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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4년이 흘렀다. 사건 직후 정부와 경찰은 채팅 앱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에 나서기도 했지만 여전히 채팅 앱을 통한 청소년 성매매는 비일비재하다. 최근 청소년 담당 부처인 여성가족부는 청소년 성매매의 온상인 채팅 앱에 대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하지만 현재로선 채팅 앱에 대한 규제가 불가능하다는 게 관계 기관들의 설명이다.
최근 3년간 채팅 앱 성매매 검거 1만 1414명…접속하자 “조건 만남 구하세요”
채팅 앱을 통한 청소년 성매매는 여전히 비일비재하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3년간 5회에 걸친 집중단속을 벌인 결과 채팅 앱에서 발생한 성매매 사건이 총 3665건으로 1만 1414명을 검거했다. 이중 청소년 대상 성매매 사범은 452건에서 863명에 달했다. 청소년들이 성매매를 접하는 주요 경로도 채팅 앱이다. 여가부에 따르면 조건만남을 경험한 청소년 10명 중 7명(74.8%)이 채팅앱(37.4%)과 랜덤채팅앱(23.4%), 인터넷 채팅 사이트(14%)를 통해서였다.
그러나 여전히 랜덤 채팅 앱들은 본인 인증 절차나 심지어 나이 확인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 한 랜덤 채팅 앱은 사진과 닉네임, 성별 그리고 본인의 나이만 적으면 가입할 수 있었다. 실제로 성별을 여자로, 나이를 17살로 설정해 가입해보니 한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성매매를 권유하는 채팅이 들어오기도 했다.
호기심에 앱을 설치해본 청소년들도 이런 행태에 놀랐다고 말했다. 중학생인 이모(15)양은 “심심해서 설치했는데 온갖 성희롱적인 말과 성매매를 하면 돈을 준다는 채팅이 와서 놀랐다”며 “심지어 학생이면 학생증을 보여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전모(17)양도 “그냥 대화용도로 설치한 건데도 ‘조건 만남 할 생각이 없는지’ 등을 묻는 사람이 많았다”며 “누구나 가입할 수 있는 앱인데도 정상적인 대화는 거의 없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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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부 대책 마련 나섰지만…방심위 등 “현행법상 규제 불가”
채팅 앱이 청소년 성매매의 온상으로 문제가 연일 이어지자 정부는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여가부는 지난 2일 청소년 종합보호대책을 발표하면서 랜덤채팅 앱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한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여가부 관계자는 “랜덤 채팅을 청소년 유해물로 지정해 청소년들의 접근을 차단하는 방안 등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중”이라며 “청소년들을 성매매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관계 부처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 “청소년 성매매 문제 심각…개정 통해서라도 해결해야”
전문가들은 청소년 성매매가 심각한 수준에 다다른 만큼 채팅 앱에 대한 규제는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우수명 대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현재 채팅 앱들은 인증 조차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은 만큼 인증이라도 제대로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본인 인증 절차가 철저해야 미성년자가 성매매에 빠지지 않도록 관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우 교수는 이어 “성매매에 빠지는 청소년들은 의존적인 성격이 강한 경향이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청소년에 대한 경제적 지원과 함께 심리·사회적 지원을 통해 이들의 주체성을 키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장명선 이화여대 젠더법학연구소 교수도 “현행법의 논리로 힘들다고 해도 현재 채팅앱을 통한 청소년 성매매의 폐해가 심각하다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막아야 한다”며 “채팅 앱 업자들도 기업화되고 카르텔을 구축하고 있는 만큼 국가 정책이 아동·청소년 인권 문제를 중점에 둔 다면 법의 논리도 충분히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