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GTX 했더라면 서울 집값 폭등 막았다"

GTX 최초 제안 이한준 전 경기도시공사 사장
경기도가 제안했던 GTX 10여년 지나 착공 아쉬워
"GTX-D노선 GTX 3개노선 완공 후 상황 고려해야"
  • 등록 2019-12-13 오전 5:00:00

    수정 2019-12-13 오전 8:03:22

이한준 한반도선진화재단 국토교통연구회장이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정책특별보좌관 시절 제안했던 GTX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김태형 기자)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10년 전 GTX 3개 노선을 착공해 개통했다면 지금처럼 서울 집값 폭등은 없었을 것이다”

이한준 한반도선진화재단 국토교통연구회 회장(전 경기도시공사 사장)은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를 최초로 제안한 도시교통전문가다. 이 회장이 GTX의 최초 제안자라고 불리는 이유는 2006년 7월 한국교통연구원 부원장에서 김문수 당시 경기도지사의 정책특별보좌관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수도권 교통문제 해결의 방법으로 ‘대심도 급행열차’안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토지보상권이 소멸하는 지하 40m 이하로 내려가 직선으로 터널을 뚫은 뒤 그 안으로 시속 100km 이상의 고속전철을 운행하면 수도권 외곽 지역에서 서울 중심부까지 30분 안에 주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이데일리와 만난 이 회장은 “대심도 급행철도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 계획안으로 발전했고 이후 GTX(Great Train Express)란 이름으로 김문수 지사와 경기도의 핵심 추진 사업으로 부상했다”며 “2007년 처음 GTX사업을 이야기했을 때 주변의 시선은 부정적이었지만 지금은 수도권과 서울의 집값과 교통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GTX 10년전 진행했다면 지금 쯤 완공…서울 부동산 폭등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 회장은 GTX의 시공이 늦어졌다는 것에 아쉬움을 감추지 않았다. 김문수 전 지사는 GTX 건설을 공약으로 내세워 2010년 민선5기 선거에서 경기도 지사 연임에 성공했다. 김 지사는 임기 중 GTX 착공을 위해 애를 썼지만 끝내 착공을 보지 못하고 도지사에서 물러났다. 이후 표류하던 GTX 사업은 문재인 정부 들어 다시 힘을 얻기 시작해 3개 노선의 건설이 확정됐고 대도시광역교통위원회가 지난 10월 말에 발표한 ‘광역교통 비전 2030’의 가장 중요한 사업이 됐다.

GTX A·B·C 노선도(그래픽=국토부)
이 회장은 GTX 사업이 늦어진 이유를 4대강 사업으로 꼽았다. 이 회장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2010년 ‘KTX 고속철도망 구축전략’을 발표하면서 GTX를 지자체 주도로 추진하면 적극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4대강 사업에 예산이 집중되는 바람에 실질적인 지원은 없었다”며 “이명박 정부 이후 박근혜 정부에서도 GTX사업은 뒷전으로 밀린 게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GTX 3개 노선 사업비는 12조원 규모로 적지 않았지만 민자를 활용하고 GTX역 주변을 고밀도 콤팩트 시티로 개발해 개발부담금을 환수할 수 있다면 사업비가 훨씬 줄어드는 구조였기 때문에 정부로서도 큰 부담이 없었을 것이다”며 “이제라도 GTX를 추진하는 것이 다행이긴 하지만 정부나 정치권에서 GTX를 더 서둘렀더라면 3기 신도시처럼 수 십조원의 토지보상금을 투입해야 하는 사업은 하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당시 한국의 토목과 건설기술력으로 충분히 GTX 시공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지하 40m 이하로 내려가 터널을 파는 것이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어려운 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공법의 발전으로 과거보다는 훨씬 쉬워졌다. 화약 등을 사용한 발파 공사로 터널을 뚫는 재래식(NATM) 방식이 아니라 첨단 터널굴착 장비를 활용하는 기계화 터널 시공 방식(TBM: tunnel boring machine)이 보편화 되기 시작해서다. 게다가 한국 건설사들의 시공능력은 세계 톱레벨 수준이란 점도 작용했다.

