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데이트 장소에 따라 비용 차이가 크기 때문에 나눠내지 않으면 비용 균형이 깨진다”며 “남자가 돈을 많이 내야 한다는 건 구시대적인 사고방식이며 데이트는 혼자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비용은 정확히 반으로 나누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데이트 비용, 남자가 더? 여자가 더?
데이트 비용 문제는 커플 사이에서 늘 중요한 사안이다. 어떤 커플은 돈을 내려고 싸우기도 하고 또 다른 커플은 서로 돈을 아끼려고 숨 막히는 눈치싸움을 벌인다.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지난해 2030 세대 미혼남녀 42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데이트 비용 관련 설문조사’에 따르면 ‘데이트 비용으로 연인과 다툰 적이 있다’는 사람이 전체의 83.2%를 차지했다. 그들은 연인과 다툰 이유로 ‘내가 데이트 비용을 더 내는 것을 당연시 여겨서’(35.8%)와 ‘데이트 비용을 아끼려고만 해서’(25.8%),’수입이 같지 않은데 비용을 정확히 절반씩 부담하려 해서’(18.2%)를 주로 꼽았다.
몇몇 커플들은 이 스트레스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소위 ‘더치페이(각자내기)’를 시작한다. 한 명이 본인 명의로 계좌를 개설하거나 또는 남는 통장이 있는 사람의 계좌에 매달 일정한 금액을 입금해 데이트 비용으로 사용하는 일명 ‘데이트 통장’을 사용하는 사람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김 씨처럼 매번 데이트가 끝난 후 일정 금액을 연인에게 송금하기도 한다.
데이트 비용 더치페이 문화 확산
카카오뱅크에서 2018년 12월 선보인 모임통장 서비스도 인기가 좋다. 카카오뱅크의 모임통장은 동호회 등 모임에서 돈을 모아야 할 일이 있을 때 통장 사용 내역을 회원들이 공유하는 서비스다. 이 모임통장을 데이트 비용을 모으기 위해 이용하는 커플들이 늘고 있는 것.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모임통장 출시 이후 개설 목적별 현황을 살펴보면 데이트 용도로 설정한 고객들의 비중(계좌 수)이 꾸준히 15% 내외로 유지되고 있다”며 “편의성과 투명성 때문에 젊은 연령대의 커플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상품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카카오페이나 토스 등에서 내놓은 더치페이 서비스도 매우 편리하다. 몇 단계만 거치면 자동으로 금액을 나눠 비용을 부담해야 할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전송해준다.
데이트 비용 부담에 대한 의견 갈려
데이트 비용을 나눠내는 문화가 확산하고 있지만 여전히 데이트 비용 부담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남자친구와 데이트 비용을 번갈아 부담하는 박지연(25·가명)씨는 “데이트 통장을 사용하거나 칼같이 각자내기를 하면 동아리에 가입하고 회비를 내는 느낌”이라며 “더 여유롭게 돈을 쓸 수 있는 사람이 더 많이 쓰면 되는 문제를 가지고 따지는 건 피곤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남자친구 명의의 데이트 통장을 사용해 본 홍유진(27·가명)씨는 “처음엔 비용에 대한 스트레스가 없어 좋았다"면서도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남자친구가 데이트통장에 모아놓은 돈을 개인적으로 사용하기도 하면서 싸우게 되고 불필요한 마찰이 잦아졌다”고 토로했다. 이어 “함께 모은 돈인데 둘이 같이 밥을 먹을 때도 본인이 사는 것처럼 카드를 긁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며 "돈은 자기가 내는 것처럼 하고 싶고 자기 돈은 쓰기 싫은 심리에 통장을 만들자고 한 것 같아 불쾌했다"고 말했다.
데이트 비용을 각자내기 하더라도 또 다른 스트레스가 생긴다는 게 그들의 입장이다.
반면 각자내기 문화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도 있다.
유경은(26·가명)씨는 “데이트 통장을 사용하면서 오히려 서로 돈을 아끼게 됐다”며 “돈을 모아두니 지출 내역을 확실히 알 수 있어 경제적인 데이트를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데이트 비용을 똑같이 부담하는 권민하(24·가명)씨는 “돈을 나눠 내겠다고 마음먹으면 카카오톡의 더치페이 기능이나 데이트 통장 상품 등 방법은 충분하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방과 비용 문제에 대해 상의해보고 둘만의 절충안을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스냅타임 이지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