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초에 세탁기 1대씩 뚝딱...LG전자 '원스톱' 美공장 가보니

[르포]LG전자 테네시州 생산법인 둘러보니
연간 세탁기 120만대·건조기 60만대 생산
부품 내재화율 60%·자동화율 63%로 높아
미국 생활가전 공장 중 ‘등대공장’ 최초 선정
“상반기 일체형 세탁건조기 워시타워 라인 신설”
  • 등록 2023-01-15 오전 10:00:00

    수정 2023-01-19 오전 7:45:04

[클락스빌(미국 테네시주)=이데일리 박민 기자] 북미(미국·캐나다·멕시코) 가전 시장을 겨냥한 LG전자의 전초기지. 지난 9일(현지시간) 찾은 LG전자의 미국 테네시주(州) 생산법인 공장 내부에는 로봇팔이 쉼 없이 움직이며 제품을 조립하고 있었다. 세탁기과 건조기 생산 라인을 갖춘 이곳 공장은 작업자가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대부분 공정이 자동화로 이뤄지는 ‘지능형 자율공장’ 이었다.

특히 폭(가로) 100미터, 세로(길이) 500미터에 이르는 긴 직사각형 형태의 공장 내부 구조도 눈에 띄는 점이었다. 이는 부품 생산에서 조립, 최종 완제품 포장에 이르는 전 과정을 일렬로 쭉 뻗은 한 라인에서 이뤄내기 위한 최적의 설계였다. 이처럼 ‘완결형 통합생산체제’를 강점으로 이곳 공장에서는 하루에 약 10초마다 1대씩 제품을 찍어내며 세계 최고 생산효율을 자랑하고 있었다.

LG전자의 생활가전 글로벌 핵심 생산기지인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 클락스빌에 자리한 공장 전경.(사진=LG전자)
LG전자의 생활가전 글로벌 핵심 생산기지인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 클락스빌에 자리한 공장 전경.(사진=LG전자)
부품부터 완제품까지 한 라인

미국 테네시 주도(州都) 내슈빌 시내에서 자동차로 약 1시간 정도 달려 도착한 클란스빌 소도시에 있는 LG전자의 미국 테네시 생산법인. LG전자의 미국 내 첫 번째 가전제품 공장으로 현재 드럼세탁기와 통돌이세탁기, 건조기 등 총 3개 생산라인을 갖추고 가동중이다. 연간 생산 규모는 세탁기 120만대, 건조기 60만대다. 특히 건조기 생산라인은 국내 창원공장에 이어 두 번째로서, 해외 첫 생산거점이다.

테네시 공장의 가장 큰 특징은 LG전자의 국내외 세탁기 공장을 통틀어 ‘부품 내재화율’과 ‘생산 자동화율’이 가장 높다는 점이다. 우선 테네시 공장은 ‘금속 프레스 가공’, ‘플라스틱 사출 성형’, ‘도색’ 등 부품 제조를 대부분을 내재화했다. 외부에서 가져다 쓰는 게 아니라 공장 내에서 생산해서 쓰는 ‘자급자족’ 시스템이다.

특히 플라스틱 부품을 대량 제조하는 기법인 ‘플라스틱 사출 성형’은 대부분의 공장이 경제성을 따져 외주를 맡기는 경우가 많지만, 이곳은 이마저도 내재화(인하우스)를 택했다. 미국 내 높은 물류비 현실을 고려한 전략에서다. 실제로 LG전자의 생활가전 최대기지인 국내 창원공장 또한 사출은 100% 외주로 이뤄지고 있다.

손창우 테네시 생산법인장은 “부품 제조에서 각종 부품을 표준화된 모듈로 만드는 어셈블리(모듈 조립)까지 따지면 부품 내재화율은 60% 이상”이라며 “그외 전자부품 등은 한국에서 가져와 쓰고 있으며, 향후 부품 내재화율을 최대치인 65%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히 부품 수가 아닌 금액을 따졌을 때 내재화율은 80%에 달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부품 내재화의 최대 장점은 물류비, 관세, 배송시간 등을 줄여 수요 변화에 적기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이다. 부품 공급 지연과 같은 문제가 거의 발생하지 않아 완제품을 만들어 고객에게 공급하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또 철저한 품질조건을 라인 전체에 일괄 적용해 부품부터 완제품까지 생산 품질을 높일 수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미국 테네시 소재 LG전자 공장 내 무인운반차(AGV)가 세탁기와 건조기의 부품을 나르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LG공장)
미국 테네시 소재 LG전자 공장 내 무인운반차(AGV)가 세탁기와 건조기의 부품을 실어나르고 있다. (사진=LG공장)
연말까지 자동화율 70%로 확대

