만6000명(1~7월 평균)으로 확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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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씨는 “여행사와 제휴하는 방식으로 하루 20~30명 정도 손님을 받았지만, 코로나 유행 이후에는 관광객 대상 영업은 사실상 멈췄다”며 “언제 관광객이 돌아올지 알 수 없어 그냥 폐업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자영업 몰락이 빨라지는데 반해 일부 대기업들은 코로나19 확산에도 올 상반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해 경제 양극화 현상을 실감케 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기업은 재택근무와 온라인 교육, 인터넷 서비스 등 비대면 활동 증가에 따른 서버 및 데이터센터 메모리 수요 증가로 올 상반기 호실적을 거뒀다. 네이버와 카카오, 넥슨 등 IT·게임 대기업 역시 온라인 경제 활성화로 ‘역대급 성적표’를 받았다. CJ제일제당, 오리온, 오뚜기 등 식품업계 역시 코로나19 확산으로 가정간편식(HMR)이나 라면, 과자 등 식품 수요가 늘면서 때아닌 호황을 맞았다.
전문가들은 ‘경제 실핏줄’인 자영업 몰락을 막고 경제 양극화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보다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을 펼쳐야한다고 주문한다. 오프라인 자영업 매장에 대한 방역 물품 지원이나 지역화폐 활성화, 소비세제 혜택 등을 통해 소비를 유도하는 정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는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등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을 지금보다 더 확대하고, 영세 자영업장에 대한 방역 물품 지원도 늘릴 필요가 있다”며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통해 푼 돈이 대기업이나 프랜차이즈 매장보다 영세 자영업자에게 더 많이 돌아갈 수 있는 세심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