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의 맥]②3상까지 10% '바늘구멍'...통과해도 퇴출·실패 위험

전임상, 쥐와 토끼 등 동물 대상 독성, 효과 검증
1상, 건강한 사람 20~80명 대상 부작용 효과 측정
2상부터 고비, 100~200명 소규모 환자 대상
3상, 최소 수백명에서 수천명 환자 대상, 장기 투여
K바이오, 기술수출 덫 주의해야
4상, 시판후 검증. 출시 후 부작용 퇴출도 있어
임상 성공과 시장성공 별개
  • 등록 2020-07-07 오전 5:00:00

    수정 2020-07-07 오전 5:00:00

셀트리온 연구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항체 치료제’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사진=셀트리온)
[이범진 아주대 약학대학 교수·아시아약학연합(AASP) 회장·노희준 기자] 코로나19 항체 치료제를 개발 중인 셀트리온(068270)은 이달 초 동물시험 첫 단계를 성공했다. 셀트리온은 족제비 일종인 패렛을 몇 그룹으로 나눠 개발 중인 약물을 투여하고 약물을 투입하지 않는 대조그룹과 비교했다. 그 결과 약물 투여 그룹에서 대조그룹보다 콧물·기침 등의 증상이 사라지고 활동성이 높아지는 개선 효과를 확인했다.

일단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하면 신약개발은 이 같은 동물실험부터 시작한다. 이를 임상의 앞선 단계라는 뜻에서 전임상이라 부른다. 혹은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이 아니라는 의미에서 비임상이라고 한다. 전임상 단계에서는 개발한 신약후보 물질을 사람에게 투약하기 전 쥐와 비글견, 토끼같은 동물에게 사용해 부작용, 독성, 효과 등을 파악한다. 전임상에는 통상 3~4년 정도가 걸리며 임상 비용의 10%가 들어간다. 성공확률은 편차가 크지만 평균 50%다.

이후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 1상을 진행한다. 바로 환자에게 투여하기에는 위험 부담이 따르기 때문이다. 통상 후보물질 약물을 약 20~80명 정도의 건강한 사람에게 투여해 안전하게 사용될 수 있는 용량과 체내로 약물이 흡수되는 정도를 평가한다. 이를 통해 치료효과를 추정하는 것이 목표다. 대체적으로 임상 1상은 성공확률은 64.5%로 임상 1상을 통과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것은 아니다. 임상 1상은 통상 1년반이 걸리고 전체 임상비용의 12% 정도가 든다.

(자료=하나금융투자증권)
◇ 2상부터 고난이도 단계 진입....기술수출 양면성 주의해야


문제는 임상 2상부터다. 임상 2상은 대상질환 중 조건에 부합하는 100~200명의 소규모 환자를 대상으로 단기간 동안의 약물 효과와 부작용을 검토한다. 또 임상 3상에 돌입하기 위한 최적용법 용량을 추정하고 설계한다. 대상질환과 약물의 특성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 임상2상에는 2~3년이 걸리고 전체 임상비용의 19%가 사용된다. 임상 2상의 벽은 높다. 실제 임상 2상의 성공확률은 32.4%정도로 임상 단계에서 가장 낮다.

일례로 난공불락으로 평가되는 치매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 천연물 후보물질(DHP140)을 가지고 개발에 나섰던 대화제약(067080)은 임상 2상의 벽을 넘지 못했다. ‘DHP140’는 초기 치매에 해당하는 경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에서 알츠하이머병 평가척도(ADAS-cog) 점수가 오리저널 약물인 도네페질의 단독 투여 대비 유의하게 개선되는 효과가 확인돼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효과가 대조의약품에 비해 통계적 우월성을 입증하지 못했다. 회사는 결국 지난해 9월 임상 2상 중단을 선언했다. 반대로 임상 2상이나 3상에서 기대하지 않았던 새로운 효능이 나타나 사업계획을 변경하는 경우도 있다. 가령 코로나19로 치료제로 가장 먼저 치료효과가 확인된 ‘렘데시비르’도 에볼라 치료제로 개발하려다 임상2상에서 효과를 입증하지 못했다가 코로나19 국면에서 코로나 치료제 효과가 확인돼 부활한 경우다.

시판허가를 얻기 위한 마지막 임상단계는 임상 3상이다. 이 과정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약 판매가 가능하다. 임상 3상은 최소 수백 명에서 수천명의 대규모 환자를 대상으로 장기간 약물 투여시의 안정성과 유효성을 검토한다. 또 용량과 그에 대한 반응 관계도 확립한다. 임상 3상은 통상 3~4년이 걸리고 전체 임상비용의 59%를 소비한다. 성공확률은 60.1%정도다.

