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들과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이지만 마음이 너무 잘 맞아요.” 최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만난 민경아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지혜도 “셋이서 정말 리얼하게 교감하면서 많은 걸 배우고 있다”고 화답했다. “우리 셋 다 다른 점이 많아서 매력을 느껴요. 서로를 관찰하며 호감을 갖게 돼요.” 맏언니 박지연이 거들자 세 사람은 이내 까르르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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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3월 15일까지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하는 ‘레베카’는 최근 가장 잘 나가는 뮤지컬이다. 남자 배우 중심의 뮤지컬 시장에서 여성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워 흥행한 이례적인 작품이다. 흔히 ‘레베카’의 상징적 캐릭터로 강렬한 카리스마를 자랑하는 댄버스 부인을 꼽는다. 하지만 극을 이끌어가는 핵심 인물은 누가 뭐라 해도 ‘나’다.
박지연, 민경아는 이번이 첫 ‘레베카’ 출연. 이지혜는 2017년에 이어 두 번째로 ‘레베카’에 참여했다. 배우들 사이에서 종종 벌어지는 신경전도 이들은 전혀 겪지 않았다. 오히려 두살 터울로 엮인 또래라는 점이 서로에게 큰 힘이 됐다. “연습에 가기 싫은 날도 있잖아요. 그럴 때마다 지혜랑 경아가 있다는 생각에 기쁜 마음으로 연습에 갈 때도 있었어요.”(박지연)
“지혜의 ‘나’는 똑 부러지는 면이 있어요. 평소 털털한 지혜와 달리 여성적이고요. 경아의 ‘나’는 사랑스럽죠. 여리면서도 점점 강인해지는 모습이 감동적이에요.”(박지연) “지연 언니의 ‘나’는 강인하면서도 슬픔이 녹아 있어요. 경아의 ‘나’는 보호본능을 자극하고요.”(이지혜) “그래서 ‘레베카’가 재미있어요. 3명의 ‘나’를 모두 다 보셨으면 좋겠어요(웃음).”(민경아)
이번에 처음 만난 세 배우가 이토록 ‘절친’이 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레베카’가 쉽지 않은 작품이라는 점 때문이다. 특히 ‘레베카’에서 ‘나’ 역은 인터미션 때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캐릭터다. 1막이 끝날 무렵 고조되는 댄버스 부인과의 긴장감을 놓지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작품의 힘든 점을 함께 나누다 보니 사이가 더 돈독해졌다. 세 배우는 “공연이 없는 월요일에는 같이 맛집을 찾아다니며 이야기를 나누면서 큰 힘을 얻는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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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연, 이지혜, 민경아는 뮤지컬로 연기를 시작해 경력을 차곡차곡 쌓아왔다. 박지연은 2010년 ‘맘마미아!’로, 이지혜는 2012년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로 데뷔한 뒤 다수의 작품으로 관객과 만나왔다. 민경아는 2015년 뮤지컬 ‘아가사’의 앙상블로 데뷔해 조연을 거쳐 주연에 오른, 뮤지컬배우로서 모범적인 길을 걸어온 케이스다.
언젠가는 ‘레베카’의 댄버스 부인 역을 맡고 싶지 않을까. 세 사람은 “나중에 이렇게 셋이 댄버스 부인 역을 나란히 맡으면 재미있을 것 같지만 지금은 아직 때가 아닌 것 같다”며 웃었다. 중요한 건 이 작품으로 좋은 인연을 얻었다는 사실이다.
“저희 셋은 뭐랄까, 퍼즐이 딱딱 맞는 느낌이에요.”(박지연), “서로의 다름을 인정해서 질투 같은 걸 느끼지 않아요.”(이지혜), “정말 마음이 잘 맞아요. 앞으로도 언니들과 계속 함께 하고 싶어요.”(민경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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