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이 더 지독하다... '젊은 진상' 피해 막심

문제 해결 목적 아냐...'화풀이'하는 '젊은 진상'
감정 노동자, 식당 업주들 "정신적, 경제적 타격 심각"
'사이다썰'에 열광하는 2030 "폭력이 정의 구현?"
코로나로 쌓인 분노 약자에 전가되는 것
  • 등록 2021-02-03 오전 12:05:26

    수정 2022-01-19 오후 3:19:43

“아니 됐고, XX, 짜증이 나잖아요!!”

(사진=이미지투데이)


카페에서 일하는 권모(22?여)씨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고객 항의에 사과하고 해결책을 제시했지만 일방적인 분풀이를 들은 것. 권씨는 고객 요청 사항에 맞게 음료를 뜨겁게 만들었다.

하지만 음료를 집에 가져간 고객은 “지금 이걸 먹으라고 만든 거냐”며 전화해서 따졌다. 그는 고객의 불만 제기에 대해 사과하면서 "오늘 날씨가 추워 가시는 길에 식은 것 같다"며 "괜찮으시면 다시 만들어드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고객의 분풀이는 끝나지 않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욕을 퍼부었다.

권씨는 이번 일로 큰 충격을 받았다. 그는 “내가 잘못한 일이 아니지만 고객에게 사과했다"며 "그 고객은 화풀이를 계속했다. 내 말은 듣지도 않고 화만 내 정신적으로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권 씨는 “나이 드신 분들은 제가 사과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면 대부분 화가 풀어지는데 젊은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며 “고집스럽게 불평하고 화풀이 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화장품 전문점에서 일하는 강모(24?여)씨도 “최근 젊은 고객이 물건을 한가득 안고 있어 바구니를 갖다 줬다"며 "고객이 ‘옆에서 바구니 좀 들고 있어’라고 했다. 젊은 고객들이 오히려 안하무인 격으로 전혀 말이 안 되는 요구를 한다”고 했다.

문제해결보다 화풀이가 목적인 젊은 진상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젊은 진상’이라는 키워드가 화제다. 불편 호소를 넘어 트집을 잡고 막말하며 직원을 굴복 시키려는 경향이 있는 일부 2030 고객을 일컫는 용어다.

서비스업, 자영업 종사자들은 젊은 진상들 때문에 스트레스가 가중되고 있다고 호소한다. '참교육', '사이다썰’ 등의 콘텐츠를 선호하는 2030세대의 특성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가중돼 분노로 치닫는 현상인 ‘코로나 레드’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콜센터에서 상담사로 일하는 이모(25?여)씨도 “일부 젊은 고객들은 대부분 상담사가 문제를 해결해줄 수 없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화를 낸다”고 말했다.

이씨는 “나이 든 사람들은 공감해주거나 포인트를 지급하면 상담을 종결할 수 있다"면서도 "젊은 고객들은 전후사정 가릴 것 없이 요청 사항을 받아달라는 식이라 더 까다롭다”고 설명했다.

그는 “얼마 전에는 고양이 사료 배송이 이틀 늦었다는 이유로 ‘고양이가 굶어 죽으면 네가 피해를 보상하라’며 따지는 젊은 고객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젊은 고객들은 택배를 주문하고 며칠 몇 시 몇 분까지 어디로 보관해 달라는 요청이 많다”며 “배송 물량과 도로 사정에 따라 배송 시간은 다를 수 있고 지정 시간은 접수해드리기 어렵다고 설명해도 전혀 듣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악성 리뷰에 지치는 상담사·자영업자...“수입에 큰 타격

이씨는 젊은 진상 고객들이 악의적으로 만족도 평가 점수를 낮게 줄 경우 경제적으로도 타격을 입는다고 했다. 성과급을 받지 못하기 때문.

이씨는 “아무리 친절하게 고객들 요청 사항을 최대한 반영해 들어주려 노력해도 고객 만족도 평가에서 5점 만점에 1점, 2점을 받게 되면 성과급 불이익이 있다”며 “일정 점수 미만을 받으면 녹취를 들으며 왜 점수가 낮게 나왔는지에 대해 사유서까지 써야 해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식당 업주들도 악성 리뷰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 배달 음식을 쓰레기 봉투에 버리거나 하수구에 버리는 사진을 찍어 올린 리뷰가 화제였다.

객관적인 맛 평가보다는 점주에게 상처를 주려는 악의적 의도가 담겼기 때문.

피해를 본 식당 업주 유모(43?여)씨는 “5년 넘게 장사를 했는데 이런 경우는 진짜 처음 봤다”고 토로했다. 유 씨는 “음식값을 지불했다고 상대방을 모욕해도 된다는 건 아니지 않냐”며 “악플러랑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하고 너무 불쾌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런 악성 리뷰가 자영업자들의 매출에도 큰 타격을 준다는 것.

유씨는 “우리 가게처럼 대형 프랜차이즈 가맹점이 아닌 소규모 자영업일수록 악성 리뷰로 인한 충격이 크다”며 “이런 악성 리뷰가 상단에 노출되면 영향을 받아 하루 이틀은 거의 주문이 들어오지 않기도 한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코로나19 장기화로 매장 영업이 어려워 배달 중심의 장사를 하는 환경에서는 악성 리뷰로 인한 타격이 더 크다. 그는 “'리뷰를 작성할테니 서비스를 달라'고 당연한 듯 요구하는 젊은 손님들도 굉장히 많다”며 “요구를 거절하면 반드시 이런 리뷰가 달린다”고 덧붙였다.

도 넘은 참교육’, ‘사이다썰에 열광하는 2030

2030은 ‘참교육’, ‘사이다썰’에 열광한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 SNS에서 꾸준히 인기다. '참교육', '사이다썰'은 주로 이야기 속 당사자가 어떤 피해를 당했을 때 이를 되갚아 주는 내용이다. 이야기를 읽으면 속 시원하다는 뜻에서 사이다라는 이름이 붙었다. 되갚는 행위를 ‘정의구현’이라고도 말한다.

이러한 사이다썰은 극단적인 경우도 있다.

불편을 준 알바생을 잘리게 만들거나 폭력을 행사하는 내용도 있다. 평소 유튜브에서 사이다썰을 본다는 김정환(30·남)씨는 “사이다썰에선 주로 잘못한 사람들을 혼내주니 폭력을 행사하는 내용도 자주 볼 수 있다”며 “이런 콘텐츠를 소비하다 보면 갑질과 폭력이 정의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코로나 장기화로 쌓인 분노...서비스업, 자영업 종사자에 풀어

서비스업, 자영업 종사자들은 코로나19로 사람들이 더 예민해졌음을 느낀다고 입을 모았다.

권씨는 “마스크 착용 의무화 때문에 마스크를 착용해 달라고 말씀드리면 비꼬거나 짜증을 내는 손님들이 많다”며 “그 외에도 사람들의 말투나 행동이 예민해졌음을 느낀다”고 했다.

이씨도 “관리자들도 사내 공지방에 ‘요즘 고객들이 코로나19 때문에 예민하니 주의해 상담하라’는 공지를 자주 올린다”고 말했다.

조선미 아주대 정신의학과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한 스트레스가 누적되면서 감정 조절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조 교수는 “약자라고 생각하면 더 쉽게 이런 행동이 나올 수 있다”며 “코로나19로 가정 내에서 부모들이 아이들과 오랜 시간 지내다 보면 화를 많이 내는데 이런 현상과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서수연 성신여대 심리학과 교수도 ”아무래도 코로나19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니 이전 같았으면 참을 수 있던 감정도 쉽게 분노로 표출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스냅타임 권보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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