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수산업자 사기 행각에 비친 권력층 민낯, 부끄럽지 않나

  • 등록 2021-07-07 오전 6:00:00

    수정 2021-07-07 오전 6:00:00

자칭 수산업자 김모씨의 금품 로비 의혹이 게이트로 비화할 조짐이다. 현직 부장검사, 총경급 경찰 간부, 전·현직 언론인이 금품을 받은 혐의로 입건된 것은 빙산의 일각이었다. 박영수 ‘국정농단’사건의 특검은 그에게서 고급 외제차를 빌렸고,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은 고가 선물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고구마 줄기 캐듯 계속 나오는 유력 인사들의 이름은 우리나라 권력층의 추한 민낯을 보는 것 같아 아찔하다.

김씨는 1억원대 사기 혐의로 2016년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복역하던 중 언론인 출신 정치인 송모씨를 알게 된 것을 계기로 정계 유력 인사들에게 접근했다. 송씨가 김씨에게 자신을 변호한 적이 있는 박영수 특검을 소개했고, 박 특검은 후배 검사를 소개하는 식이었다. 이렇게 지난 3년간 권력층 인사를 문어발식으로 접촉하면서 그의 사기 규모도 100배나 커졌다. 김씨는 선동오징어(선상에서 급랭한 오징어) 투자를 미끼로 김무성 전 의원의 형 등을 속여 100억원대를 편취한 사기 혐의로 지난 3월 구속됐다.

김씨의 금품 로비는 전방위적으로 진행됐다. 정치인과 검찰·경찰·언론계 인사들이 망라돼 있다. 지금까지 언급된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김씨의 검은 손이 우리 사회 곳곳에 얼마나 깊숙이 뻗어 있었는지 짐작이 간다. 경찰은 사건 연루자의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정히 수사해 진상을 명명백백히 밝혀야 할 것이다. 정치권 주요 인사는 물론 사정기관 핵심 인사들이 연루됐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이 단순한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위반을 넘어선 권력형 게이트일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사기 사건으로 수감 중이던 김씨가 문재인 정부 출범 뒤 단행한 첫 특별사면에 포함됐다는 사실도 미심쩍다. 2017년 12월 정부는 6444명을 사면하면서 “형사 처벌이나 행정 제재로 생계에 애로를 겪는 서민 부담을 더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했다. 그러나 김씨처럼 피해자가 분명히 있는 데다 장기간 도피하며 변제를 하지 않는 등 죄질이 나쁜 경우엔 사면이 안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청와대는 김씨의 형 집행률이 81%에 달했고 사면 기준에 부합했다고 설명했지만, 사기꾼을 이례적으로 특사한 배경에 대해선 어물쩍 넘어가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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