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우리의 전력산업은 일제강점기 동원체제형 국가독점 사업자였던 ‘조선전업’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해방 후 전력수요 증가와 설비노후화로 만성적 단전사태에도 설비교체를 위해 필요한 요금인상을 저지하던 정치권은 진퇴양난의 상황에 처했다. 자본주의 시장경험이 일천했던 당시 정치인들은 결국 ‘조선전업’ 체제의 부활에 합의했고, 그 와중에 일어난 박정희 쿠데타와 맞물려 한국전력이 탄생했다.
그 후 반세기 동안 한국경제는 철강, 자동차, 조선, 반도체, 통신 등에서 눈부신 발전을 해왔지만, 전력산업은 ‘스마트그리드’, ‘4차 산업혁명’ 등 온갖 구호만 남발할 뿐 이들 첨단기술을 담아내지 못했다. 정치인과 국민 인식체계 역시 크게 다르지 않고, 전기요금이 쟁점으로 떠오를 때마다 국회회의록과 언론사의 논조 역시 놀랍게도 30-40년 전과 바뀐 것이 없다. 오히려 국회에서는 몇 해 전 한전의 독점구조를 더욱 강화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과도기적 대안도 시급하다. 국내 태양광이 주력 전원으로 기능하려면 최소 20년의 시간이 소요되고 그 사이 어떤 에너지원으로 전력을 공급할지 고민이 필요하다. 미세먼지의 주요 원인이자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40%를 차지하는 석탄화력의 감축을 위해서는 가스복합발전으로의 빠른 대체가 유일한 대안이다.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기술적으로 보완하기 위해서도 가스복합의 확대는 필연이다.
우리 사회는 지난 반세기 동안 온갖 모순된 주장들이 난무하는 국회에 이런 복잡한 에너지정책의 주도권을 넘길 경우 문제를 오히려 더 키워온 경험을 해왔다. 때문에 에너지전환을 위해서는 행정부처와 국회로부터 독립적이고 전문화된 에너지시장 규제기구가 필요하다. 국가독점 전력 및 가스시장을 경쟁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이는 한국식 보수·진보 개념과 아무 상관이 없다. 국가동원체제에서 정상적 경제체제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준비가 부족한 이번 정부에서는 불가하지만 향후 집단지성으로 극복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