지난해 국내 제약 바이오 기업은 임상 3상에서 성장통을 겪어야 했다. 면역항암제 개발에 기대를 받았던 신라젠은 지난해 8월 간암을 대상으로 한 신약 항암제 후보물질 ‘펙사벡’ 개발을 접은 바 있다. 임상 3상 중간점검(무용성 평가)에서 약 효능 등이 입증되지 않아 ‘중단 권고’를 받았기 때문이다. 당뇨병성 신경병증 치료제 개발에 나선 헬릭스미스 역시 지난 2월 후보물질 ‘엔젠시스’가 첫번째 임상 3상에서 위약 대비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아 임상에 성공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다만, 헬릭스미스는 임상 3상을 다시 개시한다고 최근 밝혔다.

임상과 관련해 함께 봐야 할 것은 후보물질의 기술수출이다. 국내 제약 바이오 기업은 독자 임상 수행보다는 전임상 단계나 임상 1상단계에서 주로 신약 후보물질을 글로벌 대형제약사에 기술이전하는 경우가 많다.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의 규모와 역량을 고려할 때 독자 임상에 뒤따르는 위험과 비용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기술수출을 하면 개발 위험을 피하면서도 개발 진전에 따른 단계적 기술료(마일스톤)와 경상기술료(로열티) 등을 챙길 수 있다.

문제는 기술수출에는 항상 반환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다는 점이다. 후보물질을 가져간 글로벌 제약사는 언제든 ‘될성싶은 떡잎’이 실제 효과가 없거나 경쟁 약물이 먼저 시장에 출시되는 경우 등에는 후보물질을 돌려준다. 중간에 개발이 어그러지는 경우다. 기술수출한 회사 입장에서는 큰 낭패다. 지난달에는 한미약품이 글로벌 제약사 사노피에 임상 1상단계에서 3조7000억원 규모로 기술이전했던 당뇨 신약 후보물질(‘에페글레나타이드’)이 임상 3상 도중 반환됐다.

기술수출과 달리 국내에서 모든 임상 단계는 물론이고 미국 FDA 신약 품목허가와 신약 출시까지 국내 제약· 바이오 기업이 100% 독자적으로 해낸 사례는 SK바이오팜의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가 유일하다. 세노바메이트가 후보물질 발굴(2001년)에서 미국 시판(2020년)까지 걸린 기간은 19년이다. 이 기간 신약 개발의 불확실성을 버텨낼 수 있는 것은 SK라는 대기업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 3상 통과해도 시판후 조사 남아....시장성공의 또 별개

임상 3상을 완수한 후 신약이 시장에 출시됐더라도 안심할 일은 아니다. 시판 후 안전성 · 유효성 검사를 말하는 시판후 조사(임상4상)가 남아있다. 이 과정에서는 신약이 시장에서 불특정 다수의 대규모 환자집단을 대상으로 판매되는 동안 약물 안전성에 대해 지속적으로 감시한다.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은 임상에 성공한 약이 모두 시장에서 성공하는 것은 또 아니라는 점이다. 실제 국내 신약은 이제까지 30개가 개발됐지만 이 중에서 실제 매출 창출 성과를 낸 것은 소수다. 보령제약(003850)의 고혈압 치료제 ‘카나브정’, LG화학(051910)의 당뇨병 치료제 ‘제미글로정’, 일양약품(007570)의 항궤양 치료제 ‘놀텍정’, HK이노엔의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정’ 등이 성공 신약으로 평가된다.

이렇듯 신약 개발과정의 리스크는 개발 전단계에서 매우 다양하다. 때문에 투자자는 임상시험 단계에서 신약의 효능, 부작용 등에 대한 검증과 개발된 신약이 기존 약품보다 효능과 가격에서 우수한지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결국 투자자는 신약개발에서 다양한 리스크 파악과 각 단계별 명확한 관전 포인트, 결정 기준을 정하고 그에 따라 임상시험 데이터를 분석해 투자해야 할 것이다.

◇이범진 교수는....

△1980~1984 서울대 약학대학 제약학과 학사 △1984~1986 서울대 약학대학 약학과 석사 △1988~1993 미국 Oregon 주립대 약학대학 약학박사 △2012~2020 아주대 약학대학 교수 △2013~ 현재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마약퇴치연구소 소장/부이사장 △2018~2020 국무조정실 마약류대책협의회 민간위원 △2019년 한국약제학회 회장 △2019~현재 (사)건강소비자연대 총재 △2020~ 현재 아시아약학연합(AASP)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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