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핵보다 무서운 사이버전쟁

핵무기도 억제하는 사이버공격
美, 한국 등 초청해 랜섬웨어 대응 논의
외교 영역에도 사이버전문가 적극 참여해야
  • 등록 2021-11-10 오전 6:30:00

    수정 2021-11-10 오전 6:30:00

이충면 외교부 국제안보대사
[이충면 외교부 국제안보대사] 과거에는 생물무기나 화학무기를 ‘가난한 자의 핵무기’라고 하여 그 위험성을 경고했다. 그러나 오늘날 그보다 더 위험한 무기가 등장했다. 바로 ‘사이버 무기’다. 입수하기 쉽고, 감추기도 쉽고, 비용도 저렴하며 어떤 목적이든 다양하게 쓸 수 있다. 부자든 가난한 자든, 민주국가의 지도자이든 독재자나 테러리스트든 누구에게나 이용가능성이 열려 있는 ‘완전한 무기(Perfect Weapon)’이다. 핵무기의 가공할 위험성은 역설적으로 핵무기 사용을 억제하는 효과를 지닌다. 소위 공포의 균형이다. 그러나 사이버 무기는 그런 균형점 자체가 없다. 사이버 공간에서 사용할 수 있는 수단은 무한하다. 사이버 공격으로 핵무기를 무력화하는 것도 가능하다.

얼마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주도로 랜섬웨어 대응을 위한 국제회의가 열렸다. 우리도 정보화 강국으로 이 회의에 초대받아 참여했다. 랜섬웨어란 Ransom(몸값)과 Ware(제품)의 합성어로, 사용자 PC나 문서파일에 강제로 암호를 걸어두고 해커가 지정한 계좌로 돈을 보내야 암호를 풀어주는 금품 갈취형 악성 프로그램을 의미한다. 미국은 그동안 여러 종류의 랜섬웨어 공격을 당했고, 정육업체나 송유관 운영사 등이 피해를 봤다. 최근 랜섬웨어 공격자들은 피해자가 협박에 응하지 않으면 훔친 일부 정보를 다크웹에 일부 공개하는 이중협박(암호화 및 일부 정보 공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미국은 이들 공격의 발원지로 일부 국가를 특정하고 있다. 사실상 사이버 공격의 특성상 누구라도 공격자가 될 수 있고 누구라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

미국은 이제 사이버 대응문제를 가장 중요한 국가안보 문제 중의 하나로 간주한다. 간단히 말해 사이버 공간을 총성 없는 전쟁 현장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국무부에 이를 전담하는 조직을 신설하고 대응능력을 강화하기 위해서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조치라고 평가하고 있다.

미국뿐만 아니라 전체 국제사회가 노력하고 있으나 이 분야에서의 협력은 쉬운 일이 아니다. 외교관들이 모여 규범을 논의하는 순간에도 새로운 해킹 기술이 창조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나라마다 정보화의 수준이 다르고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합의를 도출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조만간 기후변화 이슈처럼 국가들이 합의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과 시기가 올 것이다.

우리도 재빠르게 대응해나가야 한다. 주요 선진국들처럼 이미 국가사이버안보전략을 갖추고 있고 8월에는 랜섬웨어 대응 강화방안까지 수립한 바 있다.

그러나 랜섬웨어를 포함하여 사이버 안보문제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자원이나 정보기술의 우수성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어야 하겠다. 그러기 위해선 외교관과 전문가를 통합해야 한다. 정보기술 전문가가 경찰관으로 특채되는 것과 유사하게, 더 많은 전문가가 외교부로 와서 외교현장에 통합되어야 하고, 기존의 외교관들도 전문성을 계속 함양해야 한다. 미 국무부가 취하고 있는 방식이다. 사이버 안보문제는 부처가 나누어져서 대응할 수 있는 성격의 문제가 아니다.

아울러 우리가 가입하고 있지 않은 국제협약에는 조기에 가입하고, 우리 법집행기관들이 다른 나라 기관들과 사이버 범죄 관련 정보를 수시로 교환할 수 있도록 빈틈없는 국제공조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사이버는 국경이라는 개념에 무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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