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지자체들 내년 곳간관리 비상

세수·교부세 감소로 예산 의존율 높은 지자체들 발등에 불
경기, 민간보조금 대검토·강원, 3119억 결손 사업조정 예고
대전·충남, 신규 사업 원점서 재검토 현안·공약사업 재조정
성남·평택 결손 수백억 수원·춘천 통합재정안정화기금 꺼내
  • 등록 2023-10-19 오전 6:00:00

    수정 2023-10-19 오전 6:00:00

[전국종합=이데일리 박진환·정재훈·이종일·황영민 기자]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내년도 곳간에 비상이 걸렸다. 정부가 올해 국세 수입이 전체 예산 대비 59조 1000억원 부족한 341조 1000억원 규모로 추산한 데 이어 내년도 세수 감소도 기정사실화 되면서다. 국세 감소는 곧 지방세수는 물론 지방교부세 감소로도 이어지면서 중앙정부에 대한 예산 의존율이 높은 광역·기초자치단체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강원특별자치도는 내년도 3000억원대 세수 감소를 전망하며 긴축재정 편성을 예고했고, 지방교부세 불교부단체인 경기도 역시 행정안전부 지침에 따른 민간 보조금 지원사업에 대한 손질을 검토 중이다. 사정이 더 열악한 충청과 영·호남 기초지자체들도 내년 본예산 편성 과정에서 기존 사업에 대한 대대적 구조조정이 예고된 상황이다.



2022년 12월 23일 서울 종로구 HW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제51차 대한민국 시도지사 협의회 총회에 참석한 전국 시도지사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경기도 민간 보조금, 수술대 올라가나


경기도는 내년도 세수 추계에 대한 정확한 전망을 아직 내놓지 못하고 있다. 다만 최근 민간 보조금 사업 전반에 대한 검토에 나선 것으로 전해지면서 보조금 사업에 대한 손질이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도는 최근 각 실·국이 맡고 있는 국고 보조금 지원사업과 시·군 또는 민간 보조금 지원 사업 운용 실태 전반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별개로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올해 1회 추경에서 강조한 ‘확장재정을 통한 경기부양’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지난 추경에서 경기도는 업무추진비 삭감 등 불요불급한 예산에서는 고삐를 조이고, 소상공인 특례보증 지원 등 경기부양 정책과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에는 적극재정을 적용해 침체된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바 있다. 김 지사는 추석 연휴 전날인 지난달 27일 실·국장회의에서도 내년 본예산 편성에 있어 적극재정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주문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 지사는 지난 8월 추경예산안 설명에서도 “세수 감소에도 감액 추경이 아닌 확장 추경을 편성해 어려운 경제 상황과 경기침체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며 “재정정책의 판을 바꾸는 적극재정의 새로운 길을 가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3119억 결손 예상 강원도, 복지 빼고 다 줄인다

강원특별자치도는 내년도 지방세수 감소 규모를 3119억원으로 내다봤다. 김진태 강원지사는 지난달 25일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은 강원도 지방세수 추계상황을 설명했다. 올해 강원도의 지방세수 결손액은 지방세 및 지방교부세를 포함해 4000억원 규모로 추산됐다. 내년에는 지방세 1000억원, 지방교부세 2119억원 등 모두 3119억원의 세수 결손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강원도는 내년도 예산안 편성 과정에서 복지 예산을 제외한 전 부문 긴축재정이라는 방침을 세웠다. 김 지사는 “내년에는 세수 결손이 3000억원 수준이 될 것 같아 세입 추계를 보수적으로 잡고, 불요불급한 사업은 계속 구조 조정할 계획”이라며 “이걸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추석 연휴 이후 따로 얘기하겠다”고 말했다.

성남·평택 100~2000억 결손, 수원·춘천 통합재정안정화기금 꺼내

현재까지 내년도 세수 감소 추계와 긴축재정 편성을 공표한 경기도내 기초단체는 성남시와 평택시 등 2곳이다. 신상진 성남시장은 지난달 20일 열린 9월 정례 간부회의에서 “2024년 세출 조정액 대비 세수입이 2000억원 가량 부족할 것으로 예상돼 본예산안을 긴축재정 기조로 편성하라”고 지시했다. 성남시는 2022년 결산서에서 잔여 예산을 불용처리했던 사업과 올해 현재까지 집행률을 기준으로 연례반복적으로 예산이 남았던 사업들에 대한 삭감을 검토 중이다. 아울러 행사운영비 등 소모성 예산에 대한 축소도 진행할 계획이다. 평택시는 내년도 세입이 올해 1조 1000억원에 비해 1000억원가량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 영업 부진에 따른 법인 지방소득세 납부액이 올해 1393억원에서 내년 약 430억원으로 963억원 감소할 것으로 추산된 것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이에 평택시는 전체 부서에 자체 사업 예산을 최대 20%까지 축소 편성이라는 극약처방까지 내린 상태다. 또 성과가 미흡하거나 관행적인 사업 등은 추진 여부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 수원특례시는 아직 세수 감소 규모를 구체적으로 내놓지는 않았지만 사업별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1800억원 정도의 통합재정안정화기금을 탄력적으로 운용한다는 계획도 검토 중이다. 강원 춘천시 역시 통합재정안정화기금을 통해 최악의 사태를 대비하고 있다. 춘천시는 지난 6월부터 세입 여건 악화를 예상, 총사업비관리제도를 도입해 예산을 운용 중이다. 이를 통해 적립된 통합재정안정화기금은 1485억 원 규모다.

