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민 기자] 공급망 보호주의 속에서 살아남아 하는 상황에서 국내 배터리사들이 당면한 문제는 또 있다. 국내 배터리사들의 텃밭으로 불리는 유럽연합(EU)의 탄소중립 규제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이 제대로 구축되지도 않았는데 이를 충족하기 위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상황이다. 게다가 해외에서조차 인력을 구하기 어려울 정도로 고질적인 문제로 손꼽히는 인력 부족도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다.
21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은 올해 4월 EU의 입법기구인 유럽의회를 통과한 ‘지속가능한 배터리 법안’을 연내 발효를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이 법안은 유럽 내에서 생산하거나 판매하는 배터리에 대해 원료부터 생산, 소비, 재활용 등 생애 전 주기에 걸쳐 탄소중립을 강화하고 ‘지속가능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법안은 유럽 내에서 판매하는 모든 배터리에 대해 2024년 7월부터 탄소발자국을 공개하도록 했다. 특히 2027년 7월부터는 일정 수준 이하로 탄소발자국 상한선을 정해 이를 넘으면 EU 내에서 판매할 수 없도록 할 방침이다. 탄소발자국은 생산, 소비, 폐기 등 제품의 전 생애주기에서 직·간접적으로 배출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이산화탄소(CO2)로 환산한 총량이다.
또 2030년부터는 유럽 내에서 배터리를 생산할 때 원료의 일정 비율 이상은 재활용 소재를 의무적으로 써야 한다. 재활용은 폐배터리에서 화학적 과정을 거쳐 리튬·니켈 등 소재를 분리·추출해 다시 쓰는 것을 말한다. EU가 정한 2030년 기준 재활용 비중은 코발트 12%, 리튬 4%, 니켈 4% 등이다. 이후 2035년부터는 비중을 더 강화해 코발트 20%, 리튬 10%, 니켈 12%로 높일 계획이다.
| (그래픽=이미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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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 모두 폐배터리 재활용 기술개발 및 상용화에 나섰지만 아직은 걸음마 단계다. 전기차 시장 자체가 초기 단계여서 폐배터리 물량이 많지 않을뿐더러 관련 시장도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보급 속도를 따졌을 때 향후 EU가 요구하는 원자재 재활용 비율을 제대로 확보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며 “배터리 생산과정에서 탄소 총량을 규제하는 탄소발자국 역시 신재생에너지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에선 부담”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국내 배터리가 직면한 극심한 인력난 또한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전기차 시장은 수직 성장하면서 관련 인력을 대규모로 필요로 하고 있지만, 국내에선 인력 양성이 시장 성장 속도를 못 따라가고 있다. 특히 글로벌 배터리 수요는 갈수록 늘고 있어 인력난은 더욱 심화하고 있다. 한국전지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배터리 업계에 필요한 인력은 석·박사급과 학사급을 포함해 약 3000명에 이른다.
선양국 한양대 에너지공학과 교수는 “글로벌 배터리 시장 패권 장악을 위해 원료 공급망 자립과 함께 원가 경쟁력 강화가 필수”라며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좋은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배터리 성능 향상을 위한 소재 혁신이나 기술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K-배터리만의 초격차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연구개발(R&D) 및 인력 양성 등의 정부 지원도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 ▲SK온이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SKBA 2공장. (사진=SK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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