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조세저항'…월세 내리고 관리비 올리는 꼼수

  • 등록 2014-03-10 오전 7:05:12

    수정 2014-03-10 오전 7:05:12

[이데일리 김동욱 기자]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임대사업을 하는 김모(45)씨는 월세 50만원을 받고 원룸 4채를 운영하고 있다. 연간 임대수익은 2400만원. 최근 정부가 발표한 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에 따라 김씨는 연간 임대소득이 2000만원이 넘어 종합과세 대상자다. 임대수익 외 직장에서 연 7000만원을 버는 김씨로서는 총 수입액 9400만원에 대해 세금이 매겨지면서 앞으로 적잖은 세금 부담을 떠안게 됐다.

그러나 그는 앞으로 월세 50만원 중 10만원은 관리비 명목으로 받을 생각이다. 이렇게 하면 임대차계약서에 명시되는 월셋값은 40만원. 겉으로 보기엔 연 임대수익이 1920만원으로 줄어 김씨는 분리과세 대상자가 된다. 세 부담이 줄어들 뿐만 아니라 연 임대소득이 2000만원 미만이어서 2016년까지 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아도 된다. 김씨는 “세입자로선 월세가 똑같아 큰 반발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집주인들의 조세 저항이 시작됐다. 국세청이 올해부터 3주택 이상자, 연간 임대소득 2000만원이 넘는 2주택자, 9억원 초과 1주택자 중 월세를 놓는 집주인을 대상으로 세금을 물리기로 하면서 정부의 조세권 무력화에 나선 것이다. 업계에선 다주택자 135만5000여명 중 40만명이 올해 소득세 세금 고지서를 받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집주인들 사이에서 세금을 내지 않으려는 움직임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정부가 일단 전·월세 확정일자와 세입자의 월세 세액공제 자료를 대상으로 집주인의 임대소득 검증에 나서기로 했지만, 역으로 집주인들이 이를 활용해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위 사례가 대표적이다. 세입자들이 확정일자나 월세 세액공제 받는 것을 사실상 막기 어렵다고 판단한 집주인들이 계약서에 기입된 월세는 내리는 대신 관리비 등을 올려받는 식으로 전체 수익은 유지하는 것이다. 집주인이 세입자와 이면 계약을 한 게 아니어서 정부가 이를 바로잡기도 어렵다.

그렇다면 세입자는 혜택을 볼까. 그렇지 않다. 세입자로선 다달이 내는 월세 비용은 같지만 계약서에 명시된 월셋값이 내려 소득공제 때 불이익을 볼 수밖에 없다. 가령 월세 50만원을 낸 세입자라면 60만원을 돌려받을 수 있지만 계약서에 40만원으로 표시돼 있으면 돌려받는 금액이 48만원으로 12만원 줄어든다. 마포구 신수동 D중개업소 관계자는 “세입자가 소득공제를 받기 쉬워지면서 집주인이 예전처럼 확정일자나 소득공제를 막기는 어려워졌지만, 관리비 등을 올리는 수법으로 월세를 올리려는 경향도 심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세입자를 가려서 받으려는 집주인도 늘고 있다. 소득공제가 필요 없는 사업자나 대학생을 월세 세입자로 선별해 받는 식이다. 보증금을 내리고 월세를 올리는 경우도 쉽게 목격된다. 보증금이 낮으면 세입자로선 보증금을 지키기 위해 굳이 확정일자를 받을 필요가 없다는 점에 착안한 조치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 D공인 관계자는 “아파트는 원룸에 비해 월세 수요가 여전히 많다보니 집주인들이 세입자를 가려 받으려는 경향이 많다”며 “그러나 집주인이 세입자의 신분을 일일이 검증할 수 없다보니 향후 갈등이 생길 소지도 다분하다”고 말했다.

마포구 공덕동 파란공인 관계자는 “오피스텔은 대부분 업무용으로 등록해 이미 세금 환급을 받았기 때문에 집주인들이 세입자를 가려서 받으려는 경향이 더 심하다”며 “세입자가 소득공제를 신청하면 월세를 10% 더 올려 받겠다는 집주인들도 적지 않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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