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의 눈]유통규제 묶어놓고선 물가 못 잡는다

  • 등록 2022-06-22 오전 6:00:00

    수정 2022-06-22 오전 7:56:15

[이데일리 김영수 소비자생활부장] “지금 사는게 제일 쌉니다.” 이 말은 이제 만국 공통어가 됐다. 인플레이션이 해결되지 않는채 경기 침체(recession)에 들어갈 수 있다는 ‘R의 공포’가 커지면서 우리 정부도 물가 잡기에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당장 물가 오름세에 소비자들의 고통은 커지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5.4%를 기록하며 2008년 8월이후 가장 높은 상승폭을 기록했다. 외식물가도 올해 1분기 6.1%에서 5월말 7.4%까지 올랐다. 대표적인 서민 외식품목인 자장면은 올 4월 6000원대(서울 기준 평균)를 찍었으며 칼국수와 냉면은 1만원을 훌쩍 넘었다. 치킨값은 배달비를 포함하면 3만원(대형 프랜차이즈 기준) 수준으로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서민들에겐 치맥도 부담스럽게 됐다.

업계의 부담도 만만치 않다. 식품업계의 경우 원부자재, 물류비 인상 등에 생산비가 증가하고 있지만 물가잡기가 현 정부의 제1호 당면과제인 상황에서 쉽사리 제품가격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일부 식품회사에선 정상적인 마진율을 고려한다면 현 제품 가격 대비 2배는 올려야 한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유통업계는 지난 16일 발표된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에 대해 실망스럽다는 지적이다. 주요 분야별 수입·생산·유통구조 개선을 통해 유통과정에서의 비용 상승 압력을 최소화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정책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탓이다.

이미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이커머스 유통시장은 혁신적인 수준으로 변화했다. 쿠팡을 비롯해 SSG닷컴, 마켓컬리 등 이커머스 기업들은 풀필먼트(주문·보관·재고관리·배송까지 일괄 처리) 체계를 갖추고 물류비용 최소화로 소비 생활 깊숙히 파고 들었다. 대규모 자본을 투입하고 있는 민간 주도 이커머스 시장에서 정부 차원의 산지와 소비자 간 직거래 유통구조 확대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앞서 물가를 잡겠다는 정책으로 내놓은 외식가격 공표제, 배달비 공시제 등은 현실적인 시장가격을 반영하지 못하면서 실효성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심지어 외식가격공표제는 수개월간 업데이트조차 되지 않으면서 전형적인 보여주기식 탁상행정 사례로 남게 됐다.

업계에서는 물가안정을 위한 보다 실질적인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대형마트의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유통산업발전법이 대표적이다. 실제 영업시간 규제에 묶인 대형마트는 새벽배송이 불가능한 구조로 이커머스 유통업체와의 역차별이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매장 영업시간 규제 완화뿐 아니라 이커머스 유통업체와 자율경쟁을 통한 안정적인 생필품 공급 구조 개선을 위해서는 온라인쇼핑몰 배송시간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 비대면 경제활성화 차원에서 주류, 안경(컨택트 렌즈) 등 온라인 판매 제한 품목 규제 개선도 필요하다. 궁극적으로 국내 소비자들의 선택 폭과 가격경쟁을 유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통산업발전법은 반드시 손질해야 할 시점이다. 가파른 물가인상에 대응하기 위한 동원 가능한 모든 수단을 강구해야 할 시점인 만큼 적극적인 정책 의지를 보여줘야 할 것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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