올해 2차 추경도 전년 대비 607억 원 축소한 규모로 긴축 편성했고, 내년도 본예산도 이같은 기조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대전·충남, 신규 사업 원점서 재검토 내년 사업 구조조정 돌입

대전시가 최근 집계한 지방세 징수실적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징수된 올해 시세는 1조 4545억원으로 올해 징수 목표액(2조 445억원)의 71%에 불과했다. 지난해 말 실제 집계한 징수실적과 비교할 때 1년 전 대비 3% 가량 하락한 수치다. 대전시는 최악의 경우 올해 시세가 총 목표 대비 800~900억원 가량 덜 걷힐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취득세는 2961억 6400만원만 징수, 올해 목표액 대비 60.4%를 기록했다. 지난해부터 관측된 부동산 시장 침체 국면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대전시는 내년도 예산 편성과 관련해 신규 사업은 전면 재검토를, 현안·공약사업 등도 속도조절 등 사업 규모를 줄어거나 늦춘다는 내부 방침을 정했다. 이에 대해 이장우 대전시장은 “내년도 세수를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수천억원 단위의 예산상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 “대전시가 꼭 해야할 전략 사업과 반드시 진행해야 할 사업은 편성을 하더라도 당장 하지 않아도 될 사업들에 대해서는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지방채 발행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전에서 비교적 재정 형편이 양호한 유성구도 내년 예산 편성 방향을 원점에서 재검토로 변경했다. 이미 공시지가 조정으로 아파트 거래 등으로 들어오는 올해 재산세 수입은 170억원 가까이 감소했다. 여기에 정부가 대전시를 통해 자치구에 내려주는 내년 지방 교부금마저 100억원 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충남의 시·군들도 내년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충남지역 기초지자체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부여군은 지방교부금 감소에 따른 긴축재정운용 검토에 들어갔다. 군비가 매칭돼야 하는 국·도비 공모사업 참여도 줄일 수 밖에 없고, 지역별 경로당과 게이트볼장, 다목적 체육관 건립 등 필요한 사업들도 재조정해야 한다. 서천군은 강도높은 재정 구조조정을 통해 긴축재정 운영에 들어가기로 했습니다.

인천시·영남, 내년 세수 부족에 세출 구조조정·지방채 발행

인천시는 내년 지방세가 올해(4조 8962억원) 대비 3%(1468억원) 내외로 감소할 것으로 추계했다. 이 때문에 내년 예산을 긴축하는 것으로 검토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정부의 교부세 내시가 전달되지 않아 내년 예산안 규모를 정확히 산정하지 못했다”며 “대략적으로 예산안을 고려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해 본예산은 13조 9156억원이었다”며 “올해 예산이 집행되지 않은 사업은 마지막 추가경정예산에서 삭감하고 내년 예산안에서 감액할 것이다. 내년 지방세가 줄어 세출 구조조정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경남도는 내년 지방세 감소에 대비해 세출 구조조정과 지방채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 지방세 수입은 올해 3조 9855억원이었는데 내년은 3131억원(7.8%) 줄어 3조 6724억원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도는 올해 본예산인 12조 1008억원 규모보다 내년 본예산안을 적게 편성하거나 지방채를 발행해 필요 경비를 확보할 예정이다. 내년 공무원 인건비 2.3% 인상을 반영하면 800억원 정도의 인건비가 더 필요한데 이 부분은 다른 사업비나 행정운영경비 삭감 등을 통해 마련할 방침이다. 경북도는 내년 지방세가 980억원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교부세 감소 등을 포함하면 전체 2500억원 정도 수입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도는 재정 건전성 강화를 위해 내년 최대한 지방채를 발행하지 않고 긴축재정을 운영할 계획이다. 세출 구조조정을 통해 우선 순위가 낮은 사업비를 감축하고 민간보조금도 30% 정도 감액할 방침이다.

광주 등 호남권 IMF 이후 25년 만 최대 재정가뭄 위기

전남과 전북 등 호남권 광역자치단체는 열악한 정부 재정 여건 속에서도 국가교부금 및 지방세 확보에 나름대로의 성과를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시는 지난 26일 개최한 ‘2023년 제3차 재정전략회의’에서 2024년 내국세 축소에 따른 보통교부세 감소 등으로 IMF 경제위기 이후 25년 만에 최대 재정가뭄 위기에 처했다고 발표했다. 전북도는 새만금SOC사업 예산이 부처 반영 예산액에서 78% 삭감된 1379억원만 반영된 것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데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전북도는 행정운영경비 10% 일괄 삭감을 검토하고, 시·군 보조사업의 도 분담률도 최대 30% 이하로 낮추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기초지방자치단체의 상황도 녹록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재정자립률이 전국 최하위권인 전북 남원시는 주요 재정 투자사업과 연례 반복 행사성 사업을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익산시와 정읍시 등도 전북도로부터 받을 것으로 예상했던 지방교부세를 각각 157억원과 154억원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기재부가 올해 결손된 세수만큼 올해 안에 지급할 지방교부세를 줄인다고 했는데, 이건 절대로 하면 안 되는 일”이라며 “내년 예산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올해는 당장 줄이면 안 된다. 지방교부세법에 따라 올해 예정된 교부세는 지급하고, 2025년까지 차액 정산을 해 교부세를 줄여가야 한다. 올해는 당장 줄이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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