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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차옥 갤럭스 대표는 최근 이데일리와 만나 “가까운 미래에는 신약개발의 첫 단계를 AI가 거의 완전하게 주도해 나가게 될 것이다”며 이같이 말했다.
서울대 화학부 교수로 재직하면서 수십 년간 물리화학적 계산법을 이용해 생체분자의 특성을 예측하는 기술을 연구한 석 대표는 2020년 갤럭스를 설립했다. 갤럭스는 작은 분자(스몰 몰레큘)부터 여러 개의 아미노산으로 이뤄진 펩타이드, 더 큰 단백질까지 다양한 생체 분자를 설계하는 AI 소프트웨어 ‘갤럭시(Galaxy)’를 개발해 기술을 고도화하는 중이다.
구글의 자회사인 딥마인드는 2018년과 2020년 각각 알파폴드1, 2를 차례로 개발해 당시 진행된 단백질 구조예측대회(CASP)를 휩쓸었다. 일반적으로 사람이 단백질 하나의 구조적 특징을 밝히는 데 수개월에서 수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2020년 CASP14에서 알파폴드2는 수분~수 시간 만에 평균 92.4점의 정확도로 단백질의 구조를 예측했다. 구글은 지난해 11월 알파폴드2를 바탕으로 신약 후보물질 설계 AI 전문기업 ‘아소모픽랩스’를 설립했다.
석 대표는 “신생기업인 아소모픽랩스 이외에 가장 대표적인 물질 설계 AI 기업은 미국 슈뢰딩거(SDGR)나 제너레이트바이오메디슨(Generate biomedicines) 등이다”며 “이들은 글로벌 제약사와 신약개발 협력을 맺고 이미 연구 성과를 내고 있으며, 갤럭스도 이런 회사의 사업모델을 염두에 두고 전략을 짜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슈뢰딩거는 대표적인 화합물 신약 설계 전문 기업이며, 제너레이트바이오메디슨은 아소모픽랩스처럼 단백질 설계 전문 기업이다.
석 대표 “아소모픽랩스, 슈뢰딩거 등 해외 기업과 비교할 때 우리의 기술력은 동등하거나 그 이상의 수준이라고 자부한다”며 “물질의 구조를 예측하거나 그 상호작용을 평가하는 국제대회에서 이들 이상으로 우수한 성적을 거둬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석 대표는 “작은 분자부터 단백질까지 물질을 설계하는 것은 선두 개발 그룹에서는 이제 어려운 일이 아니다”며 “설계한 물질과 우리 몸속 여러 생체분자간 상호작용, 그로 인한 독성 등을 더 정확하게 예측하는 일이 과제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이어 “AI의 이런 예측 능력이 고도화되면 신약개발 단계에서 독성평가를 목적으로 진행하는 임상 1상까지의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갤럭스는 지난해 12월 카카오브레인으로부터 5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당시 양사는 물질 설계 AI 플랫폼 기술의 공동 연구 협약도 체결한 바 있다. 석 대표는 “카카오브레인이 가진 거대 빅데이터 처리를 위한 AI 기술력과 우리의 물리화학적 통찰력에 근거한 물질 설계 AI의 능력을 결합해 관련 기술을 고도화할 수 있도록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전통적인 신약개발의 프로세스를 바꾸는 주역으로 성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