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서 젊은 남녀는 ‘견묘지간’이라 할 만큼 사이가 벌어졌다. 남녀가 서로를 혐오 표현으로 부르는 일은 이제 비일비재하다. 세대별로 서로 이해하지 못하는 세대갈등과 더불어 남녀 사이의 ‘젠더갈등’ 역시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됐다. 특히 2030세대, 이른바 MZ세대의 남녀 갈등이 심화하면서 사회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단 지적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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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젊은 남성들 사이에선 여성혐오가 유행처럼 번졌다. 남성들은 청춘기에 군 복무 의무를 짊어지지만 여성은 병역의 의무를 지지 않는데다 취업시장에서도 ‘부당’하게 남성을 앞지른다는 이유다. 취업 문턱은 높아졌는데 일부 기업은 ‘여성 할당제’ 등으로 여성을 우대하면서 남성이 오히려 역차별을 받는다는 인식이 퍼져나갔다. 이 때문에 ‘여성과 남성의 권리 및 기회 평등’이 핵심인 페미니즘을 여성우월주의 식으로 잘못 이해하고 반감을 갖는 젊은 남성들이 늘고 있다.
이처럼 젠더갈등엔 병역, 취업, 양육, 범죄 등 복합적인 요인들이 얽혀 있다. 특히 경제침체기에 한정된 취업·승진 기회를 놓고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 격화되면서 남녀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양상이다.
올해 여대를 졸업한 안모(26·여)씨는 사회 생활을 시작하면서 여권 신장의 필요성을 절감했다고 토로했다. 안씨는 “부모 세대보다야 세상이 나아졌다지만 취업 면접 때에 숏컷이나 정장 바지를 입고 가면 면접 질문을 공격적으로 받는 경우도 많았다”며 “함께 일하는 남자 직원이 제시하는 아이템을 보면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해 기분이 상할 때도 있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젠더 갈등이 단기간에 해결되긴 어렵지만 서로에 대한 이해를 통해 합의점을 찾아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각자의 이해관계에서 보면 남성과 여성이 각각 모두 불행한 건 맞지만 과연 서로 혐오하면서 그들의 일상이 나아지고 개선됐는지 되물어 볼 필요가 있다”며 “남녀뿐 아니라 무수히 많은 요인들이 얽혀 있는 것이니 상대방을 헤아리는 태도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 허버허버 : 남성들이 허겁지겁 음식을 먹는 모습을 비하하는 표현
* 웅앵웅 : 남성들이 말할 때 논리력이 떨어진다는 의미의 표현
* 설거지론 : 젊은 시절 여러 남자와 어울린 여성을 만나 남은 그릇을 설거지한다는 여성 비하 표현
* 퐁퐁남 : 사회적으로 성공한 남성이 결혼 후 전업주부 아내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집안일한다는 표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