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학생들에게 저렴한 가격에 아침식사를 제공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인건비에 재료비까지 오르는데 대학 등록금은 동결돼 예산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지난해에는 한 끼에 대학 부담금이 4000원이 넘었는데, 올해는 물가가 더 올라 식단변경 등의 방법으로 사업이 축소될 것 같습니다.” 지난해 ‘천원의아침밥’ 사업에 참여한 지방의 한 사립대학교 관계자는 이같이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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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들이 1000원으로 아침을 먹을수 있도록 하는 ‘천원의 아침밥’ 사업이 올해 확대 시행된다. 정부 예산이 지난해보다 2배 가량 늘어나면서, 전국 대학교 10곳 중 8곳은 참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학들에서는 고물가 상황에서 한끼당 정부 지원 단가는 그대로 유지되고, 대상 학생수만 늘어나 재정 부담을 고민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총선을 앞두고 청년 표심을 잡기 위해 부담을 대학에 떠넘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8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천원의아침밥 사업 예산은 48억원으로 지난해(23억4000만원)보다 2배 가량 늘어났다. 이에 따라 올해 지원 대상 학생수도 지난해 144개교 233만명에서 267개교 450만명으로 1.9배 늘어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천원의 아침밥 사업이 어려운 사이버대학·야간대학을 제외한 전국의 대학 337개교의 79.2%로 대부분 대학은 지원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이달 말에서 2월 중순 사이에 신청 대학을 모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천원의 아침밥은 학생들이 1000원을 내면 정부에서 지원금 1000원을 내고 나머지 차액을 대학에서 부담한다. 고물가 시대에 1000원이면 든든한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학생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끈 사업이다. 이에 지난해에도 관련 예산이 당초 계획보다 2배 늘어난 바 있다.
하지만 대학들에서 한끼당 1000원을 지원하는 정부의 지원 단가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한끼에 5000~6000원에 달하는 식비에서 정부 지원금과 학생 부담금을 제외하면 3000~4000원은 대학에서 부담을 해야 된다. 지자체에서 별도의 지원금을 주는 곳은 그나마 상황이 낫지만, 여전히 지원을 해주지 않는 곳은 대학이 남음 금액을 모두 부담해야 한다. 지난해의 경우 전국 17개 시도 중 12곳에서 천원의 아침밥 사업에 참여를 했다.
올해는 물가 상승으로 식대가 지난해보다 올라 대학들의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식료품·비주류음료 물가는 전년보다 5.5% 올랐다. 특히 식자재에 주로 사용되는 신선식품 물가는 6.8%나 뛰었다.
실제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지난해 교육부를 통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설문에 응답한 76개학교 중 26개교(34.21%)가 앞으로도 정부 지원이 1000원에 그친다면 사업을 축소(19개교)하거나 사업을 중단(7개교)하겠다고 밝혔다. 식단을 변경하거나 제공 식사량을 감축하는 등 사업을 축소하겠다고 밝힌 학교도 44개교 중 15개교(34.09%)에 달했고, 3개교(6.82%)는 아예 사업을 중단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안 의원 측은 “예산을 늘려 정부가 생색만 내고 실질적 부담은 대학에 떠넘기는 것은 무책임하다”며 “한끼당 정부 지원액을 높여 정부의 책임을 높이는 방식을 확대해야 한다. 대학들에서는 현재 정부 지원금의 2배인 2000원으로 높여 달라는 의견이 42.1%로 가장 많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정부는 교육부, 지자체 등과 논의해 대학의 부담을 완화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올해 예산안 편성 당시 대상 학생수를 늘리는 것이 정책 효과가 더 클 것이라는 판단에 지원 단가는 그대로 유지를 했다”면서 “교육부에서 일반재정지원 사업비로도 천원의아침밥 사업 집행이 가능하도록 규제를 완화했고, 지자체에서도 더 많이 참여할 것으로 보여 대학 부담금은 1000원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