첨단 제조기술을 접목해 세계적인 수준의 지능형 자율공장으로 구축된 이 공장은 공정 60% 이상이 자동화로 이뤄지고 있다. 제품 최종 검수나 작업자의 판단이 필요한 섬세 작업 등을 제외하곤 대부분의 작업은 로봇이 수행한다. 손 법인장은 “테네시 공장의 자동화율은 현재 63%로 생활가전 제조공장 기준으로는 최고 수준”이라며 “올 연말까지 70% 가까이 높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공장 이곳 저곳을 누비고 있는 납작한 파렛트 모양의 무인운반차(AGV·Automated Guided Vehicles)가 가장 많이 눈에 띄었다. AGV는 각 생산라인을 따라 완제품을 조립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부품을 옮기고 채워넣는 일을 수행하는 로봇이다. 최대 600kg까지 적재할 수 있으며, 이곳 공장에만 166대가 가동 중이다. 기존에 사람이 직접 하루에 6000번 이상 수행했던 부품 운반 작업을 AGV가 처리하면서 테네시 공장은 완전 무인 물류 체계를 완성했다.

AGV는 생산라인마다 필요한 부품의 종류와 수량을 중앙의 통합생산관리시스템과 실시간으로 주고받고 자동으로 움직이면서 별도의 사람의 조작도 필요하지 않는다. 운반 경로 또한 3만 개 이상의 공장 내 위치 데이터를 기반으로 최단 이동거리를 찾아 스스로 움직이며, 물류 동선 실시간 시뮬레이션을 통해 AGV간 충돌 사고도 전혀 없다.

이외에도 세탁·건조통과 인버터 DD모터 등 무거운 부품 조립, 고열이 발생하는 용접 등 위험하고 까다로운 작업은 모두 로봇이 수행한다. 로봇팔이 10킬로그램(kg)이 넘는 세탁통을 빠르고 정확하게 만들어내고, 완성된 세탁통은 다시 로봇팔에 가뿐히 들려 다음 공정으로 넘겨진다. 특히 라인에 설치된 로봇팔마다 눈 역할을 하는 카메라 센서가 달려 있어 부품이 잘못 조립됐거나 비정상적인 위치에 있으면 자동으로 감지해 조립을 멈춘다. 이를 통해 완제품을 기준으로 해 불량률은 1%에 그친다.

미국 테네시 소재 LG전자 공장 내 로봇이 사람을 대신해 세탁기와 건조기의 외관 커버와 같은 무거운 부품을 들어올리고 있다.(사진=LG전자)


미국 테네시 소재 LG전자 공장 내 로봇이 스테인리스 스틸을 둥글게 말고 용접해 세탁기의 주요 부품인 세탁통을 만들고 있다.(사진=LG전자)
미국 테네시 소재 LG전자 공장 내 로봇이 스티로폼(EPS) 포장작업까지 마친 건조기를 옮기고 있다. (사진=LG전자)
◇韓기업 해외 공장 최초 ‘등대공장’ 선정


이처럼 최첨단 스마트공장으로 움직이는 LG전자 테네시 공장은 지난 13일(현지시간) 세계경제포럼(WEF)으로부터 ‘등대공장’으로도 선정됐다. 등대공장은 밤하늘에 등대가 배를 안내하는 것처럼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을 도입해 제조업의 혁신을 이끄는 공장을 일컫는다. 지난 2018년부터 WEF에서 전 세계 공장들을 심사해 매년 두 차례씩 선발한다.

미국 현지에서 생활가전 공장 중 등대공장 선정은 LG전자 테네시 공장이 처음이다. 한국 기업이 해외에 세운 공장 중 최초의 등대공장이다. 이번 선정으로 LG전자는 작년 상반기에 등대공장으로 선정된 창원 LG스마트파크에 이어 두 번째 등대공장을 보유하게 됐다. 류재철 LG전자 H&A(생활가전) 사장은 “맞춤형 제조 혁신으로 차별화된 고객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는 올 상반기 안으로 일체형 세탁건조기 워시타워 라인을 추가로 구축해 북미 가전 수요에 대응하고, 신규 일자리도 창출할 계획이다. 류 사장은 “LG전자 테너시 공장의 전체 부지 면적은 125만㎡에 달하지만, 이중 현재 10분의 1정도의 땅만 쓰고 있다”며 “처음에 공장 설립을 추진했을 때부터 세탁기뿐 아니라 냉장고와 오븐 등 다양한 제품 계획을 갖고 시작한 만큼 향후 시장 상황에 따라 제품 생산도 확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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