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급히 먹다 체할라'..편의점 '1만 점포' 시대의 명암

CU, GS 나란히 1만 점포 돌파..예상보다 빨라
점포당 매출은 나란히 감소 추세
과거 부작용 사례 있어.."기본 원칙 돌아볼 때"
  • 등록 2016-07-21 오전 6:00:00

    수정 2016-07-21 오전 6:00:00

[이데일리 임현영 기자] 최근 국내 편의점 업계의 양대산맥인 CU와 GS25가 한 달 간격으로 1만 점포를 돌파했다. 상반기 기준 CU가 1만106개, GS25는 1만40개 점포를 보유 중이다. 1989년 서울 올림픽선수촌아파트에 국내 첫 번째 편의점 세븐일레븐이 오픈한 이후 27년 만의 쾌거다.

사실 ‘1만 점포’의 축포는 예상보다 일찍 터졌다. CU와 GS25는 작년 한 해동안 나란히 1000개 점포씩을 신규 오픈했다. 두 회사의 작년 말 상황(각각 9400·9300개 가량)을 고려할 때 1만 점포 돌파는 하반기에나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양사는 올 초부터 출점 속도를 높이며 한 달에 100개 꼴로 점포를 경쟁적으로 불리더니 결국 상반기 내 1만 점포 고지를 넘어섰다.

하지만 1만 점포 돌파를 자축하기 전에 이면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 집 건너 편의점’이란 말이 들릴 정도로 편의점이 넘쳐나고 있어서다. 점주 입장에서 달가울 리 없다. 일각에서는 업계가 출점을 위해 무리한 재계약을 하거나 정리가 필요한 부실 점포를 안고 간다는 후문도 들린다.

실제로 점포가 가져가는 몫이 조금씩 줄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지난 5월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 따르면 편의점 점포당 매출액 성장률은 1.6%를 기록했다. 1~2월 작년 담뱃값 인상으로 인한 기저효과(17% 상승)를 제외한 이후에도 3월 6.8%, 4월 4.8%로 그 속도가 둔화하고 있다. 점포 수가 늘면서 각 점주가 가져가는 수익이 감소한 셈으로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다.

업계는 과거에 이미 ‘점포 불리기’ 경쟁의 부작용을 맛본 바 있다. 지난 2013년 편의점 가맹점주가 연이어 자살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현대판 ‘노예계약’이라는 비아냥이 나오면서 점주에게 불리한 계약이 도마에 올랐다. 그제서야 업계는 가맹점주와의 상생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단순히 ‘점포 늘리기’에 집중하던 업계가 ‘점포 수익성’이라는 기본원칙에 집중하는 계기가 됐다.

이후 편의점 업계는 불황 속에서도 유일하게 호황을 이어갈 정도로 양적·질적 성장을 거듭해왔다. ‘1만’이란 숫자가 단순히 큰 숫자가 아닌 질적인 성장까지 증명한다는 측면에서 박수 받을 만한 일이다. 그러나 빛이 강한만큼 그림자도 진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잠시 속도를 줄이고 과거의 교훈을 되살리며 업계의 기본 원칙이 지켜지는지 돌아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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