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얼도 원하는 만큼 담으세요"…유통가에 번지는 '친환경 리필' 소비

롯데마트에 켈로그 '시리얼 리필 스테이션' 입점
포장재 없이 용기에 담아 구매…가격 20% 저렴
작년 액체 세제 리필 시작 후 편의점·백화점 확대
"'텀블러 커피'처럼 식품 리필 대중화는 다소 걸릴듯"
  • 등록 2021-12-28 오전 7:00:00

    수정 2021-12-28 오후 9:26:17

[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유통가에 직접 용기를 들고 매장에 가 포장재를 사용하지 않고 제품을 구매하는 ‘친환경 리필’ 소비 바람이 불고 있다. 기업들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차원에서 ‘쓰레기 제로’ 운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다 포장된 완제품 대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이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지난 23일 문을 연 롯데마트 잠실점 ‘제타플렉스’에는 생소한 ‘시리얼 자판기’가 눈에 띄었다. 농심켈로그와 롯데마트가 공동 기획한 ‘시리얼 에코 리필 스테이션’으로 고객들은 별도의 용기를 들고 줄을 서서 ‘켈로그 콘푸로스트’, ‘첵스초코’ 등을 구매했다.

▲지난 23일 농심켈로그가 롯데마트 제타플렉스에 국내 최초로 오픈한 ‘시리얼 에코 리필 스테이션’ 매장 이미지. (사진=농심켈로그)
직접 가져온 용기에 시리얼을 담고 무게당 가격으로 계산된 바코드를 인쇄해 결제하면 된다. 담을 용기가 없으면 친환경 종이봉투와 종이 소재 테이프를 사용하면 된다. 다소 번거로울 수 있지만 싼 가격이 장점. 시리얼 g당 최소 8원부터 13원까지 기존 완제품 대비 20% 저렴하다.

리필 스테이션은 세제, 샴푸 등 플라스틱 용기를 사용하는 액체 화학제품을 중심으로 지난해부터 모습을 드러냈다.

이마트(139480)는 지난해 업계 최초로 친환경 생활용품 기업 슈가버블과 함께 ‘에코 리필 스테이션’을 선보였다. 주방·세탁세제, 섬유유연제에 이어 올해 5월부터는 샴푸, 바디워시도 판매한다. 12월 현재 리필 스테이션을 운영하는 매장은 10곳.

▲이마트는 대형마트 최초로 환경부, 한국환경산업 기술원, 생활용품 브랜드 슈가버블과 협업해 세탁세제와 섬유유연제를 리필할 수 있는 자판기 ‘에코 리필 스테이션’을 선보였다. 매장에서 전용 리필용기를 구매한 후 제품을 충전하면 된다. (사진=이마트)
리필 스테이션은 편의점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GS25는 지난 3월, 세븐일레븐은 10월 자판기 형태의 리필 스테이션을 운영 중이다. 세븐일레븐 ‘그린필박스’의 경우 두 가지(300㎖, 500㎖) 용량을 선택해 구매할 수 있으며 정상 운영가 대비 상시 20% 할인된 가격이 장점이다. 500㎖ 기준으로 세탁세제는 3800원, 섬유유연제와 주방세제는 각 2800원, 4080원이다.

▲서울 용산구 세븐일레븐 산천점에서 운영 중인 친환경 세제 리필 스테이션 ‘그린필박스’ (사진=세븐일레븐)
최근에는 지자체의 주도로 리필 스테이션이 대형마트와 백화점까지 확대하는 추세다. 서울시가 서울 지역 곳곳에서 소규모로 운영했던 ‘제로 웨이스트 마켓(제로마켓)’이 홈플러스, NC백화점, GS더프레시 등 주류 대형 유통매장 10곳에 진입한 것이다.

제로마켓 역시 세제, 샴푸 등 액체 화학제품을 별도 용기에 담아 판매한다. 용기를 휴대하지 않은 고객을 위해 재활용 유리병을 배치한 것이 특징이다. 액체 화학제품 외에 친환경 비누, 칫솔 등을 구매해도 비닐백이 아닌 재활용 쇼핑백에 담아 준다. ‘쓰레기 배출 0’를 목표로 한 매장인 셈이다.

▲21일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 홈플러스 월드컵점에 오픈한 ‘제로마켓’의 ‘리필 스테이션’. 각종 액체 세제를 직접 가져온 용기에 담아 구매하는 식으로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 최소화를 지향한다. (사진=정병묵 기자)
그러나 액체 세제에 이어 식품까지 리필 스테이션 판매가 확대되고 있지만 세제 이외 식품까지 대중화하는 데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농심켈로그에 따르면 롯데마트 잠실점 제타플렉스 개점 이후 직접 용기를 휴대해 제품을 구매한 고객은 극소수인 것으로 확인됐다.

농심켈로그 관계자는 “국내 최초로 시리얼 품목 리필 스테이션을 선보인 것이라 아직 소비자들에게는 생소할 것”이라며 “커피전문점 내 텀블러 사용도 결국 정착됐듯이 완제품 대비 저렴한 가격과 친환경 소비라는 장점 때문에 머지않아 사용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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