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째 비었는데도, 상가 임대료 왜 안떨어지나

[상가시장 거품논란]① 월세보다 시세차익 기대
건물주 "임대료 내렸다 건물가치 떨어질라"
  • 등록 2019-10-22 오전 4:00:00

    수정 2019-10-22 오전 10:15:21

서울 소규모상가 임대가격지수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이데일리 박민 기자] 서울 강남역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A오피스텔 내 1층 상가. 10평(33㎡) 남짓에 보증금 5000만원, 월 400만원인 이 상가는 3개월째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 공실(빈 상가) 상태다. 임차인을 구하지 못하면 임대료를 낮추는 게 일반적이지만 임대료는 꿈쩍도 않고 있다.

강남대로 이면거리에 있는 15층 짜리 오피스텔도 1년 넘게 1층 일부 상가가 비어 있다. 공실이 오래되자 상가 임대인은 최근 임대료를 찔끔 내렸지만 주변시세보다 여전히 높아 입주하겠다는 임차인이 없는 상태다.

하루 유동인구 100만명에 달하는 초역세권인 강남역 일대에 ‘임대’ 플래카드를 내건 채 비어있는 상가건물들이 수두룩하다. 대부분 임대료를 내리지 않거나 소폭 조정하는 수준에 그치다 보니 적게는 수개월에서 많게는 1년 넘게 비어 있다. 임대료를 내리면 건물의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물주가 많은데다 매월 임대료를 받아 생활하는 ‘생계형’ 건물주가 아닌 현금성 자산이 많은 ‘고액자산가’가 건물주로 버티고 있어서다.

빌딩중개법인 빌사남 신진선 팀장은 “이전에는 상가를 사서 월 임대료를 꼬박꼬박 받으려는 생계형 투자자들이 많았다면, 지금은 상가도 시세 차익을 기대하고 들어오는 자본이 많아 공실은 별로 신경 안쓰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상가 공실이 늘어도 임대료를 낮추지 않는 것은 수요와 공급이 아닌 막대한 부동자금이 건물값을 떠받치고 있는데서 기인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시중에 1100조원이 넘는 부동자금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상가와 꼬마빌딩 등으로 흘러들어오면서 공실과 상관없이 몸값을 높이고 있다는 얘기다. 이동현 KEB하나은행 부동산자문센터장은 “경기침체와 무관하게 넘쳐나는 돈의 힘이 부동산 자산가격을 밀어 올리고 있다”며 “유동성 장세에 나타나는 전형적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문제는 내수 경기 부진을 겪고 있는 국내 경제가 하한점에 다다르면 실물자산 가격이 급락하면서 유동성이 증발하는 사태가 빚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른바 부동산 버블(거품) 붕괴다. 이상호 건설산업연구원 원장은 “제조업이나 기업 투자 등이 위축되면서 경제여건은 좋지 않지만 서울의 부동산 자산만 오르는 현상이 지속하는 것을 정상적이라고 말할 수 있겠느냐”면서 “실물경기와 괴리된 채 부동산만 ‘붐 업’되는 거품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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