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책금융공사에 따르면 1995년만해도 1500개가 넘는 제약사가 난립했던 일본은 약가인하를 감행하면서 2007년에 이르러서는 380개로 줄어들었다. 포트폴리오가 제네릭 제조와 유통에서 신약개발로 변화하면서 기술력과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제약사는 자연스럽게 도태됐다. 일본 제약사들은 이에 더해 공격적인 국내외 M&A를 거쳐 세계적인 수준의 제약사들을 탄생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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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기업들은 새로운 기술 도입을 위해 M&A, 기술이전, 전략적 제휴, 해외투자를 적극 활용했다. ‘몸집 불리기’가 신약개발에 드는 1~2조원의 비용을 감당하고 수십개의 파이프라인으로 신약개발 실패에 대응하며 10년이 드는 신약개발 기간을 견디는 방법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피인수 기업을 적극적으로 발굴해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을 강화하거나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덕분에 다케다는 당뇨병 치료제 악토스, 궤양성대장염 치료제 엔티비오, 고혈압 치료제 블로프레스, 전립선암 치료제 에난톤 등의 블록버스터 신약을 개발할 수 있었다. 아스텔레스 역시 전립선암 치료제 엑스탄디, 당뇨병 치료제 슈글렛 등을 통해 각각 수조원을 벌어들이고 있다.
코로나19와 같은 위기의 순간에는 덩치가 큰 대형 제약사 인수보다는 탄탄한 신약개발 기반이 있는 바이오 벤처와의 협력이 더 역량을 발휘할 수도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대표적인 사례가 mRNA 백신을 개발하면서 단 번에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은 미국 바이오벤처 모더나, 독일의 바이오엔테크다. 이시항 법무법인 디라이트 변호사는 “바이오 M&A라고 하면 글로벌 빅파마들이 서로 먹고 먹히는 형태의 빅딜을 보통 떠올리지만, 빅딜은 반독점법의 높은 허들을 넘어야할 뿐만 아니라 투자비용 대비 성공적인 시너지를 내리라는 보장도 없다”면서 “다수의 바이오 벤처에서 R&D를 통해 파이프라인을 설계하고 대형 제약사 및 위탁개발생산업체(CDMO)에서는 제조판매를 담당하는 생태계 모델도 가능하다고 생각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