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국배 최정훈 기자] 김기홍 JB금융지주 회장이 3연임한 것을 두고 잡음이 나오고 있다. JB금융지주 산하 광주은행 노동조합은 연령 제한 규정까지 손봐 사실상 ‘셀프 연임’을 했다고 비판하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금융지주 회장 장기 집권에 부정적이던 금융감독원 등 당국이 JB금융에 대해선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그래픽=김정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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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 회장은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회장으로 재선임될 예정이다. 앞서 JB금융 이사회는 지난 13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열고 김 회장을 차기 회장 최종 후보자로 선정했다. 유관유 JB금융지주 이사회 의장 겸 임추위원장은 “김 회장은 현재의 사업구조를 고도화시키는 한편, 핀테크·플랫폼 회사와의 협업 등 JB금융그룹의 미래 성장 전략을 위한 차별화된 비전과 전략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김 회장의 3연임을 두고는 논란이 일고 있다. 광주은행 노조는 JB금융이 지난해 말 내규를 개정해 최고경영자(CEO) 연령 제한을 조정한 것이 3연임을 위한 ‘셀프 개정’이라고 저격했다. 기존에는 재임 중 만 70세가 되면 다음 정기 주주총회까지만 임기가 보장됐으나, 선임 시점에만 만 70세 미만이면 가능하도록 손질한 것이 1957년생인 현직 회장 재선임을 위한 조치라는 것이다. “나머지 후보들은 들러리를 선 것”이라는 뒷말까지 나오고 있다.
그런데도 금융당국이 JB금융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자, 금융권에선 ‘의외의 반응’이라며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취임한 이후 소유-지배 분산 기업인 은행 지주의 ‘참호 구축’ 문제를 지적하며 지주 회장의 장기 집권에 부정적 입장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그간 연임이 예상되던 금융지주 회장들이 연임, 3연임에 도전하지 않고 차례로 물러났었다. 광주은행 노조관계자는 “당국이 장기 재임을 문제 삼았던 다른 은행과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것도 논란거리”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3연임에 대해) 감독당국이 ‘적정하다, 아니다’를 평가내리긴 어렵다”면서 “주주와 시장이 판단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CEO 승계 프로그램에 부합하는지 등 절차적 문제에 대해서만 본다는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형식 요건은 내규를 개정해 딱히 문제가 있다고 보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당국 관계자도 “금감원장도 능력 있는 분이 운영하는 건 문제삼지 않는단 취지로 얘기한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CEO 선임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은행지주·은행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을 마련한 금감원은 향후 종합적으로 이행 상황을 점검할 계획이다. 이런 가운데 이복현 금감원장이 내주 금융지주 이사회의장과 회동을 가질 예정이어서 어떤 메시지를 낼지도 주목된다.
JB금융은 “실적 등 성과를 보면 연임에 명분이 없지 않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김 회장 취임 때 주당 6000원 안팎이던 주가는 현재 1만8000원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JB금융그룹 관계자는 “김 회장을 향한 내부 잡음 등이 불안 요소가 있는 걸 안다”면서도 “김 회장이 임기 동안 이룬 경영 성과를 보면 납득할 만한 결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