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문제를 해결한 것은 정부 관료가 아니었다. 지난 2일 경북 문경의 한 약사가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 시스템(DUR)을 이용하면 될 것이라는 제안을 내놓았다. 이 시스템을 이용하면 누가 몇 개의 마스크를 구입하는지 알 수 있다. 물론 여전히 어느 약국에 몇 개의 마스크가 남아 있는지를 알려주는 시스템이 마련되지 않았다. 서너 곳에 발품을 팔아야 마스크를 살 수 있다는 얘기다.
대만은 이미 2월 초부터 이러한 부족사태를 예견하고 대비책을 세웠다. 지난 3일에는 모바일로 한 눈에 재고 파악까지 가능한 시스템을 갖추었다. 누구나 줄을 서거나 헛걸음하는 일이 없게 만들었다. 원하는 만큼 구입하지는 못하지만 시스템이 작동하기 때문에 큰 불안은 없게 만든 것이다. 대부분의 시민들이 정부의 조치에 만족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이렇게 얘기하는 것은 현 정부를 두둔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문제의 본질을 정확하게 이해하자는 것이다. 그래야 개선의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일단 대통령의 관점에서 보면, 가능한 국민의 불만을 최소화하고자 했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월28일 “과하다 싶을 정도의 선제적 조치”를 요구했던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문제는 대통령의 기대만큼 관료들이 업무를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스와 메르스 때의 무능함이 그대로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대단히 상징적인 사건이지만 이번 마스크 대란은 우리 행정부가 집단적으로 얼마나 무능한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이 나서서 이렇게 말을 해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이 대한민국 관료조직이다. 청와대 비서진의 무능과 방심 또한 질책 받아야 한다. 그러나 이런 관료조직으로는 어떤 대통령이 나온다고 해도 크게 달라질 것 같지 않다. 민주화 이후 7명의 너무나 다른 대통령들이 집권했지만 국정운영은 늘 만족스럽지 못했다. 무능한 정부 뒤에는 바로 무능한 관료조직이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달라지지 않으면 대한민국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대통령을 바꾼다고 결코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