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입법, 17대 이후 급증…"실적 올리기로 비효율 초래"

이데일리 의원입법 관련 라운드테이블
1인당 발의 6건서 72건으로 12배 증가
의정활동 지표로 활용, 졸속입법 비판
"위험한 법 많아, 통과율 낮은 게 다행"
  • 등록 2020-04-27 오전 6:00:00

    수정 2020-04-27 오전 6:00:00

[이데일리 유태환 기자] 17대 국회부터 20대 국회까지 의원입법 건수는 급등 추세를 이어갔지만, 내용 면에서는 ‘부실입법·졸속입법’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수준의 내용이 다수라는 분석이다. 의원 개개인에 대한 ‘법안 발의 건수 정량평가’ 지양과 의원입법 발의 요건 강화 등이 개선책으로 거론된다.

법 비만영 의원입법, 19대 65%·20대 71%

이영범 건국대 행정학과 교수는 24일 서울 중구 KG타워에서 열린 법무법인 대륙아주 입법전략센터·이데일리 공동 주최 ‘21대 총선과 의원입법 현황·개선방안’ 라운드테이블 기조발제를 통해 “의원입법은 16대 국회에서 의원 1인당 약 6건에서 20대 국회에서 의원 1인당 약 72건으로 12배 증가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교수가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활용해 분석한 바에 따르면 17대 국회는 약 19건, 18대 국회는 약 40건, 19대 국회는 약 52건의 1인당 의원입법이 이뤄졌다. 반면 법률미반영된 의원입법 비율은 19대 65%, 20대 71%(현재까지 미처리된 법안이 모두 20대 국회 임기만료로 폐기된다고 가정했을 경우)에 달했다.

이 교수는 “최근 의원입법의 홍수 시대를 맞이하면서 긍정적 측면보다는 부정적 측면에 대한 지적이 많은 상황”이라며 “민주성을 대표하는 입법방식이 그 취지와는 다르게 의원들의 입법실적 올리기로 입법 과정의 비전문성과 비효율성을 초래한다는 지적”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쏟아지는 의원 입법 발의의 긍정적 요인으로 ‘이해관계를 충실히 법률안으로 반영하고자 하는 노력’이라는 평가를 소개하면서도 △의원입법의 전문성 부족 △의원입법 발의 조건 완화 △의정활동 평가지표로서의 발의건수 활용 등이 이런 현상에 일조했다고 꼬집었다.

“베낀 듯한 법, 중복·졸속·표절법안 문제”

이 교수는 의원입법 증가에 따른 우려를 민주성과 전문성, 효율성 세 가지 측면에서 분석했다. 그는 “민주성 측면의 우려는 정치적 고려에 의한 입법 경향으로, 입법과정에서 국민들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적절히 반영하여 조율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며 “재선을 목표로 하는 의원들에게 의원입법은 특정 이해관계집단의 이익, 자신의 선거구민·지지집단의 이해를 반영하고 이들로부터 지지를 얻어내는 기회로 활용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전문성 측면의 비판은 법제기술상 완성도가 미흡한 법률안이 제출된다는 점”이라며 “타당성·현실성에 대한 검증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집행 불가능한 법률안이 발의되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이어 “효율성 측면의 문제는 사실상 동일하거나 내용이 유사한 법률을 발의하여 건수만 많아지고 이를 처리하는 비용이 증가하였다는 것”이라며 “다른 법률안을 베낀 듯한 법률안을 제출하는 등 중복법안, 졸속법안, 표절법안, 부실법안 등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개선책으로는 △국민의 입법참여 확대와 입법과정의 투명성 강화 △입법지원조직의 개선 △법안비용 추계제도 활성화 △의원입법 발의 요건 강화 등을 제시했다.

“통과율 60%됐다고 사회 좋아졌겠느냐”

반면 이날 행사에 토론자로 참석한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처럼 의원입법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법안 통과율이 낮을 것을 꼭 부정적으로 바라볼 사안만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최 의원은 “4년 동안 20대 국회가 최악이라는 평을 많이 들었는데 낮은 법안 통과율이 기준이 됐다”며 “물론 비난받아 마땅한 행적이 있지만 16대 국회처럼 통과율이 60%대가 됐다면 사회가 좋아졌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통과율이 낮은 게 오히려 다행일 수도 있다”며 “우리 사회의 여러 가지 사고가 발생하면 1주일 내 그 사고 방지와 처벌을 위한 법이 나온다. 의원입법 현실을 보면 굉장히 위험한 법안이 너무나 많다”고 말했다.

최 의원은 이런 폐해를 방지하기 위해 정성평가만으로 수상자를 선정하는 국회의 ‘입법 및 정책개발 우수 국회의원’ 제도 상례화를 제안했다. 국회는 국회 혁신의 일환으로 지난해 3월 ‘입법 및 정책개발 우수 국회의원’ 시상에서 정량평가 및 정당별 추천 부문을 폐지한 바 있다.

이데일리와 법무법인 대륙아주 입법전략센터가 24일 서울 중구 KG타워에서 제21대 총선과 의원입법의 현황·개선방안을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영범(왼쪽부터) 건국대학교 교수, 박정수 한국정책회장(이화여대 교수), 김종석 미래한국당 의원,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승철 법무법인 대륙아주 고문, 차동언 법무법인 대륙아주 입법전략센터장이 대담을 하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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