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신수정 기자] “급여 자체가 낮은데다 들쑥날쑥하기 까지 하다 보니 고급인력이 모일 수 없습니다.”
공사 현장 감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이를 위한 처우개선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저임금과 불안한 계약 형태를 통해선 고급 감리인력을 채용할 수 없다는 분석에서다.
| 공사현장 찾은 이승우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 (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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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감리업계는 비현실적인 규제와 낮은 연봉 등으로 전문인력 양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2006년에 조사한 ‘감리원 임금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부분 감리회사는 감리원을 채용단계에서부터 현장 배치 조건부 계약근로제로 운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장에 배치돼 일을 할 때는 정상적인 급여가 지급되지만 현장에 배치되지 않을 경우 재택근무를 하면서 정상급여보다 낮은 임금을 받고 있다.
감리업계 한 관계자는 “대부분 감리회사는 감리원을 채용할 때부터 현장 배치 조건을 달고 계약근로제 등의 형태로 운용하고 있다”며 “고용형태가 안정적이지 못한데다 현장에서 철수한 후엔 재택근무로 돌리고 임금의 절반만 주고 있어 취업하는 사람들도 퇴직 후 소일거리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감리 비용은 전체 기업의 평균으로 정해지는 것은 업계의 관례이기 때문에 감리업 자체가 많은 이익이 나는 산업이 아니다”라며 “엔지니어링사들이 저임금의 고령자를 채용해 이윤을 보전하는 경우가 많다”고 털어놨다. 이어 “감리계약서도 당초 견적서보다 쪼그라든 형태로 수의계약 하는 경우가 많아 임금이 낮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현장과 동떨어진 감리원 배치 및 교체 규정이 불안한 고용형태를 가속화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택 건설공사 감리자 지정기준 제4조에 따르면 공사중단 기간이 3개월 이상이 예상돼도 3개월이 되는 날까지 감리원을 타 프로젝트에 참여해서는 안된다. 공사가 지연돼 감리업무를 못해도 3개월까지 인력을 활용할 수 없어 만성적인 고용불안과 인력 부족을 야기한다는 지적이다.
업계 안팎에선 프로젝트 규모가 아닌 발주처의 예산 상황에 따라 발주되는 관행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엔지니어링업계 관계자는 “15억원 규모인 프로젝트를 발주처가 예산절감을 이유로 10억원에 발주한다면 이에 비례해 감리원 투입도 적어지고 부실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며 “안전책임을 지우기 위해선 시장논리에 따라 돌아가는 불안한 감리업계 시스템 먼저 손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