이 회장은 “도시에서 지하철을 건설할 때 토지보상비용이 공사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해 어려운 점이 많지만 지하 40미터 아래는 토지보상권이 소멸하는 지점이었고 TBM 공법을 쓰면 공사에 따른 여러 민원도 줄일 수 있을 거라고 판단했다”며 “현재 SRT가 운영되고 있는 수서와 평택 구간은 터널로만 고속열차가 다니는 데 이와 비슷한 개념이 GTX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이 GTX 아이디어를 내놓은 근본적인 배경에는 정부의 2기 신도시의 개발과도 관계가 있다. GTX노선은 노무현 정부가 추진한 경기도권의 2기 신도시의 주요 지역과 연결되어 있다. 2기 신도시는 서울과의 접근성이 좋지 않아 아직도 일부 지역은 개발이 계속 지연되고 있다.

이 회장은 “운정과 옥정, 평내와 호평, 구성, 동탄 등 2기 신도시는 서울과의 광역교통이 좋지 않아 애초 의도했던 서울 주택수요 분산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며 “신도시를 건설할 때 교통 인프라를 함께 공급하지 않으면 그 효과가 반감 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당장의 수요보다 미래 수요 보고 GTX-D 추진해야”

이 회장은 대광위의 ‘광역교통 비전2030’에서 나온 서울 서남권 급행철도, 즉 GTX-D 노선 건설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당장의 수요보다는 미래의 수요를 예측하고 수도권 전체의 큰 그림을 보지 않고 무턱대고 노선을 정했다가는 나중에 뒷 감당을 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GTX 아이디어를 낸 것은 2006년 무렵이지만 3개 노선을 확정 발표하는 데는 2~3년간 검토하고 연구하는 시간이 있었다”며 “GTX-D노선의 경우 GTX 3개 노선이 완공되었을 때 수도권의 변화를 상정하고 수도권의 미래 발전방향과 관련해 신중하게 노선을 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한준 한반도선진화재단 국토교통연구회장이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정책특별보좌관 시절 제안했던 GTX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김태형 기자)
이 회장은 마지막으로 GTX사업에 일부 반대가 있더라도 정부가 뚝심을 가지고 계속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애초 계획대로 2012년부터 GTX 3개 노선을 동시에 착공해 2014년에서 2015년에 개통이 되었더라면 지금처럼 서울의 집값이 폭등하는 것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GTX 사업을 정치적인 프레임에서 보는 바람에 계속 추진이 늦어졌고 처음 아이디어가 나온 이후 12년이 지난 최근에서야 착공을 확정했다. 지금 GTX가 지금 운행하고 있다고 가정해보면 2기 신도시의 교통 인프라가 훨씬 좋았을 것이고 서울로 거주수요가 집중되는 현상도 어느 정도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정부는 큰 그림을 봐야 한다.”

☞이한준 회장은?

한양대 공과대학 도시공학과를 졸업한 뒤 홍익대 대학원 도시계획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1979년 KIST 부설 지역개발연구소에서 신행정수도 이전에 관한 연구를 시작으로 공직에 입문했다. 이후 교통부 산하 교통개발연구원(현 한국교통연구원) 발족에 참여하면서 27년간 연구원 및 기획조정실장, 부원장 등을 역임하며 서울 지하철과 부산 지하철 계획에 깊이 관여했다. 2006년 4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남·북·러시아 3자간 철도전문가 회담의 한국 수석대표로 참석했고 인천국제공항철도 민간투자사업의 정부 측 협상 단장도 맡았다. 2006년 경기도지사 정책특별보좌관으로 임명돼 경기도정에 참여했다. 2008년 경기도시공사 50대 사장으로 취임해 2011년까지 재임하며 경기도의 GTX 사업 등을 진두지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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