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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신하영·김형환 기자] “특수학교가 더 세워져야 하는 이유는 장애학생들의 통학이 어렵기 때문이다.”
교육부 산하 국립특수교육원 이한우 원장은 특수교육이 확충돼야 하는 이유를 이같이 강조했다.
실제로 8일 교육부의 2022년 특수교육통계에 따르면 현재 장애학생 중 특수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은 총 2만7979명으로 이 중 43%(1만1994명)가 왕복 1시간 이상, 6.4%(1783명)는 왕복 2시간 이상의 거리로 통학을 하고 있다.
서울시 강서구에 거주하는 하모(49) 씨는 지체장애를 가진 초등 6학년 딸 아이를 아침마다 경기도 고양시의 경진학교로 등교시키고 있다. 학교 셔틀버스를 이용하지만 등교시간에 맞추려면 매일 오전 7시40분에는 버스를 타야 하며, 통학 시간은 왕복 2시간 이상이 걸린다. 하 씨는 “집 근처의 특수학교는 지적장애 학생만 받다 보니 고양시까지 통학할 수밖에 없다”며 “매일 원거리 통학으로 힘들어하는 아이를 볼 때마다 미안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토로했다.
특수학교생 6.4% 왕복 2시간 이상 통학
특수학교는 장애 유형에 따라 시각·청각·지체·정서·지적장애 등 5가지로 분류된다. 같은 자치구에 특수학교가 있어도 장애 유형이 맞지 않으면 다른 곳으로 원거리 통학이 불가피하다. 예컨대 시각·정서장애 특수학교는 서울에 단 2곳(유아과정 제외) 뿐으로 만약 중랑구에 거주하는 시각장애 학생이 있다면 종로구 서울맹학교나 강북 한빛맹학교를 다녀야 한다. 서울 소재 특수학교 이모 교감은 “우리학교의 경우 전체 학생 중 통학거리 1시간 이내의 학생은 12%에 불과하다”며 “특수학교가 더 많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했다.
일반학교에서 비장애학생과의 통합교육을 원하는 학부모도 있지만, 특수학교 진학을 원하는 학부모도 많다. 일반학교에 보낼 경우 장애학생을 ‘애자’라고 놀리거나 소위 ‘왕따’를 시키는 경우가 많아서다. 또 특수학교에선 비교적 밀착교육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현행 특수교육법은 △유치원 4명 △초등 6명 △중학교 6명 △고교 7명으로 학급인원을 제한하고 있다.
문제는 교육당국이 특수학교를 확충하려고 해도 주민 반대로 신설이 어렵다는 점이다. 특수학교나 장애인시설이 신설되면 집값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크기 때문. 서울 강서구의 서진학교는 여러차례 무산 위기를 겪다 지난 2020년 3월 개교했다. 서울교육청이 2013년 11월 설립 계획을 밝힌 지 6년 4개월 만이다.
교육청 “주민반대로 외곽에 특수학교 설립”
서울에서 2010년 이후 올해까지, 12년간 새로 개교한 특수학교는 △다원학교 △도솔학교 △서진학교 △나래학교 △효정학교 등 5곳에 그친다. 이 중 인근에 아파트 단지가 밀집한 지역의 특수학교는 서진학교가 유일하다. 특수학교가 세워져도 아파트단지가 없는 외곽에 설립되고 있다는 얘기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특수학교가 변두리 지역에 설치되는 이유는 주민 반대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2020년 3월 개교한 서진학교가 대표적이다. 서진학교 인근(강서구 양천로 55길)에는 등촌주공 등 12개 아파트 단지가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이들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 시세는 2021년 기준 평당 4712만원으로 서진학교 개교 전인 2019년(3142만원)보다 33%(1570만원) 올랐다. 올해는 평당 5216만원으로 최근 집값 하락세에도 불구, 2019년 대비 65%(2074만원)나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 수석연구원은 “서진학교 개교가 인근 아파트 시세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며 “오히려 강서구 지역은 마곡지구 활성화로 2019년 이후 매년 시세가 올랐다”고 했다.
전국 시도교육청이 주민들을 설득할 대책을 적극 강구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일명 광주여대 초등특수교육과 교수는 “특수학교가 더 많이 확보돼야 하며 주민 거부감을 줄일 정책이 필요하다”며 “서울 밀알학교도 처음에는 주민 반대가 심했지만 음악홀 등 주민 문화시설을 함께 조성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반감이 줄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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