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가 2분기 실적을 발표하기 직전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사진은 만화 ‘드래곤볼’에 나오는 악당, 프리저였다. 이번주에도 짧은 트윗 하나로 주주들을 들었다 놨다 한 일론 머스크. 이번주 증시인물은 일론 머스크를 통해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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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지난 22일(현지시간) 테슬라는 2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2분기 매출은 총 60억 4000만 달러(약 7조 2200억원)로, 일반회계기준(GAAP)에 따른 2분기 순이익은 1억 400만 달러(약 1244억 8800만원)를 기록했다. 이로써 네 개 분기 연속 흑자를 달성한 테슬라는 S&P500 지수 편입이 사실상 결정됐다.
사실 테슬라가 2분기 실적을 발표하기 전 주주들은 조마조마한 마음을 숨길 수 없었다. 증권가의 컨센서스는 테슬라가 이번 분기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던 까닭이다. 만약 흑자를 기록하면 S&P500 지수 편입이라는 대형 호재를 맞을 수도 있지만, 실패할 경우 ‘역시 주가가 높았다’며 차익 실현 매물이 대거로 나올 수도 있던 상황. 테슬라의 실적발표일을 앞두고 상당수의 주주들이 주식을 팔까 말까 고민했다. 심지어 테슬라는 ‘고평가 된 성장주’의 대표격으로, 테슬라의 실적이 부진할 경우 다른 성장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애플이나 아마존 등을 들고있는 주주들까지도 긴장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실적 발표를 반나절 가량 앞둔 그 때, 일론 머스크는 두개의 트윗을 남긴다. 하나는 테슬라의 자동차가 세워져있는 사진에 ‘개봉박두(coming soon)’이라는 메세지를 붙였고, 또 하나는 프리저가 ‘이건 내 최종 형태가 아니다’라고 말하는 사진과 ‘2분 뒤’라는 메세지를 붙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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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중 주주를 설레게 만든 게 바로 프리저의 사진이었다. 프리저는 어떤 싸움에서든 질 것 같은 순간이면 변신에 변신을 거듭해 결국 이기고야 마는 캐릭터다. 그리고 프리저는 변신을 할 때마다 ‘이건 내 최종 형태가 아니다’라는 대사를 날린다. 결국 테슬라가 이번 분기 우여곡절을 넘어 흑자를 기록하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 바탕이다. 일론 머스크가 첨부한 이 이미지 파일 한장에 실적 발표를 앞둔 테슬라 주주들이 환호했던 이유다.
찜찜한 흑자…월가는 여전히 회의적
테슬라는 결국 흑자를 냈고, S&P500 지수 편입도 확실시 됐다. 그런데 월가의 시선은 여전히 탐탁하지 않다. 테슬라가 흑자를 기록하긴 했지만 내용을 보면 차를 팔아서 흑자를 낸 게 아니라 탄소배출권을 다른 자동차 업체에 팔아서 돈을 번 것인 까닭이다.
그래서 테슬라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은 여전하다. 지금은 탄소배출권을 팔아 흑자를 내지만, 다른 완성차 업체들도 속속들이 친환경차 시장에 입성하고 있는 상황에 이같은 수익이 지속될지 여부는 장담할 수 없는 탓이다. 재커리 커크혼 최고재무책임자(CFO) 역시 2분기 실적발표 당시 “탄소배출권 판매수익이 올해는 전년에 비해 두배로 증가할 것이고 일정기간 동안 계속될 것”이라면서도 “종국엔 줄어들 것”이라고 시인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올 들어 300% 넘게 오른 테슬라의 주가 역시 부담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모건스탠리는 테슬라의 목표주가를 740달러, 투자의견은 ‘시장수익률 하회’를 제시하며 “장기적으로 중국 내 수익 지속 가능성과 자동차 업계 펀더멘털이 부진한 점, 아마존·애플·구글 등 자본이 잘 확충된 기술 기업들과의 경쟁을 피할 수 없는 점 등이 우려요인”이라며 “테슬라의 시가총액이 3000억 달러로 지나치게 빨리 증가했다”고도 지적했다.
프리저는 변신에 변신을 거듭해 여러 적들과 싸워 이기지만 마지막엔 초사이언으로 변신한 손오공에게 철퇴를 맞는다. 테슬라의 미래는 프리저의 결말과 다를 수 있을까. 앞으로도 일론 머스크는 증시의 이슈를 독점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