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첫 추천책 ‘반도체 삼국지’…문프셀러 넘어설까

日 몰락과 中 추격, 韓이 얻어야 할 교훈은
‘반도체 고민’ 담긴 尹대통령 첫 추천 책
비공개회의 참모진에 ‘반도체 삼국지’ 언급
당면과제 윤 언급 이후 판매율 430% ‘껑충’
한동훈 유럽출장길 들고 간 빨간 책도 화제
  • 등록 2023-03-15 오전 7:10:00

    수정 2023-03-15 오전 7:10:00

윤석열 대통령이 8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에서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고 있는 모습(사진=공동취재).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책 읽는 대통령을 보고 싶습니다.” 지난해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대한출판문화협회(이하 출협)가 서울 삼청로 건물 외벽에 내건 현수막 문구다. 코로나19 여파와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의 부상 등으로 출판 시장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독서와 출판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고 대통령이 독서의 모범을 보여주길 바란다는 간절한 호소였다.

출판계의 숙원(?)이 풀린걸까.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말 열린 참모 회의에서 책 ‘반도체 삼국지’(뿌리와이파리)를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이 이날 비공개회의에서 관련 책을 언급하면서도 반도체 후공정을 포함한 산업 지원을 당부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의 언급 이후 이 책은 서점가에서 ‘윤 정부 참모진의 필독서’로 주목받고 있다. 최상목 경제수석을 비롯한 대통령실 참모 대부분이 이 책을 읽은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서울 종로구 삼청로 출협 건물 외벽에 걸린 대형 현수막 모습(사진=대한출판문화협회).
윤석열 대통령이 정치계에 입문한 뒤 직접 책을 추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그동안 독서 리스트를 공개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고수해왔다. 인위적 쇼처럼 비칠 수 있다는 주위의 만류에서다. 대선 후보 시절 추천한 책 3권이 전부다. 대선 기간 출협이 각 후보들에게 추천 책을 묻자, 당시 윤 대통령은 밀턴 프리드먼이 쓴 ‘선택할 자유’와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를 꼽았다.

윤 대통령의 이번 책 언급은 다양한 함의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미중 패권경쟁 속 미 반도체법(CHIPS Act) 시행에 따른 보완책 마련 등 당면 과제들에 대한 부담감과 위기감이 고스란히 베어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음 달 26일 미국 국빈방문을 앞둔 윤 대통령은 최근 반도체 관련 서적을 탐독하며 발전 전략을 직접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삼국지(권석준/ 360쪽/ 뿌리와이파리)
지난해 10월 출간한 ‘반도체 삼국지’는 반도체 전문가로 불리는 권석준 성균관대 화학공학과 교수가 썼다. 한때 반도체 강국이었던 일본의 몰락과 무서운 추격자 중국의 굴기를 짚으면서 한국 반도체 산업의 현실과 미래 전략을 풀어낸 책이다.

책을 펴낸 출판사 뿌리와이파리 측은 “2022년 10월21일 출간 이후 3개월여 만인 1월 말에 이미 3쇄를 찍을 정도로 독자들에게 원래 잘 읽혔던 책”이라면서도 “최근 4쇄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실제 윤 대통령이 책을 언급했다는 보도가 나온 지난 2월28일을 기점으로, 이 책의 전주 대비 판매 증가율(예스24 집계)은 431.25%로 급증했다. 온라인 서점 예스24 김상근 경제경영 PD는 “유명인이 추천하는 도서는 추천자가 가진 영향력으로 인해 판매가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며 “‘반도체 삼국지’는 최근 관련 법안이 논의되고 있는 정세와 더불어 독자들의 주목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 7일 유럽 출장길에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책을 들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복심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 7일 유럽 출장길에 들고 나온 책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숲)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책은 세계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역사적 기점이자 그리스 문명의 붕괴를 불러온 펠로폰네소스 전쟁을 심도있게 다룬다.

예스24에 따르면 해당 도서는 2011년 출간 이후 꾸준히 사랑받아온 스테디셀러로, 3월7일 전후 5일간 판매율을 비교하면 무려 2233.33% 증가했다. 예스24 안현재 역사 PD는 “예스24 역사 분야 베스트셀러 100위 내 86주간 오를 만큼 꾸준히 사랑받는 책”이라며 “변화하는 국제 정세 속 현실주의 역사서이자 외교정책의 텍스트로서, 현직 법무부 장관의 출국 사진으로 독자들에게 다시 관심을 받으며 역사 분야 베스트셀러 10위에 올랐다”고 말했다.

출판계의 관심은 윤석열 대통령의 출판·독서 정책에 쏠리고 있다. 출판계 한 관계자는 “도서출판 정책은 뒷전이었는데 윤 대통령의 이번 책 추천을 계기로 더 많은 책들이 소개되길 기대한다. 출판 시장의 성장과 독서 문화가 발달하려면 국가 지도자와 정부가 출판 산업의 가치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 애서가인 문재인 전 대통령 추천 책들의 인기를 넘어설지 궁금하다”고 했다.

책 표지를 벗기면 한동훈 장관이 들었던 빨간 별독책 ‘펠로폰네소스 전쟁사’(투퀴디데스/ 808쪽/ 숲)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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