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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1세대 PB(Pravite Banker)로 통하는 박경희 삼성증권(016360) SNI(삼성&인베스트먼트) 전무의 말이다. 삼성증권(016360)이 최근 예탁자산 200조원을 증권사 최초로 돌파한 데는 VVIP로 불리는 SNI 고객의 역할이 컸다. SNI는 삼성증권이 2010년부터 선보인 초고액자산가를 대상으로 한 토탈 서비스로 지난해 3월부터 전국으로 확대하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현재 삼성증권 예탁자산 200조원중 2000명 수준인 SNI고객의 자산비중은 전체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평균 예탁자산은 300억원에 달한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를 계기로 각국 정부는 금리인하, 재정·통화정책을 동원했고, 그 결과 자본시장 중심의 투자가 부각되고 있다. 동학개미운동에 동참한 다수의 투자자 뿐 아니라 수백억대 자산가들도 코로나19엔 위험자산을 늘렸다.
‘폭락장’ 자산가가 주목한 주식은?
올해를 기점으로 자산가들의 머니무브가 본격화할 것이란 예상이다. 그동안 꼭 투자하지 않아도 되는, 물가상승률 수준(1.5%)의 금리만 취하면 됐던 그들이지만, 그런 툴인 정기예금이 사라지면서 고민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박경희 전무는 “정기예금의 대안으로 은행이 발행한 신종자본증권, 하이브리드채 등을 많이 찾는다”며 “국내 은행들이 미국 발행하는 채권은 달러표시채로 통화 분산도 되고 국내보다는 고금리”라고 설명했다. 핵심자산을 채권에 투자하지만 포트폴리오 분산 차원에서 주식 등에도 투자한다. 특히 SNI고객들의 주식매매 규모는 올 들어 전년대비 23배나 늘었다.
국내 주식으론 독보적인 1위 삼성전자(005930)를 가장 많이 샀다. 동학개미만 산 게 아니다. 하지만 차익실현에 나선 개미들과 달리 이들은 수년, 수십년을 장기보유로 대응한다고 전했다. 삼성전자 배당수익률 3%면 정기예금 금리를 만족하는 수준으로 주가 상승에 따른 자본 차익은 별개다. 내 돈으로 투자하기 때문에 기다릴 수 있고, 100배 수익률이 가능한 이유기도 하다. 다만 이 기간 삼성전자 수익률은 14.8%로 국내외 톱5 주식 10종목 중 가장 낮다.
SNI고객들은 삼성전자에 이어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66.2%) 셀트리온(068270)(50.3%) 카카오(035720)(79.1%) KODEX200 ETF(25.7%) 순으로 비중을 늘렸다.
‘마이너스’ 극도로 싫어하는 자산가…베팅하지 않는 이유
‘알아야 투자한다. 아는 것에 투자한다. 모르는 것은 수익률이 높더라도 투자하지 않는다.’
박 전무가 꼽은 초고액 자산가들의 공통된 특징이다. 그들은 다양한 조언과 상담을 받으면서 끊임없이 공부한다. 기업 오너인 자산가는 쏟아지는 많은 정보 가운데 진짜를 솎아내는 능력도 뛰어나다. 대다수가 그렇지만, 오랜 기간 큰 규모의 자산을 지킨 경우엔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는 생각이 더욱 뚜렷하다.
그는 “SNI고객들은 잘 아는 것에 투자할 때 투자규모가 명확하게 크다”며 “자산규모가 크다 보니 수익률이 높은 것보다 마이너스를 보지 않는 게 중요하다. 마이너스를 극도로 싫어한다”고 전했다. 투자금 100억원의 -5%면 손실규모만 5억원이다. 이를 무위험으로 복구하려면 거의 20년 가까이 걸리기에 베팅하지 않는 것이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베팅할 필요가 없는 셈이다.
또 다른 이유로는 오래 기다릴 수 있다는 점이다. 빚을 내 투자한 게 아니기 때문에 충분히 알고, 가치에 투자한 자산이라면 몇 년 혹은 수십 년을 기다려 100배 이상의 수익을 가져간다는 설명이다.
현재 국내증시에 유입된 예탁금이 50조원, 주변부인 머니마켓펀드(MMF) 180조원, 요구불 예금 17조원 등 250조원 가량의 막대한 유동성이 투자처를 찾고 있다. 박 전무는 말한다. 제로금리 시대 `투자`라는 게 결코 위험한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고. 자산가가 아니더라도 아는 데 투자하고, 기다릴 수 있으면 충분히 승산이 높다고.
삼성증권은 최근 롤스로이스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롤스로이스 시승 기회는 접하기 어려운 탓에 지방의 법인고객은 업무협약 첫 날 문의 후 30억원을 예치하고 SNI고객으로 시승 기회를 잡았다는 후문이다.
또 코로나19로 주춤했지만 5월부터는 소규모 공부방을 운영하며 `아는 데 투자`하는 SNI고객들의 수요를 충족시키고 있다. 이외에 가업승계연구소를 통해 2세 승계를 지원하고, 오너들에게는 다양한 인수합병(M&A)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박 전무는 “1세대 창업주들이 5~10년 내에 70대에 접어들어 매각 등 M&A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며 “시장 유동성이 풍부해 프라이빗에쿼티(PE)들의 관심이 많고, 시너지 낼 만한 기업과의 M&A도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