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서울시 아파트 중위매매가격이 10억원에 육박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두 후보의 LTV 완화 공약 실효성은 떨어진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금융회사의 채권 부실 및 대출자 건전성 악화 가능성에 주택가격 캡을 마냥 올릴 수 없어서다. 대출금리가 오르는 가운데 집값 하락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는 점도 캡 상향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지난 3일 방송3사(KBS·MBC·SBS) 합동 초청 토론회에서 이재명·윤석열 후보는 일제히 LTV 완화 공약을 재차 밝혔다. 이재명 후보는 “생애 최초 구입자에 한해 ‘LTV 90%’를 인정해주고, 특히 청년층엔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이 문제가 되기 때문에 ‘장래 소득’을 기반으로 DSR을 인정(완화)해주자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윤 후보는 “청년 주택의 경우 LTV는 80%로 완화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DSR과 DTI(총부채상환비율)는 수치를 제시하지 않았다”며 “이는 금융권에서 부실 채권으로 볼 것이냐 마지노선에 관한 문제”라고 말했다.
주택을 담보로 돈을 빌릴 때 인정되는 자산가치 비율인 LTV는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는 9억원 이하 40%·9억원 초과 20% △조정대상지역은 9억원 이하 50%·9억원 초과 30% △비규제지역은 70% 등으로 적용되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 대부분 지역에서 LTV 40%를 적용하고 있어 집값이 9억원이면 3억2000만원까지만 대출이 가능하다. 두 대선 후보는 청년들에겐 집값의 80~90%까지 돈을 빌려주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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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관계자들은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입을 모았다.
예컨대 부부 합산 소득이 6000만원인 청년 부부가 수도권에서 7억원짜리 주택을 담보로 30년 만기, 연 3.5% 금리로 6억3000만원(LTV 90% 설정·7억원×90%)을 빌린다고 가정하면 매달 282만9000원(원리금균등상환)의 원금과 이자를 갚아야 한다. 연봉 대비 매년 갚아야 할 원리금 비율인 DSR은 56.58%로 40% 규제를 훌쩍 뛰어넘는다. 현재 시중금리 추세상 3.5% 금리로 돈을 빌리기가 어려워 4.0%로 빌린다고 가정하면 DSR은 60.15%로 뛴다. 이마저도 신용대출 등 다른 부채가 전혀 없는 경우다.
반면 6억원 주택을 담보로 5억4000만원(LTV 90% 설정)을 빌리면 △금리 3.5% 시 DSR은 48.5% △금리 4.0% 시 DSR 51.56%로 대폭 낮아진다. 물론 6억원 이하 주택에 대한 대출을 받더라도 올해 1월부터는 총대출액이 2억원 초과 시 차주별 DSR 규제가 적용되고 있다. 그러나 이재명 후보의 공약대로 청년층에 대해 DSR 규제를 완화하면 대출 여력은 생길 수 있다.
②LTV 상향 실효성은
문제는 실효성이다. 금융권 분석대로 주택가격 상한선 캡을 설정해야만 LTV 상향이 가능하다면 이재명·윤석열 후보의 공약 실효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수도권에서 6억원 이하 주택을 마련하기 어려워져서다.
③DSR 완화·주택가격 캡 상향 가능성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있다. 청년에 대한 DSR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LTV 상향을 위한 주택가격 상한선 캡도 올려 잡으면 된다. 예컨대 주택가격 9억원까지 LTV 90%를 설정하고, DSR도 60% 정도로 올리면 된다. 청년의 ‘미래 소득’을 인정해 DSR을 설정하겠다는 이재명 후보 공약은 지난해 10월26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가계부채 관리 강화방안’에도 포함된 내용이다. 물론 금융위는 구체적인 방안은 아직까지 제시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부분에도 맹점은 있다. 대출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는 가운데 주택가격이 하락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혼합형(고정형)으로 주담대를 받더라도 대출 6년차부터는 변동금리를 적용받게 된다. 5년 후 시장상황을 예측하긴 어려우나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청년이 그만한 빚을 감당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주택가격이 하락하면 더 큰 문제가 된다. LTV는 차주의 대출규제 용도가 아닌 금융회사 건전성 관리를 위해 만들어진 규제다. 금융회사가 집을 담보로 돈을 빌려준 후 어느 정도 집값이 하락하더라도 채권을 모두 보전할 수 있도록 한 조치다. 9억원짜리 집을 담보로 8억1000만원(LTV 90%)까지 빌려줬는데 집값이 8억원 이하로 떨어지면 금융회사는 부실을 감내해야 한다. 이 같은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LTV 규제가 도입된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박근혜 정부 시절 ‘빚내서 집 사라’ 정책으로 수도권 LTV를 종전 50%에서 70%까지 상향했는데, 당시 수도권 몇몇 지역에서 집값이 등기전 대출(분양가 기준 대출)과 비슷한 수준이거나 그 아래로 떨어진 적이 있었다”며 “집값이 고점에 이르렀다는 분석이 우세한데 LTV를 무조건 올려잡으면 채권 부실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