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중남미 펀드가 최근 한달 20%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고공행진 중이다. 달러 약세 전망에 따른 신흥국 자금 유입과 원자재 가격 회복이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백신 확보 어려움으로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격리 조치가 반복될 수 있고, 원자재 가격 변동성이 크다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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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금융정보회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일 기준 해외주식형 중남미 펀드(설정액 10억원 이상)는 최근 한달 수익률 21.73%를 기록했다. 해외주식형 펀드를 국가별·권역별로 비교할 때 가장 수익률이 높다.
상품별로 살펴보면 ‘미래에셋라틴인덱스증권투자신탁 1(주식)종류A’가 같은 기간 25.29% 수익률로 가장 뛰어난 성과를 거뒀다. 미국에 상장된 중남미 지역의 기업이 발행한 지분증권 관련 증권예탁증서(DR·Depository Receipt)를 주된 투자대상 자산으로 해 인덱스 수익률의 추종을 목적으로 한다. 주식예탁증서란 주식을 외국에서 직접 발행하는 번거로운 절차를 피하기 위해 본래의 주식은 본국에 보관한 채 이를 대신하는 증서를 만들어 외국에서 유통시키는 증권을 말한다. 지난달 1일 기준 브라질 채광 기업 발레(9.76%), 은행 이타우 우니방코(8.65%)와 브라데스쿠(6.68%), 에너지 기업 페트로브라스(5.39%)와 멕시코 식품 회사 펨사(4.96%) 등을 담고 있다.
특히 발레와 페트로브라스 등 에너지 섹터가 상승세를 주도했다. 코로나19 백신 상용화 기대감과 달러 약세가 맞물리면서 국제 유가를 포함한 원자재 가격이 상승했고, 덕분에 두 종목은 지난달 각각 18.99%, 31.47% 뛰어올랐다. 둘 다 브라질 증시 시가총액 상위주로, 덕분에 보베스파 지수는 지난달 15.90% 상승했다. 멕시코 IPC 지수가 12.95%, 아르헨티나 메르발 지수가 20.50%, 칠레 IGPA 지수가 12.89% 오르는 등 중남미 국가 전반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여줬다.
통화가치 매력도 무시할 수 없다. 이창민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1개월간 브라질 헤알화는 달러 대비 약 7% 강세를 나타냈지만 연초 이후로는 여전히 25% 절하됐다”면서 “달러 투자자가 체감하는 브라질 자산가격의 매력은 여전히 높다는 의미”라고 짚었다.
다만 브라질 등 중남미 장기 투자 의견은 ‘중립’을 권고했다. 이 연구원은 “지방선거 결과 코로나19 대응에 적극적인 정치인 재선율이 높아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지지율 반등을 위한 포퓰리즘 정책 강화에 나설 수 있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에게 메시지를 보내지 않은 몇 안되는 국가라는 점에서 미국과 관계 개선도 쉽지 않을 수 있다”면서 “코로나19 재확산 우려도 재정 리스크 강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달러 약세=신흥국 수혜’라는 공식이 모든 국가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는 “달러 약세에도 헤알화는 장기적으로 볼 때 통화가치 하락이 지속되는 등 신흥국 중에서도 보건 시스템과 정부 재정 등에 따라 차별화가 불가피하다”면서 “브라질의 경우 코로나19에 따른 경제활동 위축과 원자재 가격 변동성 확대가 경제 성장을 제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