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4.8조 배민·요기요 M&A…'빅데이터 독점' 여부서 판가름

수수료 적정성 여부 공정위 따지기 어려워
ICT특별전담팀 빅데이터 실태조사 검토
경쟁사 빅데이터 접근 거절·차단여부 주시
결합 이후 개인정보 이전 문제도 관건될듯
  • 등록 2020-04-20 오전 4:30:00

    수정 2020-04-20 오전 9:47:47

배달의 민족, 요기요, 배달통
[세종=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배달의 민족(배민)의 기업결합 심사의 무게중심을 수수료에서 데이터 독점 문제로 이동했다. 공정위는 배민, 요기요 등 배달앱 시장 빅데이터에 대한 실태조사에 착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배민의 수수료 개편으로 사회적 물의를 빚는 등 논란이 일었지만 배달앱 시장 독과점으로 인한 폐해는 수수료보다 소비자 주문, 가맹점·배달기사 정보 등 ‘빅데이터’를 독차지해 새로운 경쟁자를 배제하는데서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공정위 ICT특별전담팀 사전조사 착수

19일 공정위 고위관계자는 “배민 등 배달앱 플랫폼 기업들이 빅데이터를 독점하면서 새로운 경쟁자 출현을 막는지, 개인정보를 불공정하게 수집해 이용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들여다 볼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배민이 수수료를 개편하면서 소상공인과 갈등이 표면화되고 독과점 지위를 남용할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공정위가 가격 적정성 여부에 개입하기는 사실 쉽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현재 배민 기업결합 심사는 공정위 기업결합과에서 중점적으로 보고 있지만, 공정위는 ICT 특별전담팀을 통한 실태조사도 병행할 방침이다. 공정위는 연초 빅데이터 시장에 대한 실태조사를 계획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진행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배민 기업결합 심사에 연결해 배달앱 시장의 빅데이터 독점에 대한 ‘원포인트’ 조사를 진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ICT특별전담팀은 이미 현장조사를 위한 사전준비 작업을 대부분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 페이스북 등은 네트워크 효과와 규모의 경제 등을 통해 시장지배력을 높이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면 자사 서비스의 영향력이 더 커지고, 결국 유사한 기능을 제공하는 다른 서비스 이용자를 흡수하는 수준까지 발전한다. 특히 이용자로부터 얻은 빅데이터를 활용해 다양한 형태로 맞춤형 광고를 제공해 더 많은 수익을 올린다. 소비자가 키워드를 구글이나 페이스북에서 검색을 하면 관련 광고상품이 구글, 페이스북 자회사 서비스에서도 뜨는 식이다.

배민이 ‘요기요’ 운영사인 독일계 기업 딜리버리히어로(DH)에 4조8000억원이란 천문학적 가격에 팔린 것도 이런 빅데이터의 가치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배민-요기요 합병회사는 빅데이터 독점을 활용해 배달 시장의 지배력을 높이거나 공유주방 등 사업에 직접 진출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관건은 배민-요기요의 빅데이터 독점이 후발주자에 진입장벽이 되느냐 여부다. 공정위는 배민이나 요기요가 경쟁자를 시장에서 배제하기 위해 데이터 접근을 거절 또는 차단하거나, 경쟁자에 데이터를 제공할 때 데이터 분석 등을 끼워파는 문제 등을 중점적으로 들여다 볼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경쟁자인 쿠팡, 위메프, 카카오, 네이버 등이 보유한 e커머스 시장의 빅데이터와 배달앱 시장의 빅데이터와 차이를 구별하는 것도 주요 포인트다.

익명을 요구한 경쟁법 교수는 “배민은 새로운 경쟁자가 출현할 때마다 쿠폰을 살포하는 방식으로 진입을 차단했다”면서 “향후 공정위 조사 과정에서 빅데이터 독점을 위한 ‘약탈적 가격 정책’ 등을 했는지 등이 쟁점이 될 것”고 말했다.

홍대식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빅데이터 독점 문제는 페이스북, 구글, 네이버 등 이미 시장지배력을 공고하게 만든 업체를 중심으로 제기할 수 있지만, 딜리버리 분야는 이제 시장이 형성되고 있는 상황이라 차이가 있다”면서 “기업결합을 통해 미래 빅데이터 지배력 남용 가능성을 보고 심사를 하겠지만, 공정위가 실제 현장에서 이뤄지는 남용에 대한 증거를 얼마나 확보할 수 있을지 관건이다”고 말했다.

프라이버시 문제도 소비자후생 차원에서 접근

빅데이터 수집으로 인한 소비자들의 사생활 침해 및 활용 여부도 향후 심사에서 주요 주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그동안 사생활 침해는 통상 공정거래 이슈라기보다는 개인정보보호차원에서 다뤄졌다. 다만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사생활 침해 여부 또한 소비자 후생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독일 반(反)독점당국인 연방카르텔청은 최근 페이스북이 자회사 왓츠앱과 인스타그램 등의 정보를 사용자가 동의할 경우에만 수집하도록 명령했다. 페이스북이 독일 내 독점적 지위를 남용해 사용자 정보를 과도하게 수집하고 독점력을 강화했고 결과적으로 경쟁자를 배제하면서 소비자 후생을 저해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배민이 소비자로부터 받은 주문 내역을 업주들과 어디까지 보유하고 공유해야하는 지 문제도 들여다보고 있다. 업주들은 배민이 주문 정보를 공유하지 않아 소비자 취향 등을 파악하기가 어렵다고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기업결합이 허용된다면 배민이 보유한 고객정보를 어디까지 요기요에 제공할 수 있는지도 관건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배민이 보유한 빅데이터 소유권에 대해 논란이 있음에도 기업결합 이후엔 배민의 정보가 요기요로 그대로 흘러갈 수 있다”며 “프라이시 문제를 허용할지 문제도 전반적으로 살펴볼 예정이다”고 말했다.

고학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개인정보보호법에서도 M&A 이후 빅데이터를 어떻게 이전, 공유해야하는지 명확한 규정이 없는데다 아직 전세계적으로 판례가 많이 쌓이지도 않았다”면서 “개인정보를 공유하지 않도록 막는 조건을 부과하더라도 제대로 이뤄지는지 검증 확인도 쉽지 않은 문제가 있어 공정위가 신중한 판단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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