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라 말하지 마라"…진영논리의 '명확화' 요구한 유시민

조국 사태에 적극 여권 옹호 발언
촛불집회 정치색 비판에도 "당연하다" 옹호
"진영논리 부정이야말로 진영논리"
'정치 갈등 현실' 수용 주장
  • 등록 2019-10-03 오전 6:15:00

    수정 2019-10-03 오전 6:15:00

[이데일리 장영락 기자]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조국 법무부장관 임명 사태와 관련, 연일 강경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1일 있었던 JTBC 토론에서는 의도적으로 ‘진영의 명확화’를 시도하는 모습도 보여 그 의도에도 관심이 쏠린다.

조 장관 임명 사태 국면에서 침묵을 유지하다 8월말 본격적으로 사태에 대한 논평에 뛰어든 유 이사장은 최근 조 장관 가족 의혹과 관련 전방위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검찰을 “윤석열 (검찰총장)의 난”, “쿠데타” 등 격한 표현으로 성토해 주목을 받았다.

유 이사장은 그동안 지속적으로 제기된 정계 복귀 가능성을 일축하며 정치에 대한 ‘관전자’ 입장에서 논평을 이어왔으나, 검찰 개혁 의제까지 맞물린 이번 사태 국면에서는 좀 더 적극적으로 여권을 옹호하는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1일 토론에서 유 이사장이 ‘진영논리’를 옹호하는 대목에서는 이같은 태도가 더욱 두드러졌다. 진영논리는 정치에서 흔히 부정적으로 인식되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유 이사장은 ‘조 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 적절성’을 주제로 한 이날 토론 도중 반대 측 패널로 출연한 박형준 동아대 교수의 발언에 강하게 문제를 제기했다. 유 이사장은 “조 장관에 대한 도덕성 자격 시비는 앞으로도 이어지겠지만 지금 처한 핵심 문제는 검찰 수사”라고 주장했고, 박 교수는 “그건 유 이사장이 보는 상황 판단이다. 국민들이 생각하는 것은 (다르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이에 유 이사장은 손사래까지 치며 “국민들이 생각하는 거, 이렇게 말씀하지 마시라, 국민은 통째로 있는게 아니다”고 지적했다. 유 이사장은 “우리는 여기서 각자의 생각을 얘기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토론 당사자들이 국민의 생각을 대변하려는 태도를 보여서는 안된다는 주장이다. 더불어 국민들 사이에는 조 장관을 비판하는 이들만큼이나, 옹호하는 이들 역시 다수 존재함을 상기시키는 발언이기도 하다.

이처럼 ‘정치적 갈등이 상존하는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은 토론 후반 유 이사장이 진영논리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장면에서 다시 한번 부각됐다. 박 교수는 조국 장관에 대한 지지와 검찰 개혁의 논리가 함께 가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검찰개혁 촛불집회가) 사실은 문재인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 지지층을 결집해서 특정 기관(검찰)을 공격하는 것이다. 여기서 여당이 자유로울 수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유 이사장은 “태극기 집회 참석자는 자유한국당 지지자가 많고, 촛불집회는 더불어민주당 지지자가 많다. 당연하고 부정할 일도 아니다”며, 시민들 집회에 참여자들의 정치적 지향성이 드러나는 것을 문제시해선 안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오히려 이같은 지향성이 뚜렷함에도 시민들이 야당이 아닌 정부여당의 입장을 옹호하는 이례적 시위가 대규모로 일어난 이유를 살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대국가에서 시민들의 자발적 저항 시위는 반정부 투쟁의 형태로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사진=뉴시스
주호영 한국당 의원이 “(촛불집회에) 검찰 개혁 의지가 포함돼있지만, 진영의 성격도 섞여 있다”며 진영논리의 위험성을 다시 경계하자, 유 이사장은 다소 극단적인 논리로 자기 주장을 이어갔다. 그는 “순수한 주권자의 행위 같은 건 없다. 승자가 패자를 죽이지 않고 권력만 잃는 문명화된 전쟁”이라며 현대 정치 현실을 분석한 뒤, “진영으로 나눠서 서로 대립하는 것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불가피하고 자연스럽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진영논리가 왜 나쁜가. 주권자들보고, 시민들보고 진영논리에 빠지지 말라는 만큼 멍청한 말이 없다”고도 주장했다. 유 이사장은 “이미 대부분의 언론은 특정 진영에 빠져있다”면서 “(따라서) 진영논리에 빠져서는 안된다는 주장 자체가 진영 논리”라는 주장도 덧붙였다.

이처럼 이날 유 이사장은 검찰 수사에 대한 분석·평가와 별개로, 정치 진영 사이 대결로 부각되는 사회적 갈등을 ‘있는 그대로 수용해야 한다’는 요지의 주장을 여러 차례 내놨다. 이는 검찰 개혁을 요구하며 진행되는 여권 지지층 중심의 집회가 사실상 문재인 정권을 옹호하기 위한 정략적 행위라는 야권 비판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나온 발언들로 분석된다. 집회와 같은 시민들의 행위에 내재된 정치적 지향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검찰 개혁 의제도 정치 진영전과 별개로 다툴 수 없다는 것이다.

더불어 현재 진행되는 갈등의 최종 승리를 위해 여권 지지층의 결집을 독려하는 메시지로 읽힐 여지도 있다. 실제 이날 유 이사장은 조 장관 의혹 보도가 집중적으로 이뤄진 데 비해 조 장관에 대한 옹호 여론이나 대통령 지지율이 크게 떨어지지 않은 점을 거론하면서, 9월 중반을 넘어 본격적인 진영이 갖춰지고 싸움이 시작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의혹이 즐비한 조 장관 임명을 밀어 부치면서 문 대통령에 대한 부정평가 여론이 크게 늘어난 상황에 대해서는 유 이사장 역시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 때문인지 유 이사장은 이날 박 교수가 “갈등을 넘어 통합하는 것 역시 정치의 본령‘이라는 지적을 하자 일부 공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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