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發 창업생태계 위기]①자금조달 막힌 스타트업 "생존 자체가 힘들어"

코로나19 장기화 조짐 속 창업 생태계 위축 분위기
연구개발·시제품 단계서 실적 '0'… 대출 받기 쉽지 않아
정부 지원 나섰지만 미봉책 우려 "직접보조 이뤄져야"
  • 등록 2020-04-06 오전 5:30:00

    수정 2020-04-06 오전 5:30:00

[이데일리 권오석 김호준 기자] “자금 지원을 받기 위해 찾아간 은행에서 재무제표를 보여달라고 합니다. 그런데 초기 스타트업이 무슨 매출 실적이 있겠습니까.”

드론개발업체 A사는 직원들의 인건비를 구하기 위해 대출을 알아보려 은행을 찾았지만 마땅한 실적이 없어 포기했다. A사 대표는 “핵심 장비에 들어가는 부품은 주로 미국에서 들여오는데 코로나 사태로 지금 생산이 무기한 중단됐다. 부품이 들어와야 장비를 만들어 시연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추가 투자를 유치할 수 있는데 그 일정들이 줄줄이 밀리는 것”이라며 “자금 지원을 받기 위해 은행에 갔는데 매출도 없으니 대출 조건에 아예 해당 사항이 없어서 그냥 나왔다”고 하소연했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산업계 전반이 침체되는 가운데, 창업 생태계도 위기를 맞고 있다. 초기창업기업인 스타트업은 투자를 받고 기술을 개발해 사업을 키워야 하는데, 경기 위축으로 자금 조달이 어렵고 영업 활동이 불가능한 상황에서는 성장은 고사하고 생존 자체가 힘들다. 또 정부 지원도 받기 쉽지 않다. 문재인 정부의 혁신성장의 핵심이자 국가 경제의 미래 성장 동력인 창업 생태계가 무너지면서 우리 경제의 희망의 불씨마저 사라지고 있다.

스타트업의 코로나19 피해 유형.[디자인=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은행대출을 비롯한 정부 지원을 받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었다. 융자를 받기 위해선 코로나19로 인해 매출이 감소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하는데, 대다수 스타트업들은 연구·개발 단계이거나 시제품 수준에 그쳐 피해를 증명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가 뒤늦게 긴급자금을 투입하기로 했다. 산업은행은 초기 스타트업과 코로나19 피해 벤처기업 지원을 위한 3000억원 규모의 ‘스타트업 위기극복 지원 프로그램’을 가동하기로 했다. 여기에는 투자유치 지연 기업을 대상으로 운영자금을 지원하는 브릿지 대출을 비롯해 코로나19 취약업종 및 위기 극복에 기여하는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프로그램 등이 포함됐다. 하지만 이 역시 아직 지원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아 실제 지원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지원 프로그램의 세부적인 지급 대상 기준은 마련 중”이라고 설명했다.

임채운 서강대 교수는 “현 시점에서는 단기 운영자금이 필요하다. 투자 유치는 협상 과정에서 시간이 소요된다. 가장 급한 건 인건비인데, 기존 내일채움공제와 같은 제도를 응용해 단기간이라도 정부의 직접보조가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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