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할까 말까…실질 지배력 기준 회계전문가도 '분분'

[회계 민낯 보기]
한미약품·KT&G·삼성바이오로직스 등 갈등 겪어
IFRS 체제에서 매년 빚어지는 논란
"기업 결정 존중해주는 문화 필요"
  • 등록 2020-05-15 오전 2:32:00

    수정 2020-05-15 오전 2:32:00

[이데일리 이광수 기자] 국제회계기준(K-IFRS)이 국내에 도입된 이후 연결대상 범위를 어디까지로 볼 것이냐 논란은 매년 발생하는 단골 손님이다. IFRS에서는 ‘실질적인’ 지배력이 있을 경우에만 종속기업으로 인정하고 연결재무제표에 포함할 수 있는데 이 ‘실질적’에 대해 회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합치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연결재무제표는 지배기업과 종속기업을 하나의 경제적 실체로 보고 작성된 재무제표다. 기업의 실질을 명쾌하게 보여주기 위한 차원에서 IFRS 체제에서는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하는 것이 의무다. 지배기업과 종속기업을 연결해 재무적으로 유리하게 보일지 아닐지는 기업이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르다.

[표=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가장 최근 사례는 KT&G(033780)가 인도네시아 자회사인 트리삭티를 연결로 인식해 재무제표를 작성한 것을 놓고 금융당국이 중징계를 예고하는 조치사전통지를 보낸 건이다. KT&G는 지난 2011년 트리삭티를 인수할 당시 이 기업 경영권을 가지고 있는 싱가포르 소재 특수목적법인(SPC) 지분을 인수하는 형태를 취했다. 이 SPC는 트리삭티 지분을 50% 이상 갖고 있었다.

KT&G가 인수한 SPC가 트리삭티의 지분 50% 이상을 갖고 있기 때문에 표면적으로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IFRS에서 연결재무제표의 포함 여부는 단순 지분율이 아니라 ‘실질적인’ 지배력이 있느냐가 관건이다. 50%를 초과하더라도 실질적인 지배력이 없다면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할 수 없다. 동시에 지분이 과반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이사회를 장악하는 등 지배력이 있다고 판단되면 연결대상에 포함할 수 있다.

지난 3월 금융감독원은 KT&G가 구주주와의 이면계약 등으로 회사의 실질적인 지배력이 구주주에게 있다고 판단했다. KT&G가 트리삭티를 연결대상에 포함하면서 인도네시아 사업 실적이 과대 계상됐다는 설명이다.

이에 KT&G측 관계자는 “2011년 트리삭티를 인수할 당시 회계 관행은 지분 과반을 확보하고 있으면 실질적 지배력을 보고 연결처리를 했었다”며 “이면계약을 맺은 바 없다”고 해명했다. 해당 건에 대한 결론은 아직 나지 않았다.

지난 1월 불거진 한미약품(128940)-한미사이언스(008930) 사례는 오히려 반대의 경우다. 회사 측에서 연결대상에서 제외했는데 외부 감사인이 연결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지적한 경우다. 한미사이언스의 새 외부감사인인 한영회계법인이 한미사이언스가 한미약품(지분율 41.39%)을 포함해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하지 않은 것을 문제라고 봤다.

쟁점은 한미약품 이사회 구성과 주주총회에서 행사된 의결권이었다.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 질의회신연석회의에서 과거 주주총회 의결 결과만으로 지배력 여부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결론이 나면서 갈등이 해소됐다. 이렇듯 회계 전문가들도 시각에 따라서 연결 여부를 달리 볼 수 있는 것이다.

막바지 수사가 진행 중인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분식회계 의혹과 감사의견 ‘한정’ 사태까지 번졌던 아시아나항공(020560)-에어부산(298690) 사례 등도 넓게 보면 연결재무제표에 포함시키는 이유에 대한 시각차로 발생한 이슈들이다. 이같은 갈등은 전문가들의 판단을 존중하는 IFRS 체제하에서는 계속될 수 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오명전 숙명여대 교수는 “금융감독원이나 회계기준원에서 실질 지배력을 판단하는 실제 케이스들을 발굴해 어느정도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게 그나마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라며 “근본적으로는 IFRS의 특성을 고려했을 때 기업이 합리적인 판단을 했다고 판단되면, 이 결정을 존중해주는 분위기가 형성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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